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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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보다 활기차고,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미국 시니어, 그들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요? 젊은 한국인 경영학도가 ‘세 번째 장을 사는 사람들’ 이라는 제목 아래 자신의 눈에 비친 미국 시니어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적극적으로 노년의 삶을 해석하는 미국 시니어의 일과 삶, 그 현장으로 초대합니다. 


세 번째 장을 사는 사람들 (11)

논문 주제로 이직자의 정체성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서 연령대에 상관 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에 대한 인식입니다. 이직 후 눈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을 겪으면서 앞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희망찬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계신가 하면, 전 일자리에 비해 부족한 것들을 생각하며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아쉬워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물론 이직이 선택에 의한 것인지 강요된 것인지에 따라 이직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직의 자발성 여부를 떠나 막상 새 일을 시작했을 때 그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지, 새 일터에 긍정적인 태도로 임할 수 있는지는 새로운 환경에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에 대한 인식에 따라 달라지는 듯합니다.

제가 현재 연구하는 회사는 미국의 2008년, 2009년 경제위기에 큰 타격을 입은 금융업계에 속해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잃어버린 것이 많다고 느끼기 쉬운 분야입니다. 그럴싸한 승진도 아니고 눈에 띄는 연봉 상승의 기회도 아니지만, 이러한 환경에서도 전 직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새롭게 경험한다며 기뻐할 수 있다는 것은 ‘관점’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합니다. 데스크탑 서포트를 담당하다가 데이터 관리직을 맡게 된 한 분은 올해 말 본인이 속한 정보통신 분야가 통째로 아웃소싱이 될 상황임에도 일터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까지 데이터 관리에 관한 일을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다고 하십니다. 앞으로 곧 닥칠 아웃소싱에 본인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더 배워서 다른 직장을 구해보겠다고 말씀하시는 모습 속에서 앞으로 배울 것, 얻을 것에 대한 희망의 힘을 보았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연륜이 많기 때문에 얻는 것보다 잃어버릴 것에 대해 집중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삶의 과정 이론 (Life course theory)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잃어버리는 것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 행동, 자원 등을 선택하고 최적화하며 잃어버린 것을 보완하려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게 본인의 새 일터 적응기를 나누어주신 분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잃어버릴 것에 대해 두려워하는가 아니면 얻을 것에 대한 희망에 부풀어 있는가에 따라 새 직장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더 나은 연봉을 찾아 두 번째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한 20대 청년은 이전 직장에 비해 없는 것들을 짚어가며 왜 이 새 직장에서 좌절감과 실망감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준 반면, 이십 년 넘게 일을 한 회사에서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하는 50대 중년 부인께서는 이전 직장에서는 편안하게 손에 익은 일을 하면 되었는데 새 직장에서는 늘 새롭게 무언가를 찾아가고 스스로 업무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며 일에 대해 새로운 태도를 어떻게 배우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이직은, 그것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이든 하향곡선을 그리는 것이든 간에, 늘 긴장과 스트레스를 동반합니다.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 소모가 많을 수 있는 이직 과정에서 새로운 일터를 기회의 터전으로 바꾸는 방법은 ‘얻은 것’을 생각해보는 관점에서 시작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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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에도 어김없이 보스턴 마라톤이 있었습니다. 다른 해에 비해 유난히도 더웠던 2012년 마라톤 날, 수많은 사람들이 피니쉬 라인까지 달렸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을 응원하기 위해 구경꾼들이 마라톤 길을 따라 서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자기 도전을 하는 마라토너들은 새로운 일터에서 힘차게 뛰기 시작하는 분들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저는 힘차게 달리는 그분들을 응원하는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_1L|1338394830.jpg|width=”87″ height=”7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김나정은 영국 런던 정경대에서 조직사회심리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미국 보스턴 걸리지 경영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일터에서 다양한 종류의 변화를 겪는 사람들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며, 박사 논문 주제로 은퇴기 사람들의 새터 적응기 및 정체성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najung.kim@bc.edu 


● 연재목록

1. 세 번째 장을 사는 사람들
2.
인생의 의미, 한 문장으로 간추리면        
3.
낯선 자신이 두려운 시니어에게 
4.
어떤 자원봉사 자리 찾아드릴까요? 
5.
나이에도 종류가 있다   
6.
탱글우드의 시니어는 왜 즐거운가
7. 자원봉사 상담사 로라 씨의 다섯 가지 질문  
8. “일이 품 안에 굴러들어왔어요”
9.
시니어의 인간 관계, 안녕하십니까?  
10. 평생 ‘배우는 삶’을 꿈꾸는 시니어들
11.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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