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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사회혁신센터여행사공공의 야심작 ‘세계사회혁신탐방(Social Innovation Road)’은 대륙별 사회혁신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사회혁신의 세계적 동향을 파악하고 사례별 구체적인 방법론을 습득할 수 있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입니다. 7월 8일~14일 진행된 세계사회혁신탐방 Asia 1기 원정대는 사회혁신을 위한 다양한 실험이 벌어지고 있는 홍콩과 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우리 함께,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계사회혁신탐방 Asia 1기 원정대의 사회혁신 탐방기를 연재합니다.


⑥ 세계사회혁신탐방기 지역의 중심이 된 낡은 블루하우스

블루하우스는 완차이 지역의 상징이며, 끈끈한 연대로 묶여 있는 완차이 주민공동체의 증거이다. 화려한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역사적 사건의 배경이 된 건물도 아니다. 쓰러져가는 듯이 보이는 오래된 낡은 건물이 어떻게 지역의 구심점이 된 걸까? 연수단은 호기심과 여러 궁금증을 안고 블루하우스를 방문하였다.

블루하우스는 4층 건물로 외벽이 파란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어 블루하우스라고 불려진다. 파란색을 쓴 것은 도색할 당시 남아있던 페인트가 파란색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언가 숨겨진 스토리가 있을 것 같았는데, 너무나 소박한 이유를 듣고 나니 웃음마저 나왔다. 중국식과 서양식의 그 무언가가 조화롭게 섞인 100년 가까이 된 이 오래된 건물에는 놀랍게도 여러 세대가 살고 있었다. 몇몇 가구는 부엌을 공유한다. 아직도 수세식 화장실 시설이 없어서 배설물을 수거하는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2006년도에 홍콩정부는 완차이 구도심 지역의 재개발을 결정하고 블루하우스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철거를 명령한다. 그러나 완차이 지역 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완차이 주민들은 블루하우스가 신구가 어울려 전통의 기억들을 향유할 수 있는 지역 특성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물이라고 판단했다. 4대가 연속으로 한 집에 거주할 만큼 전통과 역사가 있는 곳을 함부로 철거할 수는 없으며 더군다나 주민들이 이주를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완차이 주민들은 도시 전문가, 문화 연구자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홍콩 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지, 건물을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모습으로 활용할 수는 없을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곧 홍콩 지식인 사회의 지지를 얻게 되고, 건물을 새롭게 활용할 대안을 만들어 공동으로 도시계획위원회를 설득하여 건물 보존 결정을 이끌어 내게 된다.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곳을 문화재로 만들어 보존하는 것보다 살아있는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살리자는 취지가 공감을 얻은 것이다.

블루하우스계획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주민들과, 건축가, 교수와 예술가들이 한곳에 모여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건물 수리에 착수했고, 저렴하게 월세를 책정하여 원주민들의 생활을 보조하였다. 건물 1층에 지역 전통을 보존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여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지금은 젊은 예술가들이 입주하여 완차이 지역을 주제로 한 예술작품활동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블루하우스계획에 의하면 시민 식당을 개업 할 예정이다. 지역 주민을 주방장으로 고용하고 전통적인 지역 음식을 서비스하여 이곳을 찾아오는 내외국인에게 판매가 이루어 질 것이라고 한다. 메뉴판은 스토리 북으로 제작하여 모든 요리의 배경에 이 지역의 역사 문화적 흔적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또한 주민을 문화해설사로 양성하여 블루하우스를 방문하는 초중고 학생들이게 홍콩의 역사와 생활상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블루하우스계획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루하우스는 단순히 건물이 아니라, 이웃 간의 정과 마을 공동체를 공고히 하는 상징이며, 외부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블루하우스계획을 총괄하고 있는 Szete 교수는 오늘의 이 모습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며 주민들과 수없이 토론하고 정부와의 협상 과정을 거쳐 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며 그간의 소감을 전해주었다. 다른 지역에서 지역자산 보존 시도가 실패했기 때문에 오히려 실패한 사람들이 블루하우스에 모여 힘을 실어 주었다고도 말했다. 그렇기에 블루하우스 계획의 최종 목적은 시민들이 스스로 자기 삶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블루하우스 방문은 연수단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몇 평의 공간에서 끊임없이 창조적인 아이디어들이 샘솟고 실행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마주하니, 완차이 주민들이 이 건물에 애착을 갖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완차이 주민들이 승리 할 수 있었던 것은 블루하우스를 단순히 관광 자원으로 국한하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연속체로 보았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을 외부자원들과 연결하여 큰 울림으로 만들었다. 그 정신을 잊지 않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도 큰 시사점을 준다.  

마을에는 구심점이 필요하다. 블루하우스는 건물로서는 그 생명을 다 했을지도 모르나 언제까지나 완차이 지역의 정신적인 지주로서 그 역할을 다 할 것이다. 홍콩 사회에 또 다른 블루하우스들이 생길 수 있게 되기를, 그러한 큰 울림이 우리에게도 전해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글_ 곽현지 (사회혁신센터 팀장 trust01@makehope.org)

연재목록
1) 기묘한 공존의 도시, 홍콩 샴 수이 포
2) 홍콩 샴 수이 포의 특별한 지역운동
3) 창조 도시로 재탄생한 홍콩 코우룬
4) 사회혁신가가 자라는 ‘홍콩창의학교’
5) 홍콩 완차이, 지역사회를 살린 비결
6) 지역의 중심이 된 낡은 블루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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