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인연입니다

희망제작소 1004클럽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내가 즐거운 방법,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 세상을 바꾸는 가장 매력적인 기부를 실천하기 위해 기부자가 모금 방법을 결정하는 맞춤형 기부 커뮤니티입니다.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기부 천사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444번으로 하겠습니다. 1004클럽 고유번호를 이것으로 해 주십시오.”

어느 날, 희망제작소 후원회원 프로그램 ‘김치찌개데이’에 한 스님이 참가했다. 희망제작소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각 층마다 부서 소개를 받으면서 둘러보게 된다. 사무실을 돌던 참가자들이 3층 1004클럽 기부자벽 앞에 섰다.

“1004클럽은 희망제작소와 함께 우리 사회를 바꿔나가는 소셜디자이너들의 커뮤니티 공간입니다. 기부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기부방법을 찾아서 후원하게 됩니다. 기부 스토리들이 참 재미있지요? 기부방법도 다양하지만 기부자벽에 자신만의 고유번호를 부여해서 쉽게 기억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눔의 기회를 줄 수 있게 합니다.”

설명을 들으면서 한참 쳐다보고 있던 스님은 그 자리에서 자신도 1004클럽의 후원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고유번호는 남들이 꺼리는 444번을 선택했다. 죽음을 가까이에 두고 명상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스님의 기부방법은 매일 108배를 하면서 한 번 절을 할 때마다 100원씩 적립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난 후원회원이 경남 고성군 옥천사 청련암에서 온 원명스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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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 스님

스님의 명함에 있는 직함은 ‘사회복지법인 정토만일회 보리수동산 사회복지사 원명’이다. 그 옆에는 ‘아이 한 명이 자라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합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적혀있다. 보리수동산은 청련암 승욱 스님이 설립한 보육시설이다. 만 18세 미만 아이들이 60명 정도 함께 살면서 좋은 인연으로 사랑의 꽃을 피워가고 있다. 원명스님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사 공부를 마치고 이곳에서 3년 동안 일을 도왔다.

원명 스님은 지난 2011년 4월 1004클럽 후원회원들과 터키, 그리스 탐방을 다녀왔다. 불가에 몸을 담고 있지만 다른 종교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특히 터키는 기독교 성지순례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그때 원명스님은 전문가로 동행한 한국외대 그리스 발칸어학과 유재원 교수님을 알게 됐다. 유 교수는 ‘한국-그리스 친선협회 회장’과 ‘한국 카잔차키스학회 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1004클럽에서 맺은 인연으로 ‘한국 카잔차키스학회’에서 심포지엄을 열었을 때 원명스님이 성 프란체스카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한 적도 있다.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맺고, 또 다른 인연은 종교를 초월한 범우주인으로 비상하게 되는 것 같다.

원명 스님의 명함 뒤에는 존 레논의 Imagine 노래 가사가 씌어져 있다.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봐요
하려고 한다면 그건 쉬운 일이죠
발아래 지옥도 없고
우리 위엔 하늘만 있는
마음으로 그려봐요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보자.

글_ 시민사업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