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 지역의 차이를 알면 술이 보인다

이용규의 Dirty is beautiful

일전에 설명을 했지만 술은 지역이자 곧 문화다. 술, 지역, 문화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독특성(uniqueness)이다. 이 독특성에 해당하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개성, 독자성, 자율, 차이, 다름, 구별, 장소성, 진정성, 특수성 등이 있다. 비단 스카치위스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술도 마찬가지이다.

막걸리도 그 제조장소와 물맛, 제조방법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서울장수막걸리’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서울탁주제조협회 – 6개의 막걸리제조 회원사의 연합형태 – 라는 곳에서 만든 막걸리 브랜드로 서울지역 총 여섯 군데 막걸리 제조장(영등포연합제조장, 구로연합제조장, 강동연합제조장, 서부연합제조장, 도봉연합제조장, 태능연합제조장)에서 각기 장수막걸리를 생산한다.

이와 같이 동일한 브랜드를 쓰는 장수막걸리조차도 제조장이 어디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아무리 표준화된 제조법을 쓰더라도 물이 다르면 맛에 있어 조금씩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수막걸리라는 상표를 보고 똑같은 막걸리를 마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서부연합제조장에서 생산된 것을 찾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태능연합제조장 것을 찾기도 한다. 하기야 술맛이 모두 같으면 무슨 재미로 술을 마시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필자는 조금씩 다른 소주가 나오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위스키에 대한 정의


[##_1L|1291937050.jpg|width=”250″ height=”380″ alt=”?”|싱글몰트 스카치 위스키 분포도_##]현재 스코틀랜드에서 가동 중인 증류소를 기준으로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의 종류는 100여종에 이르며 법적으로는 스카치위스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첫째, 반드시 스코틀랜드 증류소에서 물과 맥아를 이용해 증류해야만 한다.
둘째, 원재료의 향이 들어있어야 하며 반드시 94.8% 이하의 알콜 농도를 가진 채 숙성되어야 한다.
셋째, 반드시 스코틀랜드에서 3년 이상, 오크(oak) 통에서 숙성되어야 한다
넷째, 물과 캐러멜 색 이외에 어떤 물질도 첨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다섯째, 병입(甁入)시 40% 이상의 알콜 농도를 유지해야 함


– 스카치 위스키 법, 1988년-

지역별로 맛, 향, 색이 모두 다를지라도 위의 기준을 충족시켜야 만 스카치위스키라 불릴 수 있다.

이 그림은 스코틀랜드 전역에 걸쳐있는 싱글몰트 위스키 분포도다. 가장 남쪽에 위치한 위그타운(Wigtown)의 블라드노흐(Bladnoch)로부터 가장 북쪽에 위치한 오크니섬(Orkney island)의 하이랜드 파크(Highland Park)에 이르기까지 싱글몰트 위스키가 스코틀랜드 전 지역에 걸쳐 증류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글몰트위스키의 분포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는 크게 4개의 권역으로 나뉜다. 첫째, 스코틀랜드 남부 지역으로 에딘버러(Edinburgh)를 포함한 남쪽을 로우랜드(Low land), 둘째, 에딘버러 북부지역을 하이랜드 셋째, 하이랜드 가운데 특히 강과 계곡이 많아 증류소가 대량으로 몰려 있는 지역을 스페이드사이드(speyside)라 칭한다. 넷째로는 스코틀랜드의 서남부의 섬들이 몰려있는 아일라(lsly) 지역이다.


[##_1C|1059209904.jpg|width=”450″ height=”382″ alt=”?”|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의 지역구분_##]

술은 물이 중요하다


이 가운데 오늘은 스페이사이드(speyside) 지역을 알아보기로 하자

이 지역을 흐르는 대표적인 강 이름이 리벳(River Livet)이다. 리벳 강은 연중 비가 많이 오고 겨울에는 폭설이 쏟아지는 만큼 수량이 풍부하며 유속 또한 빠르다. 따라서 스페이사이드는 위스키를 위한 천혜의 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계곡이 곳곳에 분포하며 증류소들 또한 대부분 계곡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사람의 손때가 거의 묻지 않은 황량한 초지와 야생의 상태를 거의 유지한 이곳이 바로 깨끗한 물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스코티쉬어로 계곡이라는 단어를 글렌(Glen)이라 한다. 그래서 스페이사이드에서 증류된 대부분의 싱글몰트 위스키 이름에 글렌이라는 말이 붙는다. 글렌피딕, 글렌모레이, 글렌그란트, 글렌로흐, 글렌스페이, 글렌둘란 등등 생산되는 싱글몰트의 1/3에 이 말이 붙는다. 이 가운데 특히 한국에 가장 잘 알려진 글렌피딕(Glenfiddich)은 증류소가 스페이사이드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싱글몰트위스키 가운데 하나다.

1886년 윌리엄 그란트가 회사를 설립했고 1887년 크리스마스에 처음 출시되었다. 현재 약 180개국에 수출되고 있고 전 세계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에 35%를 점유하고 있다. 700리터짜리 오크통을 약 200만개 가지고 있으니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글렌피딕이라는 말도 글렌은 계곡이라는 의미, 피딕은 강 이름이다.

이 곳 스페이드 사이드는 위스키에 대한 기록이 처음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위스키가 기록상으로 맨 처음 등장한 시기가 1494년이다. 대부분의 위스키 연구자들에 의하면 스코틀랜드에 처음 위스키가 등장하게 된 것은 아일랜드(Ireland)로부터 시작됐으며 이 가운데 특히 켈틱교회의 수도사들이 위스키를 가지고 들어왔다고 한다.

이 수도사들이 가지고 온 의학서적을 맥비(MacVey)가문의 비튼(Beaton)이라는 스코틀랜드 의사가 번역하여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처음으로 증류법을 익히게 된다. 초창기의 위스키는 주로 의학용으로 사용되었다. 이 당시 위스키는 거의 독주(liqueurs)에 가까워 사람들은 벌꿀이나 허브의 향을 첨가하여 마셨다고 하니 이때까지의 위스키는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위스키와는 맛과 향에 있어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1644년 스코틀랜드 정부가 처음 위스키에 세금을 부과하게 되어 위스키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게 되었으며 1755년에 사무엘 존스 박사(Dr, Samuel Johnson)가 편찬한 백과사전에 이 위스키(whisky)라는 말이 처음 등재됨으로써 본격적인 위스키의 장이 열리게 된 것이다.

글_ 이용규 (희망제작소 기획1팀장)

사북 석탄유물보존위 활동중이며 여우와 토끼 2마리를 키우고 있다. 싱글몰트위스키에 순결을 빼앗겨 헤어나지 못하고 이제는 더불어 살고 있다.
돈 한 푼 없이 농촌에서 일주일 이상 살며 오히려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가끔 공무원과 싸워서 물의를 일으키고, 또 가끔은 희망제작소에 금전적 손해를 입혀 Stone Eye라고 한다. 석탄박물관 근처에서 위스키에 대한 글도 쓰고 실제 장사도 하면서 유유자적 신나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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