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for everyday democracy?


작년, 런던 출장 중 우여곡절 끝에 데모스를 방문했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데모스의 기조는 “Everyday Democracy”, 일상에서의 민주주의죠.
그렇다면 데모스는 민주주의를 보다 섬세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뭘 할까,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래서 그 뻔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_1L|1096101549.jpg|width=”263″ height=”35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유럽의 가장 영향력있는 씽크탱크, 데모스(런던)_##]

우리처럼 특별한 존대어 문화가 있는 것도 아니니, 호칭을 둘러싼 많은 실험들 (‘-님’이냐 ‘씨’냐 별칭이냐)이 있진 않을 것 같고,  어떤 답이 나올지 상당히 궁금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이런 거였습니다. 

한 조직/오피스 안에서 민주주의를 측정하는 척도는, “조직의 ‘높은 사람’들을 얼마나 자주 만나는가, 그들과 만나는 데 제약이 있는가, 그들과 대화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가” 이었습니다.

음………원순씨와의 집중회의는 다양한 제도의 변경을 통해서도 부활하고 있으니, 또, 다종다기한 방식으로 원순씨의 부르심을 받고 있으니 희망제작소는 오케이(?)

그렇지만,  그 다음 대답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1. 대표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특별한’ 공간을 갖지 않는다.
2.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6개월마다 한 번씩 자리를 바꾼다 .  



이것이 ‘everyday democracy’를 위해 데모스가 일상에서 하는 일들 중 하나입니다. 그러고보니 데모스의 공간 배치가 다시 눈에 들어왔습니다. 파티션 하나 없는 사무공간은 분리와 단절 대신, 오픈과 소통, 그리고 연결됨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이들이 6개월마다 한 번씩 자리를 바꾸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첫 번째는  특정한 사람이 ‘좋은 자리’를 독점하지 않기 위해서랍니다.
누구는 입사에서 퇴사할 때까지 볕 들고 바람 드는 창가 자리에 앉고, 누구는 구석진 곳에 앉는다면, 이것 또한 ‘모두에게 열린 기회’의 측면에서 불공평하다는 거죠. 

[##_Gallery|1183215270.jpg|썰렁하기도, 소박하기도 한 서고|1114074986.jpg|데모스 소개를 해 준 알렉산드리아. 그녀는 지금 영파운데이션에서 일하고 있다. |1290353531.jpg|’사무실 안에서 비밀공간이란 없다!’를 주창하듯,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회의실 |1331310775.jpg|뻥~ 뚫린 데모스의 사무공간. 분리와 단절 대신 소통과 연결됨의 공간적 구현일까? |width=”500″ height=”310″_##]

두 번째는 조직 내 ‘소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랍니다.

데모스의 조직구성은 사무팀 / 연구팀. 이렇게 두 개로 나뉘는데, 연구팀은 프로젝트별로 이합집산을 거듭합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짜리 프로젝트도 진행하는데, 같은 프로젝트가 아니면 일상적인 소통과 교류가 힘들기 때문이죠. 현재 같은 프로젝트 팀이 아니더라도 친해지기 위해 자리를 바꾼다는 겁니다.

조직적 차원의 소통을 증진시키위해선 일상적인 레벨에서 부지런히 대화해야한다는, 알면서 못하는 바로 그것. 오늘 사회혁신 모임에서 한 얘긴데, 실례로 참여연대에서는 느티나무 카페가 없어지면서 뒷풀이가 현저히 줄었고,  각종 소모임 자연발생률 저하 및 조직 내 소통 서걱서걱度도 증가했답니다.  암튼 그래서 데모스는 정기적으로 자리를 바꾼다고 하네요.

마지막은, 6개월마다 한 번씩 자리를 바꿔야 ‘청소’를 한다는, 지극히 물질적인 이유입니다.
무엇이든 정체되어 있는 것은 체기를 불러온다고 하니, 다 버려주고 비워줌으로써 새로운 기운이 들어찰 것입니다. 또  쓸고 닦고 함께 들고 움직이고. 다른 몸들이 공동의 움직임을 따라 공동의 리듬을 만들어내니, 가장 물질적인 차원의 일이 어쩌면 가장 비물질적인 차원의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_1C|1050983899.jpg|width=”550″ height=”33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지난 봄, 수송동 시대를 닫는 희망제작소의 이사짐 싸기_##]지난 금요일, 제작소에는 또 한 번의 대이동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3층에서 2층으로, 다시 3층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사 주기는 6개월보다 짧았고, 개미처럼 옮기다보니 기운이 완전 쏙 빠져버렸지만 ,
오늘 하루 앉아 보니 좋습니다.

어제는 대청소가 있었고, 아직까지 정리되지 않은 짐들로 제작소는 오늘도 분주합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뭔 조직이 이렇게 맨날 바뀌는 거야?” 라구요.
이런 내용의 불만은 아마도 제작소 내부의  최다빈출도를 자랑하는 불만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작소가 그만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곳이라는 뜻일 겁니다.
그건 다시 말해 제작소를 채워가는 동력은 내부구성원의 참여라는 뜻이겠죠. 
참여는 언제나 쉽지 않기에 쉬이 좌절하고, 또 시도하길 반복합니다. 그런만큼 우리의 일상도 단단해지리라 믿습니다. 

구구절절 장황화게 풀었지만 결론은 간단합니다.
이사가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거 
그리고
잘 지내자는 거  
잘 될 거라 믿자는 거
그것입니다.
……….
흐…  너무 손발 오그라듦?

글_  사회창안팀 김이혜연 연구원 (kunstbe3@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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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이사 for everyday democracy?”에 대한 5개의 응답

  1. 밥상 아바타
    밥상

    이야기를 나누고 삶을 나눌려면 정말 공간 배치가 중요한 것 같아요. 꽤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쉽게 얻어지는 것이 없겠죠? ㅎ

  2. 팻메쓰니 아바타
    팻메쓰니

    데모스라는 곳 참 부럽네요.. 우리 회사도 반만 따라했으면…
    물질적인 영역이 결정하는 게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3. zelldar 아바타
    zelldar

    흐흐..게으른 인간을 추방하기에는 딱 좋은 규칙입니다. 환영~

  4. 리필 아바타
    리필

    작은 움직임이지만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도 남들에게 모니터 안보이는 자리에 앉고 싶습니다, 팀장님.”라고 말하고 싶군요…

  5. 오징어땅콩 아바타
    오징어땅콩

    ㅋㅋ 그 마음 완전 동감합니다 (3M의 모니터보안필름을 구매하세요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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