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학교’ 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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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열린대학은 영국의 U3A(The University of Third Age)를 모태로 하고 있으며, 희망제작소 행복설계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이수한 시니어 모임인 ‘행설아회’가 주축이 되어 2011년 6월 만들어진 새로운 형태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이다. ‘누구나 가르치고 누구나 배우는 학교’라는 슬로건 아래, 누구나 나누고 싶은 지식과 지혜가 있다면 강좌를 개설할 수 있고, 학생이 되어 배울 수 있다.

얼마 전 문을 연 ‘지혜로열린대학’ 사무실을 찾았다. 이경희 운영위원장(이하 지혜)이 우리(이하 희망)를 맞아주셨다. 삼청동에 위치한 사무실은 주위의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카페들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창고 같은 지하실이었다.

희망 : 굳이 지하실에 사무실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지혜 : (웃음) 지하실이지만 아늑하지 않은가? 이곳은 사무실 겸 교실이다. 강좌가 증가하면서 수업할 장소가 충분하지 않다. 지혜로열린대학은 재정적으로 외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운영진과 강사 모두 순수 자원봉사이다. 그렇다보니 수강료의 대부분은 장소 대여비로 사용되고 있지만 늘 교실이 부족하다. 이 지하실도 개인이 무료로 제공해 주어서 사용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창고였는데 운영진들이 청소하고 페인트칠하고 책상도 가져다 놓고 교실로 꾸몄다.

희망 : 지혜로열린대학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지혜 : 순수 자원봉사자들의 힘을 운영되고 있다. 강사, 운영진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강사를 한다고 해서 강사료가 지급되지 않는다.

희망 :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를 하는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혜 : 순수하게 배움을 나눌 수 있는 ‘즐거움’이다. 누구나 나누고 싶은 지식과 지혜가 있다면 수준이나 내용에 상관없이 이곳에서 나눌 수 있다.
[##_Gallery|1379311122.jpg|이경희 운영위원장|1304559451.jpg|지혜로열린대학 사무실|1311753478.jpg|지혜로열린대학 사무실|width=”350″ height=”300″_##]

희망 : 평생교육기관이나 문화센터와 비슷한 것도 같은데?
지혜 : 지혜로열린대학은 시험도 없고 학위도 없다. 자격증을 따기 위한 교육도 아니다. 그러니 스트레스가 없다. 많이 다르지 않나? (웃음) 이런 차이점보다 확연히 다른 점은 강사와 학생 간의 관계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2기 때 사진 강좌가 있었는데 강사보다 사진에 대해 더 잘 아는 학생이 두 명 있었다. 그 사진 수업 분위기가 어땠을 것 같나?

희망 : 다른 학생들과의 관계도 애매하고, 강사와 학생 모두 불편했을 것 같다.
지혜 :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재미난 일이 벌어졌다. 그 두 학생이 다른 학생을 도와주면서 전체적으로 수업이 풍부해졌다. 전문가 학생은 학생으로 참여했지만 자신의 지식을 나누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고, 사진 왕 초보 학생들은 전문가의 개인 교습을 받고, 강사는 이를 조정해 주었다. 유연성이 대단하지 않은가? 그래서 영국의 U3A에서는 강사를 티쳐(teacher)나 렉쳐(lecture)로 부르지 않고 오거나이저(organizer)라고 부른다. 지혜로열린대학에서도 자연스럽게 수업이 진행된 것이다. 학생과 학생, 강사와 학생 모두 배움을 나누는 수평적 관계가 형성되었다. 그렇게 의도한 것도 아닌데 대부분의 수업이 자연스럽게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희망 : 강사와 학생의 수평적 관계라는 것을 예를 들자면 어떤 경우인가?
지혜 : 이번 3기 수업 중 ‘베란다에서 농사하기’가 있다. 강사는 베란다에서 농사하기에 흥미가 있고, 관련 지식이 조금 있는 정도였다. 이를 나누기 위해 강좌를 개설했는데 막상 수업을 시작해보니 강사보다 내공이 강한 참가자가 여럿 있는 거다. 흙 전문가, 먹거리 전문가들이 있었다. 강사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커리큘럼에 넣었고, 강사와 학생의 수평적 관계가 형성되면서 수업 내용은 더욱 풍부해졌다. 수업을 통해 강사도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었다.

희망 : 어떤 수업을 하고 있나?
지혜 : 사진이나, 바느질 같은 일상생활에 실용적인 수업도 있고, 라틴어 배우기, 함석헌 읽기 등의 인문학 수업도 있다. 고궁 탐사 같은 야외 수업도 있다. 어떤 주제든지 다 가능하다.

희망 : 수업 개설에 어떤 제한이나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혜 : 없다. 한계가 없다. 제한을 두지 않는 건 프로그램의 발전은 학생에 의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런 물질적 대가 없이 8주의 커리큘럼을 기획해서 수업을 개설하는 것은 대단한 의지라고 생각한다. 운영진은 그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희망 : 운영진으로서 어려움이 있다면?
지혜 : 현재 운영진이 모두 시니어이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행동이 조금 느리다. (웃음) 실질적으로 겪는 어려움은 아무래도 강의를 진행할 장소를 확보하는 일이다.

희망 : 외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을 생각은 없는가?
지혜 : 없다. 영국의 U3A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재정적으로 독립적이어야 정부, 정책의 변화와 상관없이 이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다. 외부의 지원이 아닌 회원 확보로 재정적인 문제는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희망 : 회원 확보를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지혜 : 지혜로열린대학의 회원은 학생이다. 학생을 유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강사이다. 좋은 강사가 있으면 좋은 수업이 개설되고 학생(회원)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런 순환이 가능한 것이 다른 교육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다.

희망 : 당신에게서 지혜로열린대학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지혜 :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런 재미와 즐거움을 다른 시니어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이 즐거움이 좋은 에너지가 되어 이타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나아가 사회가 건강해지는 것이다.

희망 : 너무 이상적이지 않은가?
지혜 : (웃음) 이미 그런 반응을 흔하게 들었다. 주위 사람 중 90% 이상이 쓸데없는 일이라고 했다. 사실 전문직 은퇴 후 놀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그 사람들이 가진 자산이 너무 아깝다. 그들에게 지혜로열린대학을 홍보하면서 강의 개설을 권유하는데 대부분 반응은 안 된다는 거다. 요즘 좋은 공간에서 제공하는 공짜 교육도 많은데 누가 지하실에 굳이 회비를 내고 배우러 오겠냐며 회의적이다. 사실 우리 회비가 그리 비싸지는 않다. (지혜로열린대학 수업료는 강좌 당 1만 원, 1년 회비 5만 원을 내면 1년 동안 원하는 강좌를 모두 들을 수 있다.)

희망 : 충분히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혜) 일단 직접 참여하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생각보다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지속되지 못할 거라는 주위의 우려와 달리 벌써 3기를 모집하고 있다.

희망 : 이런 프로그램이 가능할 것이라는,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의 경험이 우리에게는 없다?
지혜 :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는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지 않은가? 생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 자체를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의적이고 부정적으로만 보는 거다.

희망 : 지혜로열린대학이 어떻게 발전했으면 좋겠는가?
지혜 : 지역마다 지혜로열린대학이 생겼으면 좋겠다. 지식과 지혜를 나누려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걸 연결하고 조직해 줄 자원봉사자들만 있으면, 뚝딱 근사한 학교가 만들어질 것이다. 교실을 구하기가 어렵다면 야외 교실에서 시작해도 좋고, 마을회관도 좋고, 공공장소도 많지 않은가? 영국의 U3A는 현재 지부가 8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런던의 한 지부에서는 160여 개의 강좌가 열리고 있다. 회의적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증거이다. 정말 이 시스템은 아름답다.

희망 : 시스템이 아름답다? 시스템이 아름다울 수 있나, 효율적이라면 모를까?
지혜 : 흔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서 배우는 즐거움을 찾아내고, 배움을 나누는 기쁨을 발견하고, 이 모든 것을 자원봉사로 유지하는 시스템이 어찌 아름답지 않겠나?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조금 이상한 학교 ‘지혜로열린대학’은 우리 사회에 아름다운 도전을 하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지혜로열린대학에 어떤 사람들이 모여 어떻게 배움을 나누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_ 시니어사회공헌센터 배영순 선임연구원 (alice@makehope.org)
사진_ 시니어사회공헌센터 탁율민 위촉연구원 (sesil@makehope.org)

Comments

“‘이상한 학교’ 는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2개의 응답

  1. 학교를 퇴직하고 남편의 연구개발한 신기술을 비즈니스로 경영관리 4년째 하고있는 새내기 기업 초보자입니다. 배운게 도둑이라고 지혜로 열린대학같은 것을 하고 싶은게 꿈이고 소망이었거든요. 대충 읽었는데 참 재미있을것 같아요. 사서삼경도 배우고 일상을 이야기하면서 지식과 지혜를 알리고 배우고 너무 멋져요. 이쁜 컵에 수경재배도 하면서 자라는 뿌리를 햇빛에 비춰보는 여유 하늘의 구름이 가는 것을 보는 여유랄까요? ㅎㅎ 말이 되는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겠네요. 감사감사감사

  2. 배영순 아바타
    배영순

    지혜로열린대학에 관심 고맙습니다. 지혜로열린대학은 최근에 U3A 서울로 명칭을 바꾸고 4기가 진행중입니다. U3A 서울(http://cafe.naver.com/openuniversity)에 방문하셔서 김신자 선생님과 비슷한 꿈과 소망을 펼치시는 분들을 만나보세요. 다음 번에는 직접 강좌 개설이나 수강으로 함께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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