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두 명의 필자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일들을 소개합니다.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되길 바랍니다.

혁신·교육思考
(1) 지식을 P2P하는 대학 – P2PU

2000년대 초반 온라인을 통해 음악 파일을 공유하는 서비스로 대표적이었던 소리바다를 아는 사람은 P2P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 P2P는 ‘Peer to Peer’의 줄임말로 ‘개인과 개인 간’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소리바다의 경우 개인끼리 파일을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P2P 서비스로 불린다.)

대학을 P2P로 만들 수 있을까? 교수 없이 또래 간 학습체계를 통해 대학을 만들고자 시도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미국 <P2PU>(Peer to Peer University)이다. <P2PU>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등록된 비영리기구이나?스스로는 ‘커뮤니티’라고 소개하고 있다.

<P2PU>는 스스로를 제도적인 장변의 밖에서 일어나는 교육을 조직하고, 학습자들에게 자신들의 성취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풀뿌리 열린 교육 프로젝트’이다. 전통적이고 정형화된 고등교육과 다른 평생학습 모델을 만들려고 하며, 온라인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교육 자료를 활용하여 양질이지만 비용이 적게 드는 교육 기회를 만들고 있다.

”사용자

3가지 가치와 또래학습

<P2PU>는 이를 구현함에 있어 3가지의 가치를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개방성, 학습 공동체, 또래학습이다.

1) 개방성(Openness): <P2PU>는 개방성이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모든 콘텐츠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학습 모델과 기술까지 열려 있어 누구나 이를 활용한 새로운 교육 모델 실험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2) 학습 공동체(Community): <P2PU>는 공동체 중심으로 운영되며, 지배 구조 역시 이를 반영한다고 한다.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조직되는데, 자원봉사자들은 모든 측면에 관여할 수 있다. 커뮤니티의 모든 의견에 귀를 기울여 양질의 교육 과정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3) 또래학습(Peer Learning): <P2PU>는 또래들끼리 가르치고 배우는 시스템이며, 누구나 배울만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선생이자 학생이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이 나의 학습뿐 아니라 타인의 학습에도 책임감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P2PU>가 말하는 ‘또래학습’이란 무엇인지 조금 더 살펴보자.
<P2PU>는 모든 사람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사람들을 연결하여 각자가 아는 것을 공유함으로써 학습이 일어나고, 그 둘 모두가 향상되는 데 도움이 될만한 피드백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사용자

1) 모든 사람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헤드라인 작가일 수 있고, 누군가는 협상가일 수 있고, 누군가는 전시회 디자이너일 수 있다. 코스에 참여하는 누구나 자신의 전문성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으며, 그 전문성이란 학위와 직업으로 인증된 것이 아니어도 된다. 빵을 굽는 것조차도 전문성의 한 영역이 아니냐며 반문한다.

2) 사람들이 연결되고 공유됨으로써 배운다: <P2PU>의 모든 과정에서 사람들은 다른 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고 나누도록 요청된다. 강좌나 학교의 모든 과정의 경우 사람들은 타인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자신들의 작업의 결과물을 공유하도록 요청된다.

3) 발전을 위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P2PU>는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 역시 하나의 학습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뱃지 시스템을 도입하였고, 누군가 프로젝트를 개설할 때 다른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개설한 사람에게 배움을 확장할 수 있는 피드백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장점, 의문점, 우려점으로 나뉜 피드백을 받아봄으로써 개인들의 성장에 이바지하고  대화를 통해 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P2PU>의 강좌와 스쿨

그렇다면 이런 가치와 원칙을 실제로 어떻게 구현하고 있을까? <P2PU>의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현재 개설된 강좌들은 200여 개를 훨씬 넘는다. 강좌들은 누구나 개설할 수 있으며, 기존의 제도권 대학에서 개설된 강좌도 간혹 보이곤 한다. 개설된 강좌는 개별 페이지를 가지게 되는데, 이 페이지에서는 강좌에 대한 기본 소개와 마련된 콘텐츠, 그리고 토론 내용, 참여하는 수강자와 강좌를 개설한 사람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

강좌들을 좀 더 큰 테마로 모아서 일정한 영역을 지어 주기도 하는데, 이렇게 영역이 구분되어 ‘스쿨’이라는 개념이 탄생한다. 스쿨 역시 개방성과 또래학습 커뮤니티라는 원칙에서 운영되는데, 해당 주제에 맞는 강좌들을 묶어서 제공한다. 기관과 협력하여 운영하기도 하며 이 기관들은 핵심 역량과 발전 단계를 수립하는데 협력한다.
현재 6개의 스쿨이 마련되어 있는데, 각 스쿨은 아래와 같다.

▶ 데이터 스쿨(School of Data, Open Knowledge Foundation과 협력)
▶ 교육 스쿨(School of Ed, K12 Handhelds과 협력)
▶ 수학의 미래 스쿨(School of the Mathematical Future, Planet Math와 협력)
▶ 오픈에 관한 스쿨(School of Open, Creative Commons와 협력)
▶ 사회혁신 스쿨(School of Social Innovation, Citizen Circles과 협력)
▶ 웹 기술 스쿨(School of Webcraft, Mozilla와 협력)

아직 다양한 스쿨이 개설되지 않은 것이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점이랄까. 또한 기술적인 주제들의 스쿨과 강좌가 많은 것이 조금 아쉽다.

<P2PU>는 MIT와도 협력하여 파이선(Python)과 창조적 학습 및 데이터 기술을 다루는 온라인 공개 수업(MOOC, Masive Open Online Course)도 운영하고 있다.

<P2PU>의 실험과 도전, 지역 공동체에서 어떻게 적용해볼 수가 있을까?

공유를 통한 상호학습을 만들어 내는데 있어 <P2PU>는 인터넷을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접근 가능한 콘텐츠들을 공유함으로써 해당 주제에 대한 관심자들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들고 있고, 보상 체계를 만드는 데 있어서도 뱃지라는 시스템을 활용하여 명예를 부여하고 있다.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마스터와 교수가 없는 데도 지식을 공유하는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은 제도권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 공동체 안에서 상호학습과 또래학습이 가능한 체계를 만든다는 점에 있어서는 살펴볼  만한 사례라 생각되며, 지역 안에서 다양한 기관들이 새로운 주제의 새로운 스쿨을 만들고 발전해 갈 수 있는 학습의 길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참고해볼 만한 사례이다.

지역 공동체 안에서 각자가 지닌 전문성을 공유하는 상호학습 체계를 만든다고 할 때, 독특한 전문성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정의하고, 그와 관련하여 기여할 수 있는 멤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보인다. 이 점에서는 ‘대학’이라고 하는 용어를 좀 더 창의적으로 해석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역 주민들의 관심사를 잘 담아내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뱃지 시스템과 상호 피드백에 있어서는 작은 지역 공동체 단위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덜 매력적일 수 있고, 줄 수 있는 피드백의 질과 양에서 한계가 있을 수도 있으리라 예상된다. 온라인을 통해 제공되는 피드백 외에 오프라인 커뮤니티의 보상과 조언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고, 이런 측면에서는 열정과 경험이 풍부한 자문그룹이나 자원봉사자 그룹을 조성하고 이들을 통해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보완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글_ 이성은 (다음세대재단 유스보이스 프로젝트 담당자)

* 이 글은 수원시평생학습관 평생학습 아카이브 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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