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방자치 20년, 주민참여 확대해야

2015년 지방자치 20년을 맞이해 지방자치의 현황과 성과, 과제를 살펴보는 자리가 최근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20년이란 햇수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모두 선거로 선출한 1995년 6월 27일을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의 시작으로 통상 보기 때문이다. 자치입법, 자치인사, 자치재정 등 여러 측면에서 지방자치를 평가하려는 시도가 올해 상반기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있었다. 행정자치부도 올해 초 ‘지방자치 20년 평가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평가 작업에 착수했다.

■ 읽어볼 만한 자료


– 연구보고서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 분석>
서울연구원 <지방자치 20년의 평가와 향후 과제>

– 기사
시사인 <‘지방정부 20년’ 시민의 삶 어떻게 바뀌었을까?>
연합뉴스 <민선자치 20년>


하지만 지방자치의 당사자이자 이해관계자인 주민들이 지방자치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2014년 실시한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 분석’ 결과를 보면 국민의 86.8%가 지방자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는 반대로, 국민 중 63.2%는 지방자치가 잘되지 못한다고 응답하였다. 지방자치는 당연하지만 현재 잘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평가에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어느 정도 수긍하는 편이다. 박우섭 인천광역시 남구청장은 “초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관심사가 주로 도시건설과 관련한 것이었다면 최근 관심사의 범위가 사회적경제, 평생학습 등으로 다양해지는 것만 보더라도, 지방자치가 제대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직접 지방자치를 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지방자치의 내용은 좋아졌는데 지방자치의 과정과 결과가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자치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 만족도와 행복도를 높이지 못한 이유로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주민은 지역에서 관리의 대상이 아닌 스스로 참여하고 결정하며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주체일 때에 비로소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데, 지금까지의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의 지침을 처리하거나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데 온정신을 쏟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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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호 목민광장 특집좌담. 왼쪽부터 송창석 (사)거버넌스센터 교육원장,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차성수 목민관클럽 공동대표, 염태영 수원시장,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런 비판을 받아들인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참여를 기조로 행정의 틀을 재편하고 있다. 수원시는 민선5기부터 주민참여예산제, 시민창안제, 시민배심원제, 도시계획시민기획단, 공감토론 등 다수의 시민참여제도를 갖추어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고, 서울 성북구는 지난 5월 마을민주주의 원년을 선포하며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주민을 전체의 3%, 간접참여 층을 3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공론의 장에 주민들이 잘 참여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부동산과 같이 개인의 이익이 첨예하게 걸려 있는 사안이 아니고서야 주민들의 관심을 환기할만한 의제 설정이 쉽지 않고, 주민들로서는 본인의 참여로 지역의 변화를 지켜보거나 성취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제도 측면에서도 이전에 비해 주민들이 지역 일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제도화한 편이지만,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거나 주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주민과 행정 서로가 함께 문제를 풀어나간 경험도 적다.

지방자치를 위한 제도 개혁 노력과 동시에 주민들이 지역의 일과 자신의 생활을 결부시킬 수 있도록 알리고 참여를 북돋우는 일이 중요하다. 또한 주민들은 어린 시절부터 공공선에 대해 이해하고 민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의사소통능력을 훈련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의 발전은 지방자치의 주체인 주민의 인식수준과 궤도를 같이 한다. 지방자치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주민교육이기도 하므로, 지방정부는 주민에게 지역의 사안을 알리고 교감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글_ 이민영 정책그룹 선임연구원 / mignon@makehope.org

* 위 글은 제8호 목민광장 특집좌담 <지방자치 20년 평가와 자치분권의 나아갈 길>을 주로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