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좋은 일, 공정한 노동]
⑧ 나에게 좋은 일이란? 보드게임으로 찾아보자! 

“좋은 일이 별건가? 돈 많이 주면 좋은 일이지.”
“이것저것 다 따지자 치면 배겨낼 일이 어디 있나?”
“너도나도 다 좋은 일만 찾으면 궂은일은 누가 해?”
“아무리 좋아 보이는 일도 정작 직속 상사가 괴롭히면 소용없는 거 아냐?”
“사람마다 우선하는 게 다 다른데, 좋은 일의 기준을 어떻게 찾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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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가 ‘좋은 일, 공정한 노동’ 기획연구를 진행하면서 “좋은 일의 기준을 찾자”고 할 때마다 들려오는 댓글, 의견들이다. 씁쓸하지만 맞는 말이라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희망제작소는 계속해서 ‘좋은 일’ 기준을 찾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도 저 의견들 안에 이미 들어있다. 사람마다 우선하는 기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정규직‧대기업‧고임금과같이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획일적인 좋은 일 기준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화제가 된 SBS 스페셜 ‘요즘 젊은 것들의 사표’(2016.9.11. 방송)만 봐도, 이미 많은 청년들이 저 기준에서 벗어나서 사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옮기다 보면 ‘좋은 일’ 발견할 수 있을까?

문제는 다른 분야, 다른 업계, 다른 조직으로 옮겨서 일해도 또다시 나에게는 나쁜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복불복’으로 직장을 옮기다 보면 ‘좋은 일’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러기 전에 ‘나에게 좋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우선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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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만들었다. ‘좋은 일 기준 찾기’ 보드게임. 오는 10월 6일(목) 오후 4~8시에 은평구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스페이스류에서 열릴 ‘좋은 일 기준 찾기 릴레이 워크숍-나의 일 이야기’의 취준생편에서 처음 선보일 예정인 게임이다.

이전 워크숍에서는 여러 좋은 일의 요건 중에서 나에게 부합하는 내용의 스티커를 골라서 워크시트에 붙이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를 보드게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좋은 일의 요건이라는 게 그냥 마음에 든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려면 나에게 그 일에 진입할 만한 자원이 있어야 한다. 요즘 말로 ’스펙‘일 수도 있고, 취업준비에 전념하기 위한 가족들의 도움일 수도,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다져진 끈기일 수도 있다.

내가 양보할 수 없는 ‘좋은 일’ 우선순위는?

한정된 자원을 고려하면서 좋은 일의 여러 요건 중 몇몇 가지를 골라야 한다면 우선순위를 따질 수밖에 없다. 때로는 서로 다른 카테고리의 요건들을 놓고도 우선순위를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면 ‘정규직’이냐 ‘재미있는 일’이냐, ‘동료 관계가 좋은 일’이냐 ‘칼 퇴근 보장되는 일’이냐는 것 중에서 나에게 더 중요한 것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이것저것 다 양보해도 ‘집에서 가까운 일’은 양보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구직을 하다 보면 이렇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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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본래 1부와 2부로 구성됐다. 1부는 참여자 각자가 자기 스스로의 가치관과 우선순위를 생각하면서 ‘나에게 좋은 일’을 구성해 보기 위한 과정이다. 2부는 사회적으로 좋은 일이 많아지도록 하고, 전반적으로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책과 제도 등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때는 다른 참가자들과 자원을 모아 협력해야 한다.

나에게 맞는 ‘좋은 일’ 찾는 게임

아직은 개발 중이기 때문에 10월 6일 행사에서는 우선 1부만 진행된다. 이날 처음 많은 인원이 해 보는 것이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룰과 진행방식 등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동안은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내용과 룰을 개발해 왔다. 한동안 프린터로 인쇄한 카드와 칩으로, 열띤 토론을 하면서, 때로는 ‘도저히 진행이 안 된다’고 한탄하면서 계속 해 온 결과, 이제 어느 정도 틀을 갖추게 됐다.

이 보드게임을 처음 선보일 [좋은 일 기준 찾기 릴레이 워크숍-나의 일 이야기] 3회는 ‘알고 입사할 권리, 없습니까?’라는 제목이며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다. 꼭 취업 전인 사람들 뿐 아니라 이런저런 일 경험은 있지만 본격적인 ‘내 일’은 아직 준비 중이라거나,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이직을 모색 중인 10~30대까지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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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워크숍은 일방향 강의보다는 함께 참여하는 활동 위주로 구성된다. 그 중 하나가 ‘구인광고 분석’이다. ‘구인광고에 들어있는 정보만으로 과연 충분한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려는 것이다. 훌륭한 구인광고, 어이없는 구인광고 모두 놓고 토론해 본 뒤에 바람직한 모델은 무엇일지 말해 보자는 것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구인‧구직 환경을 위해 무엇이 바뀌어야 할지, 취준생들이 먼저 제안해 볼 수도 있겠다.

분석이 필요한 구인광고에 대한 제보도 받고 있다. 댓글과 메일(joonchigirl@makehope.org)로 제보 받은 구인광고에 대해서는 워크숍에서 분석한 뒤 그 결과를 희망제작소 홈페이지, 블로그 등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근로계약서 작성 연습도 예정돼 있다. 최소한 자신이 서명하는 계약서의 내용이 뭔지는 알아볼 수 있도록, 공인노무사와 함께 주요 내용을 알아본다. 이를 담당할 박성우 노무사(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회장)는 “근로계약서에는 꼭 들어가야 할 6가지가 있는데, 그 의미만 알면 된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간략한 내용을 익힌 뒤 참가자들은 테이블별로 근로계약서를 작성, 분석하는 작업을 해보게 된다. 마지막 순서가 바로 ‘좋은 일 기준 찾기 보드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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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워크숍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행사부터는 보드게임 2부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개발할 예정이다.
4회 워크숍은 오는 11월 3일(목) 오후 5~9시 사이에 서울시 NPO지원센터 대강당에서 비영리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좋은 일에 대한 새삼스러운 고민’이라는 제목으로, 사회적 가치 추구를 위해 직업을 선택했다 해도 다 ‘좋은 일’은 아닌 이유에 대해 탐색해 볼 예정이다.

이어서 5회 워크숍은 같은 장소에서 12월 3일(토)에 같은 장소에서, ‘끝에서 두 번째 일, 좋은 일이려면’이라는 주제로 이직을 생각하는 4060세대를 위해 열린다. 현재는 아래와 같이 취준생 워크숍의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관련내용보기)

글 : 황세원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joonchigirl@makehope.org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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