우주 박사의 특별한 과학캠프 체험

시니어 과학자와 주니어가 만나 인간애 중심의 과학을 탐험하는 사랑에 빠진 과학-사과캠프가 지난 8월23일~24일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캠프에 참가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근주 박사님의 소감문을 소개합니다.


8월의 어느 주말 내게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미국 유학생 시절 친분을 쌓은 친구(공교롭게도 희망제작소에서 일하는)의 완곡한(?) 권유에 한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희망제작소 시니어사회공헌센터에서 주최하는 사과캠프라는 것이 대전에서 개최되는데 시니어 과학자 참여가 저조하니 참여를 꼭 해달라는 것이었다. 평소 막연하게나마 재능기부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무조건 신청하기부터 클릭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때 내가 사과캠프에 참여하게 된 진짜 동기를 묻는다면 요즘 유행하는 ‘의~리’의 실현쯤이 맞을 것이다. 일단 참가 신청을 하고 여유를 가지고 일정을 보니 토요일, 일요일 이틀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아, 나의 주말! 후회한들 어쩌리!

NJM_5436


행사장에 입장하기 전까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황금 같은 주말에 이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 선뜻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일까? 궁금한 마음, 공부한 만큼 사회에 환원해야 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았는데 좋은 기회라는 반가운 마음, 이런 행사를 통해 세대공감을 어떻게 이룬다는 걸까? 호기심 가득한 마음, 이런저런 마음을 안고 발걸음을 옮겼다.

내 나이 올해 마흔다섯… 내가 벌써 시니어라니. 잠시 시니어라는 단어에 혼란을 겪고 있을 때 희망제작소 최호진 선임연구원이 액티브 시니어라는 정의를 소개해 주었다. 휴~ 다행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선 시니어라는 말이 그리 긍정적인 단어는 아닌 것 같다. 뒤돌아볼 틈도 없이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새 항공우주공학을 접한 지 27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인공위성 제어시스템 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나는 늘 정리하고 계획된 대로 목표를 달성하는데 익숙해져 있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 일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과학에 관심이 많은 주니어들과 대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전날 밤 많은 고민을 했다. 미래의 과학자/공학자들을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해줄까? 내 경험과 지식들을 어떻게 전해 줄 수 있을까?

그런데 막상 사과캠프가 시작되고 주니어들과 팀을 이루어 참여하다 보니, 어느새 시니어, 주니어를 떠나 나도 우리 팀의 일원이 되었다. 캠프 첫날에는 적정기술에 대한 강의가 있었는데, 적정기술은 현업에서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과 일정 부분 상충하는 부분이 있었다. 첨단 기술이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풀어내는 것은 과학기술계 종사자들에겐 일종의 소명이기 때문이다.
둘째 날에는 적정기술 솔루션을 찾기 위한 프로세스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진행됐다. 팀원의 일상에서 개선이 필요한 문제점을 찾아내서 정의하고, 그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모아진 아이디어에서 팀원들의 합의로 최선의 것을 선택해서 협력을 통해 최종 솔루션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솔루션을 다른 참여자들에게 발표한 후 피드백을 받아서 개선하는 과정을 거치니 초안보다 더 객관적이고 깊이 있는 솔루션을 만들 수 있었다. 결과를 토대로 최종 PT를 만들어 이그나이트 발표까지, 처음엔 황금 같은 주말을 통째로 어떻게 활용할지 궁금했는데, 정말 이틀이라는 시간이 과녁을 향해 쏜 화살 같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사과캠프 진행내내 시간에 쫓긴다는 기분이 들었다. 원래 깊게 생각하고 꼼꼼히 따져보는데 익숙해져서 그런지 뭔가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미래의 과학기술계 주역들인 활기찬 전영이, 적극적인 화정이, 꾀돌이 세원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사고와 행동을 이해하며 소통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우리 팀의 공통점은 공교롭게도 모두 뿔테안경을 썼다는 점과 처음 본 사람과 친해지는데 조금 시간이 걸린다는 것. 그리하여 우리 조의 이름은 ‘어색한 뿔테’가 되었다.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어색이 ‘안 어색’으로 바뀔 수 있게 서로 노력했던 덕분일까? 헤어질 시간이 됐을 쯤엔 우린 제법 잘 어울리는 한 팀이 되어 있었다. 앞으로 어색한 뿔테조 주니어들이 잘 자라길 기원하며 사과캠프를 준비해 주신 모든 분들과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 좋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이 글로나마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사과캠프에 한마디. 적정기술과 이후 진행된 프로그램의 연결고리가 살짝 부족한 것 같은데, 이점만 보완이 된다면 더욱 훌륭한 사과캠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끝나고 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이 느낌을 다른 곳에서 꼭 활용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리라 다짐해 본다.

글_ 박근주 (사과캠프 시니어 참가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
사진_ 나종민 (바라봄 사진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