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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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부처 숫자 줄이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월 24일 희망제작소가 주최한 정부조직개편안 긴급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박재완 인수위 정부혁신·규제개혁 TF 팀장(한나라당 의원)과 열띤 설전을 벌였다. 희망제작소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는 거버넌스와 시민사회의 참여 기회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행정학)는 발제를 통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자료들만 인용해 정부조직개편안은 출발부터 잘못됐다”며 “규모는 포디즘(Fordism, 대량 생산 체제) 시대에 중요하지, 포스트 포디즘(Post-fordism, 유연적 생산 체제)에서는 규모보다는 얼마나 기능을 잘 발휘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래의 정부는 융합의 시대이기 때문에 ‘술(術)’이 중요하다”면서 “재정과 금융, 과학과 기술 등은 더욱더 융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유능한 공무원들이 쫓겨나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셈”이라며 “모두가 대등한 입장에서 통합과 분산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재완 정부혁신·규제개혁 TF 팀장은 “이번 개편안은 미래를 준비하고 투자한다는 측면에서 인재를 강조하고 과학을 중요시하면서 둘의 기능을 묶은 것”이라며 “상업성을 따지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대답했다.

‘기획’이라는 표현은 정부 주도의 발상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박 팀장은 “과도하게 국가가 경제발전 계획을 짜고 미시적인 자원배분까지 관여하는 게 아니라 거시적인 것에만 관여”하는 게 골자라고 대답했다.

“입체적이고 질적인 개편이 필요”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만일 정부나 공무원의 기능이나 능력향상 없이 정부 규모가 반으로 줄면 일단 대국민 서비스도 반으로 줄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지금 적어도 산업과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는 정부의 주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화와 과학기술화를 통한 입체적이고 질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재성 대통합민주신당 국회의원은 토론에서 △효율성을 전제로 대통령의 편의성만 강화했다는 점 △ 부처의 개수를 줄이는 것에 너무 집착했다는 점, △가치와 전략을 함께 고려하지 못한 점 △전문가나 국민들의 여론수렴을 충분히 거치지 못했다는 점 등을 비판했다.

신희영 경주대 사회복지행정학과 교수는 작은 정부로 인해 “사회 양극화문제 등을 해결하는 부서의 권한이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대부처주의는 권력이 집중됨으로써 설득의 부문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도 부각됐다. 심익섭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획기적으로 총체적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작명 등에서 보이듯이 미래지향적이지 않다는 것과 더불어 기득권만을 위하고 시민대중지향적이지 못하다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중앙집권으로 민주적인 분권화를 어떻게 구현할지 우려스럽다”면서 “거버넌스나 참여를 확보할 방안이 취약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성돈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정부개혁팀장)는 “행정원가제나 행정ISO9000제 등처럼 정부조직개편안의 효과가 실제로 담보될 수 있도록 분명하게 해야 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정부조직개편 방안으로 “3무(낭비, 규제, 부패) 3생(경제, 정부의 국제경쟁력, 성장동력)의 정부 구현”을 예로 설명했다.

한편, 인수위가 마련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국회는 25일부터 심사에 들어간다. 이날 오전부터 국회는 행정자치위원회, 재정경제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3개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