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서관에서 만드는 행복한 공동체

구파발10단지 작은 도서관 ‘책뜰에’는 엄마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읽고 책과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먼저 팔을 걷어붙인 엄마 자원봉사자들의 열의는 ‘아파트 공동체 만들기’로 확장되었고 그 과정에 ‘작은 도서관 공동체 학교’가 있습니다. 구파발10단지 작은 도서관 공동체 학교 수료식이 열리던 날,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한 수료식 현장을 살짝 들여다볼까요.

“우리 아파트 단지에 작은 도서관이 있어서 참 좋아요. 도서관이 계속 잘 되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참가했어요.”

-구파발10단지 ‘작은 도서관 공동체 학교’ 참가자

아파트에서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 ‘작은 도서관 공동체 학교’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첫걸음을 시작한 구파발10단지에는 작은 도서관 ‘책뜰에’가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이며 무엇보다 ‘엄마’인 자원봉사자들이 도서관 책 정리와 관리, 미술과 바느질 소모임, 책모임, 알뜰 장터까지 도맡아서 작지만 알찬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작은 도서관 공동체 학교는 15명 도서관 자원봉사자들과 ‘책뜰에’에 모여서 아파트 단지에서 만드는 공동체를 상상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작은 도서관, 작은 학교, 작은 공동체

2014년 11월 7일, 일곱 번의 강좌를 마친 작은 도서관 공동체 학교 수료식이 있는 날입니다. 늘 가벼운 발걸음으로 강좌에 참가하던 주민이 오늘은 즐거운 파티를 만들기 위해서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서 ‘책뜰에’에 모였습니다.
모두 한 가지씩 가져온 음식을 테이블 한가득 펼치니 도토리묵, 주먹밥, 김밥, 치킨, 김치전 등 푸짐한 음식이 그득한 잔칫상이 따로 없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가운데 두고 좋은 이웃들이 둘러앉으니 웃음이 끊이지를 않습니다.


한여름 더운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9월, 작은 도서관 공동체 학교 1강을 시작했습니다. 20여 명이 모두 앉을 수 있을까? 공간이 좁지는 않을까? 다과는 부족하지 않을까? 세심하게 신경 써서 준비하고 설레며 첫 만남을 기다렸습니다.

은평구에서 어린이 도서와 책 놀이를 연구하는 어린이 도서 연구회의 강의를 시작으로 아동 문학의 이해, 숲 체험, 작은 도서관 탐방, 공동체 사업 계획 워크숍까지 지난 2개월 동안 함께한 시간이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책 놀이를 통해 엄마와 아이가 책으로 놀 수 있는 방법을 알았고, 아동문학 이해를 통해 책과 친해지고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배웠습니다. 가족 숲체험 시간에는 연휴에 인근 앵봉산의 생태공원으로 가족나들이를 했습니다. 걷고 뛰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웃과 함께 웃고 즐기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작은 도서관 탐방은 10단지에서 작은 도서관 책뜰에를 잘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상상을 펼쳐보는 시간이 되었고, 공동체 사업 계획 워크숍에서는 우리 마을의 10년 후를 그리면서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활동을 진지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수료식에 앞서 구파발10단지 책뜰에 도서관을 거점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주민 소모임 지원 사업, 도서관 운영을 위한 조직구성,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주민 소모임 지원 사업은 주민 3명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현재 엄마, 아빠, 청소년, 유아 등 연령별, 가족별로 총 18개의 다양한 소모임이 접수되었습니다. 음악, 미술, 바느질, 책모임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였고, 도서관 조직위원회, 자원봉사자 관리 등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논의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습니다.

이어진 2부 순서에서는 성미산 마을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춤추는 숲’을 함께 보았습니다. 마을주민이 모두 힘을 합해서 성미산을 지켜내는 과정은 보는 이들의 마음도 울컥하게 했습니다.

20141111_happyAPT06_400x300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현대인들이 참 바쁘고 여유가 없어요. 삭막한 사회이지만 우리 마을은 건강한 사람들이 사는 건강한 마을이 되면 좋겠어요. 내 가족, 내 아이만이 아닌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워나갔으면 해요.” (김동숙 선생님)

“어떻게 살아야 될지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영화 속 사람들이 지키고자 했던 성미산, 그리고 그 과정을 함께 하는 이웃들을 보면서 우리를 돌아보게 되었다. 요즘 사람들이 좋은 직업, 성공을 바라는 것은 믿을 구석이 자신 밖에 없어서 그렇다. 이웃이 있다면 나 혼자 힘들게 성공만을 향해 달려가는 외로운 싸움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이웃들이 생겨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지홍 선생님)

“몇 명이라도 작게나마 시작해야 한다. 공동체가 바로 서야한다. 영화를 보며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인상 깊었다. 공동체의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고은애 선생님)

“우리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고 좋은 시간을 억지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아이가 자라고 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동체라는 힘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주연 선생님)

“공동체 학교를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참 모으기 힘들었는데 자발적으로 모이게 된 것이 너무 좋다. 이런 학교나 기회들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김순영 대표님)

다시 출발점에 섰습니다. ‘작은 도서관 공동체 학교’는 끝났지만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입니다. 수료생들은 구파발 10단지에서 마을이, 주민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다시 고민하고 토론하며 배워갈 것입니다. 그 시작에서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갈 이웃을 만났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시작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이기 때문입니다.

글_ 안수정 (뿌리센터 연구원 sooly@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