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교육, 투 트랙(Two Tracks)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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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문을 연 수원시 평생학습관은 희망제작소가 위탁 운영하는 공공교육기관입니다.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정다운 우리 학교’를 지향하는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여러분께 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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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평생학습동향 ⑤ 시민참여교육, 투 트랙(Two Tracks)이 필요하다
 
수원평생학습동향리포트 ‘‘에서는 전세계 다양한 평생학습 관련 동향과 사례, 단체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생적으로 움직이는 대안교육운동부터 각 나라의 평생학습 정책을 대표하는 단체와 프로그램까지. 정해진 틀은 없다. 각 나라의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우리의 평생학습 체계와 내용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기대할 뿐이다.
 
첫번째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OECD의 ‘학습과 일터를 연계한 개인의 발달을 도모하여 평생교용의 가능성을 증진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상정하는 시장중심형 학습사회론’을 추구한다. 평생교육정책에서 인력자원의 개발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것이다. 이런 평생교육정책은 책무성과 가시적인 성과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문화를 형성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며, 반대 급부로 시민단체 등 제3섹터 그룹을 중심으로 다양한 대안교육운동과 프로그램이 개발·운영되고 있다.

지난 호 해외평생학습동향 영국 편 네 번째 이야기, ‘개인적 학습을 넘어 사회적 학습으로‘에서는 시민 참여 활성화 프로그램인 ‘Take Part’를 소개했었다. 이번 호에서는 ‘Take Part’와는 다른 시각에서 시민참여를 바라보고 있는 ‘The U’라는 평생학습 사례를 통해 시민 참여를 정의·구현하는 다양한 관점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마을 공동체가 무너졌다.’

??마을 공동체가 무너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정다운 이웃, 서로 돕는 이웃, 마을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이웃이란 말은 옛 말이다.

장면1.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누군가 함께 타기라도 하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어떡하나 싶어 엘리베이터 전광판만 뚫어져라 응시한다. 말이라도 걸어오면 어떡하나 싶어 휴대폰을 꺼내 들어 열중 모드로 전환한다. 마침 밤이라면 정체도 모르는 이 이웃이 언제 돌변할지 몰라 무섭기 짝이 없다.
 
장면2. 우리 옆집은 가내 목공소라도 차린 걸까? 가수 지망생이라도 사는 걸까? 옆집 아이들은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겪고 있는 게 아닐까? 정말 시끄러워 살 수가 없다. 무개념 인간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꼭 붙어 살건만, 이웃에 대한 예의나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자기 가족밖에 모르는 꼴 보기 싫은 인간들. 이웃이 아니라 웬수라 부르고 싶다.

장면3. 교복을 간지 나게 차려 입은 고딩들. 아니 중딩인가? 보란 듯이 담배를 피우신다. 앗, 그 중 한 녀석은 같은 패거리가 아닌가 보다. 삥 뜯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마을의 어른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일까? 요즘 뉴스에 등장하는 청소년들, 웬만한 성인 조폭보다 더 무섭다. 저 아이들의 표정을 보라.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풍긴다. 괜히 애들 눈에 띄지나 말고 조용히 나 가던 길이나 가자. 내가 배트맨 의상으로 짠 갈아입고 우리 동네 범죄를 다 소탕할 수도 없는 일. 동네 경찰은 뭐 폼으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알아서들 하겠지. 나는 내 일이나 잘 하면 된다. 내 코가 석 자인데, 주제에 누굴 간섭하겠나.

우리가 꿈꾸는 공동체는?
 
‘시민참여를 통한 공동체 회복’ 요즘 많이 들려오는 얘기다. 군시렁군시렁 투덜거리지만 말고 직접 나서란다. 민주주의 사회는 시민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거란다. 문제가 있으면 직접 참여하여 해결하란다. 내가 사는 동네, 내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는 내가 참여하는 만큼 변한단다. 내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단다. 맞는 말인 거 같다. 하지만 현실은?

영국의 대표적 사회혁신 단체인 The Young Foundation의 벤처 프로젝트 중 하나인 ‘The U‘는 현재 상당히 흥미로운 관점을 실험 중이다. The U의 조사에 의하면 지역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 즉 참여 핵심(Civic Core)이라고 부를 수 있는 비율은 어느 지역사회를 막론하고 5%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적극적 시민 참여를 부르짖어 봤자 이 비율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참여 시민의 저변이 확대되기 보다는 Civic Core의 참여 강도만 더 높아질 뿐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시민 참여 및 지역사회 내 구성원 간의 유대관계 형성이 좋은 것이라는 데에 이성적, 당위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실제로는 참여하기를 꺼린다. 끈끈한 이웃 관계에서 기인한 과도한 간섭, 지역사회 문제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그들은 부담스러워 한다. 직장에서의 과중한 업무, 긴 출퇴근 시간, 가족 대소사만으로도 현대인들은 이미 충분히 바쁘다. 그리고 힘들다. 지역 이슈에 일정 시간을 할애하여 직접 참여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The U가 실시한 시민 설문조사 및 인터뷰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이웃과의 연대, 참여의 정도는 내 이웃의 얼굴을 아는 정도, 그들의 이름을 아는 정도, 조금 더 나아가 이웃 집 택배를 대신 받아주는 정도라고 한다. 이웃들로 구성된 특정 모임에 참여한다든지, 동네 문제 해결을 위해 이웃들을 모아 비공식 모임을 조직한다든지 하는 정도의 관계는 그들이 원하는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시민들은 동네 상점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언급했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의 문제점이라든지 중소 자영업자 살리기 등의 사회 경제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사람과의 인간적 관계의 필요성에 대한 관점에서 말이다. 지역 사회 내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즉 내 이웃이 운영하는 상점에 가면 주인이 나를 알아본다. 서로 눈인사를 한다. 조금 친해진 주인장과는 가끔 몇 마디 인사말을 건네기도 한다. 어제 동네에서 있었던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 주인장이 어떤 사람인지 알 필요는 없다. 서로의 집을 방문하는 친구 사이가 될 필요도 없다. 그저 안면이 있는, 인사를 나누는 이웃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끈끈한 연대, 긴밀한 공동체가 아니다.

[##_1C|1187265106.png|width=”450″ height=”32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The U 홈페이지 _##]
 
Weak Ties (약한 유대)

The U가 꿈꾸는 공동체는 ‘Weak Ties (약한 유대)’가 활발히 작동하는 사회다. ‘The Strength of Weak Ties’의 저자 Mark Granovetter에 따르면 Weak Ties란 이웃과 서로 눈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관계, 동네 단골 노점상 주인에게 매일 아침 신문을 사는 정도의 관계를 의미한다고 한다. Weak Ties는, 개인의 사적인 정보를 공개하거나, 집단의 가치나 규율에 따르거나, 집단의 행동규범에서 벗어났을 때 눈총이나 지탄을 받거나 하는 등 강한 연대 형성에 필요한 요구들을 따라야 하는 부담 없이 사람들 간 형성할 수 있는 첫 단계의 연대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은연 중에 끈끈한 유대에 기반한 공동체가 ‘옳은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다. 과연 현실은 어떨까? 현대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이고, 다양성이 점점 심화되는 사회이다. 즉, 현재를 살아가는 공동체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 중 하나는 끊임없는 변화와 새로운 사람들의 유입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적응력이다. 하지만 강한 연대에 기반한 공동체는 편안함, 예측 가능함,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보수적 성향을 띠게 마련이고,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변화를 배척하기 마련이다. 즉, 현대사회는 강한 연대에 기반한 공동체가 작동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반면, Weak Ties (약한 유대)는 바쁘고, 다양하고,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의 부담을 꺼리는 특성을 충분히 포용할 만큼 유연성이 높다. 이뿐 아니라,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충분한 책임을 느낄 만큼의 압박을 가하기도 하는 강압적 관계다. 미미한 연대인 것 같지만 위급상황에서는 기대치 않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관계인 것이다. 또한, 정보와 네트워크가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는 현시대에, Weak Ties는 사회 구성원들 간 광범위하게 지식과 정보가 흘러갈 수 있는 채널로 작동하게 되어 새로운 사회적 약자인 네트워크 소외계층의 양산을 막을 수도 있다.

너와 나를 이어주는 특별한 90분

?이러한 Weak Ties 형성을 돕기 위해 The U는 새로운 방식의 교육 프로그램을 실험 중에 있다. 2010년 10월부터 시작된 이들의 고민은 2011년 6월에서야 첫 교육 프로그램 실시로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The U 교육의 가장 기본 목적은 단순하다. 그저 참여한 학습자들이 서로 말문을 트기를, 서로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 

?각 교육은 약 90분 동안 진행된다. 그리고 재미있게 진행된다. 즉,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활동량이 많고, 뭔가를 쓰거나 읽을 필요도 없고, 게임을 하거나, 비디오 시청을 하는 식이다. 또한, 고정된 교육 장소에서 세션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학습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심의 쇼핑몰 내 빈 공간에 팝업(pop-up) 교육 장소를 설치하는 등 학습자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이러한 짧고 재미있고 이동하는 일회성 교육은 학습자의 심리적, 물리적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다. 재수강률도 꽤 높다. 약 30% 정도가 The U 교육을 다시 찾는다고 한다.

교육 주제는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내용들로 구성된다. 첫 번째 예는 화재, 뇌졸중, 호흡곤란 등 응급 의료상황에 대처하기. 특히 이런 교육은 응급상황 대처 기술을 배울 뿐 아니라, 서로 자연스럽게 신체 접촉을 하게 되어 참여자 간 친밀감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두 번째 예는 시끄러운 이웃에 대처하는 법, 길을 막고 무리 지어 다니는 학생들의 속마음 이해하기 등 이웃과의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들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프로그램으로 소위 ‘How To Talk To People(이웃들과 말문 트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지만 너무 기본적이라 어디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스킬들에 대해 배우는 거다.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 비법, 협상 및 설득의 기술 등 난이도가 높은 커뮤니케이션 교육들은 많지만,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교육은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또 한 가지의 특징은 전문강사가 교육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이 하루 정도 교육을 받고 Facilitator(조력/협력/촉진자)로 참여한다. 학생과 선생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배운다는 컨셉이고, 전문 지식을 쌓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습자 중 약 10% 정도가 자원봉사자로 다시 교육에 참여한다고 한다.

결국, 소소한 것들이 차이를 만든다.

?The U 프로젝트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시민 참여 활성화 노력의 필요성이나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Civic Core의 중요성을 폄하하고자 함은 아니다. Civic core의 필요성과 더불어,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Weak Ties의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일 뿐이다. 가끔 우리는 지역사회의 소위 ‘우선 순위가 높은, 중요한’ 이슈에 몰두한 나머지, 기본적으로 지켜가야 할 소소한 것들을 소홀히 할 때가 있다. 자원봉사, Participatory Budgeting(주민참여예산), 주민자치위원회 활동 등 적극적 지역사회 참여가 어렵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활동은 목적이나 활동 계획 등이 구체적인 편이라 참여하는 사람들의 책임이나 역할도 명확한 편이다. 하지만 이웃들의 존재를 인식하기, 이웃들과 눈인사 나누기, 이웃들과 말문 트기 등은 사소한 것일 수는 있지만, 일상적으로 항상 실천한다는 것은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즉, The U의 교육 프로그램이 쉽고, 재미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볍게 여길 내용은 아니라는 것.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작고, 사소한 것들이니까.

글_ 정선영(수원시 평생학습관 연구원)

* 해외평생학습동향 연재 목록
1) 영국에 부는 대안교육의 바람
2) 영국의 평생학습 생태계, 그 비밀을 캐다
3) 누구나 배우며, 누구나 가르치는 대학
4) 개인적 학습을 넘어 사회적 학습으로
5) 시민참여교육, 투 트랙(Two Track)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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