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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건물붕괴 사고를 시작으로 한 해 동안 한국사회에서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시민의 관심은 어느 때 보다도 높아 다양한 기관 및 단체에서 안전관련 사업 및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시민이 지속적으로 지역과 국가의 안전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안전정책에 시민의 참여와 관심이 높은 캐나다 사례를 살펴보면서 ‘안전 거버넌스’를 통해 지역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세계적으로 기존의 자연재난 이외에 화재, 붕괴, 폭발, 교통사고, 전염병, 환경오염 등의 인적재난과 사회재난이 점차 복합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재난 대책만으로는 모든 부분에 걸쳐 시민의 안전에 대한 욕구를 더 이상 충족하기 힘든 한계 시점에 와 있다.

재난의 단계를 ‘예방 – 대비 – 대응 – 복구’ 4단계로 구분할 때, 그동안 한국정부는 재난이나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주로 대응과 복구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사전에 재난과 사고를 예방하고 대비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안전 거버넌스’는 재난과 사고를 예방하고 대비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재난 및 안전관리에 있어 시민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구조와 내용을 담고 있다.

‘안전 거버넌스’란 일상생활 또는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재난과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시민, 전문가, 지역 기관 및 단체 등이 참여하여 자발적으로 지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하는 안전협의체를 의미한다.

(내용 출처/안전리더육성 심화과정 교제(2012). 서울특별시, 대한적십자사)

캐나다 안전 거버넌스의 특징은 주로 민간주도이며 관에서 주도하는 거버넌스의 경우 적극적인 시민의 참여를 유도한다. 강조하는 분야가 어디인지에 따라 범죄, 건강, 교통, 유해산업물, 환경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Canada’s Platform for Disaster Risk Reduction(DRR)

DRR은 2009년에 캐나다의 재해경감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 공공, 개인, 학계, 시민사회, 기업과 원주민 그룹 등의 조합-이 모여서 만든 국가적 플랫폼이다. 재난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연구와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지역의 방재를 위한 주민참여 네트워크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국가위기에 대비하여 자원봉사 그룹의 발전과 협업능력을 향상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사진출처: Fourth Annual National Roundtable on Disaster Risk Reduction. Final Report 2013>

DRR의 활동 중 ‘Annual Roundtable’은 시민참여 원탁토론회로 해외에도 많이 알려졌다. 매년 캐나다 전역을 돌면서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국가위기 경감을 위한 이슈와 정보를 논의한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위기경감에 관심 있는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다.

Canada Safety Council

CSC는 1968년에 만들어졌으며 캐나다 전 지역을 대상으로 주로 안전문화를 확산을 목적으로 한 비영리단체이다. 주요한 활동은 안전교육을 위한 강사양성과 분야별 안전 캠페인이다. 오토바이, 자전거 안전, 안전운전 습관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교통안전부터 어린이들을 위한 안전교육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안전이슈 해결방안에 관해 정부 및 민간영역과 함께 연구하며, 안전에 관련된 정기간행물 및 도서도 출판하고 있다.

<사진출처: Canada Safety Council 홈페이지>

Safe Communities Canada

캐나다의 ‘안전 커뮤니티’는 ‘Parachute‘라는 단체에서 캐나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건강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 대학의 공중보건학교와 협력하여 진행하는 인증 프로그램이다. 캐나다의 64개 지역에서 ‘안전 커뮤니티’로 인증 받아 활동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주로 마을과 일터에서 재해를 막고 건강을 지키며 안전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Parachute에서는 안전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거버넌스 구축 및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출처: Parachute 홈페이지>

*이전에 협력안전도시사업을 주도하던 Safe Communities Canada는 2012년 다른 캐나다의 안전관련 시민단체들과 연합해서 Parachute를 만들었다.

Crime Prevention Ottawa

Crime Prevention Ottawa는 범죄를 줄이고 더욱 안전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서 오타와 지역 거주민, 정부, 경찰, 학교 위원회, 기업, 커뮤니티 서비스, 어린이 보호를 위한 단체 및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 범죄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시행하고 있고, 자발적으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툴킷(Toolkit)을 커뮤니티 그룹에 제공해서 장기적인 범죄예방을 위한 펀딩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범죄예방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1년에 1회 이상 열리는 ‘커뮤니티 포럼’을 통해 범죄안전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한 모니터링과 평가회도 가진다. 오타와 지역의 다양한 그룹이 -영어, 프랑스어 커뮤니티, 젠더, 도농 커뮤니티, 청년, 시니어 그룹 등- 참여하고 있다.

<사진출처: Crime Prevention Ottawa 홈페이지>

캐나다의 ‘안전 거버넌스’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재해, 사고, 범죄 등으로부터 시민을 지키는 안전 거버넌스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 (환경오염 감시, 수자원 관리 등)에서 인간의 생명을 관리하는 거버넌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안에 따라 거버넌스의 역할이 세분화되었고 활동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고 전문화된 것을 알 수 있다.

가치와 철학을 담은 안전 거버넌스가 필요

국내에는 많은 지역에서 중앙정부가 주도한 의용소방대, 자율방재단 등이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전문화운동추진협의회’라는 단체의 활동 또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은 추진동력은 있지만, 구성원의 자발성 부족으로 사업의 지속성과 연속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더 높은 수준의 안전을 이루려면 지역 실정에 밝은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지역에 적합한 과제들을 발굴하고 대처해나가야 한다.

지속가능한 안전 거버넌스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공동의 가치와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 지역의 위험 요인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바탕으로 지역주민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 안전 프로그램의 평가와 개선을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최근에 ‘생활안전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지역을 이해하고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와 원인을 파악하는 것. 그리고 지속적으로 지역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이다.

글_ 이경선 (재난안전연구소 연구원 kslee@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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