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우리 마을을 담았네

2013년 2월 15일~16일 희망제작소 뿌리센터는 성북동 마을학교의 일환으로 성북동 커뮤니티 맵핑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15일에는 미국 머해리 의과대 임완수 박사의 ‘세상과 나를 바꾼 지도 만들기’ 특강이 있었고, 16일에는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한 성북동 마을에서 지역주민들과 참가자들이 함께 마을에 숨겨진 자원과 스토리를 발굴하고, 답사를 통해 지도를 만드는 워크숍 과정에 참여하였습니다.

2월 15일(금) 희망제작소 4층 희망모울에서 성북동 커뮤니티 맵핑 특강이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인 저녁 7시에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활동가, 대학생, 대학원생, 직장인 등 60명의 매우 다양한 직종의 참가자들이 커뮤니티 맵핑에 관심을 갖고 강연에 열중하였습니다. 임완수 박사의 간단한 자기소개와 참석자들 전원이 짧게 자기소개를 한 뒤 강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강의 내용은 먼저 커뮤니티 맵핑이란 무엇인지 개념을 소개한 뒤, 임완수 박사가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사례 위주로 구성되었습니다.

지도의 재발견

커뮤니티 맵핑이란 주민과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이 지도를 통해서 관심 지역에 관한 것을 배우고, 소통하고, 계획 및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맵핑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지도라는 것은 공간에 대한 정보를 약속된 기호로 시각화한 것을 말하는데, 이런 기존의 지도 위에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특성화된 지도로 재편성 하는 것을 커뮤니티 맵핑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커뮤니티 맵핑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를 이해하고 지역과 이웃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됩니다.

첫 번째로 발표한 프로젝트 사례는 10대 학생들과 함께한 <IAMSOCIO>입니다. <IAMSOCIO> 프로젝트는 취약계층인 히스페닉 학생들과 함께 진행되었고, 학교 혹은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개선되어야 할 사항들을 커뮤니티 맵핑을 통해 기록하고 데이터화하는 작업이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학생들에게 커뮤니티 맵핑은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개개인이 사회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IAMSOCIO> 프로젝트는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전역을 덮쳤을 때, 주유가 가능한 주유소를 찾아 데이터로 만든 커뮤니티 맵핑을 통해 정부와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한국의 사례들을 소개하며 대학로에서 장애인들이 직접 자신들이 이용 가능한 공간들을 맵핑 해보는 프로젝트 사례와 성북동에서 초등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하여 동네 유해시설을 찾은 사례 등을 소개하였습니다.

강연 중 임완수 박사는 위의 사례들을 통해 커뮤니티 맵핑이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역할 이상의 의미가 되기 위해 지역주민들, 특히 지역의 소외계층 등 커뮤니티에 직접 속해 있는 사람들의 참여가 선행되어야만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참여를 통해 관련된 데이터들을 커뮤니티 구성원(지역주민)들이 직접 수집하게 되면 기존에 행정에서 해 왔던 것보다 더욱 접근이 용이하며 언제든 수정이 가능한 살아있는 데이터가 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커뮤니티 맵핑은 소외계층 교육과 역량강화에 기여할 수 있고, 정보 접근에 공평성을 부여할 수 있으며, 복잡한 절차를 거쳐 정부에서 해결해 왔던 문제들을 시민참여를 통해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열람 가능하다는 등의 장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커뮤니티 맵핑을 통해 도심의 빈 공간 및 텃밭을 함께 조사하여 취득된 데이터를 가지고 텃밭의 수요와 텃밭을 활용하는 사람들 간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이외에도 도심의 쓰레기 투기지역을 맵핑 작업을 통해 시각화하여 도심 속에 합법적으로 지정된 쓰레기 처리시설과 무단으로 투기되는 지점의 자료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무단으로 쓰레기가 투기되는 지점을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 처리시설을 필요로 하는 장소로 해석하여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맵핑 작업은 실질적이고 정확한 자료 구축이 가능하고, 정보 습득을 통해 지역사회의 관심과 이해를 높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참가자가 참여를 통해 자기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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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을 담은 지도 그리기

금요일 강연에 이어 2월 16일(토)에도 많은 분들이 성북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이날 워크숍에는 20~30대의 젊은 참가자들로 인해 활기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으며, 성북동 마을학교 수강생을 포함한 지역 주민 13명도 참여하였습니다. 희망제작소에서 성북동 지역 현황과 역사문화자원에 대해 소개하고, 워크숍 주제 및 조편성 방법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커뮤니티 맵핑 주제는 ‘오래된 것 찾기’, ‘유휴자원 찾기’, ‘사람자원 찾기’, ‘개선이 필요한 곳 찾기’의 크게 네 가지로서, 각각의 주제에 대해 설명하면 ‘오래된 것 찾기’는 오래된 가게, 오래된 집, 오래된 길, 오래된 나무, 오래된 장소 등이 있으며, ‘유휴자원 찾기’는 빈집, 빈가게, 빈공공시설, 버려진 시설물, 자투리땅 등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사람자원 찾기’는 지역에서 오래사신 분이나 지역역사 전문가,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기술자/만물수리꾼, 지역활동가/자원봉사자 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선이 필요한 곳 찾기’는 보행이 불편한 곳, 장애인접근성이 좋지 않은 곳, 주차위반 지역, 환경오염 지역이 있습니다.

전날에 이어 약 한 시간에 걸쳐 임완수 박사의 커뮤니티 맵핑 사례와 맵핑 방법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 후, 네 가지 다른 주제에 대해 참가자들의 선호도를 반영하여 조를 편성했습니다. 지역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A~E의 5개의 구역을 설정하였습니다. 조별로 지역주민이나 지역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최소한 한 명씩 포함되도록 하여 지역에 대한 이해를 도왔으며,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가진 참가자가 각 조에 골고루 들어갈 수 있도록 한 조에 4명 정도의 인원으로 편성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조 편성 과정을 통해 ‘오래된 것 찾기’ 5개조, ‘유휴자원 찾기’ 4개조, ‘사람자원 찾기’ 1개조, ‘개선이 필요한 곳 찾기’ 3개조의 총 13개조를 편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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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를 편성한 후 2시간 정도 현장답사를 진행했습니다. 조에 따라 답사구역이 성북동 주민센터에서 멀리 떨어진 경우도 있었고, 날씨도 쌀쌀했지만 참가자들은 열정적으로 성북동 구석구석을 탐방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현장답사 시간동안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사진을 찍고 관련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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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베이스캠프인 성북동 주민센터로 돌아와 조별로 간단히 미팅을 하면서 답사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발표를 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발표시간에는 참가자마다 느낀 점과 커뮤니티매핑을 하면서 불편하거나 개선할 점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활동 후기와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 ‘오래된 것 찾기’ 조와 답사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성북동의 골목길이 아름답고, 서울에서 이젠 찾기 힘들어진 우리들의 옛 모습을 발견한 것 같다.”며 반가워하셨습니다. 한편, 아파트 단지와 달리 단독주택이 많은 환경 때문에 쓰레기 분리시설이 부족하고, 길 곳곳에 방치되어 있는 쓰레기 문제를 지적해 주셨습니다. ‘유휴자원 찾기’ 조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버려진 공간을 활용해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개선이 필요한 곳 찾기’ 조에서는 골목의 경사가 장애인들의 보행에 불편하고 겨울철의 결빙을 위험한 부분으로 지적해 주셨습니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 거주하고 생활하는 주민 입장에서는 정말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외에도 한국에 커뮤니티 맵핑 센터가 설립되면 커뮤니티 맵핑 과정을 구체적으로 교육받고 싶다는 희망자도 있었고, 사진이 첨부되는 기존의 맵핑 작업에서 더 발전하여,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의 스토리를 맵핑과 이어 보는 방법을 제시한 의견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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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커뮤니티 맵핑은 오래된 가게, 빈집, 자투리땅, 지역에서 오랫동안 거주하신 분 등 지역에 숨겨진 자원을 찾는 과정이었고,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알 수 있는 주변의 문제들을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민활동가, 대학생, 직장인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지역주민과 함께하며 서로에 대해 알고, 성북동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임완수 박사가 강연 중에 했던 말처럼 커뮤니티 맵핑 과정 자체가 ‘Connecting People, Connecting Community’인 것 같습니다.

서울이란 빠르게 변화하는 거대한 도시 속에서 성북동은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 풍경과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반갑고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날 많은 분들이 공감했던 성북동의 아름다움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다른 여러 지역에 전파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철거를 통한 재개발보다는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한 대안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현재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보존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주체를 고려한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고요.

글_ 장우연 (뿌리센터 연구원 wy_chang@makehope.org)
      김지한 (뿌리센터 인턴연구원
rootintern1@makehope.org)
      김민규 (뿌리센터인턴연구원(
rootintern2@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