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은 살아있다

■ 소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벌써 3년의 세월이 흘렀다. 3년 전 오늘만 해도 태안의 바다는 절망이었다. 밀려드는 파도에도 양식장에도 갯벌과 모래사장에도 어느 곳을 가도 기름 범벅이었고, 기름 냄새로 호흡이 곤란할 지경이었다. 양식업자, 어선어업인, 식당업자, 숙박업자, 맨손어업인들은 기름 유출로 인해 당장의 생활이 위협받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나 살아 있는 사람이나 그 마음은 다를 바가 없었다. 6,000억 원 이상의 피해규모에도 불구하고 사고 가해자인 삼성중공업은 법원에 손해보상을 50억 원으로 제한해 달라고 신청한 상태였고, 공범자인 현대오일뱅크에는 무죄가 선고된 상태였다. 우리나라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에 가입돼 있는데, 보상에 적극적이어야 할 이들은 현지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대신 자신들이 파견한 집단을 통해 터무니없는 보상금을 제시하고 있었다.

정부는 2007년 12월 13일 충청남도에 생계비 300억 원을 지원했지만 이 자금이 시·군으로 전달된 것은 2008년 1월 21일경이었다. 그것도 일부에 불과했다. 이것이 읍·면·리 단위에서 다시 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주민에게 전달된 것은 1월 말에서 2월 초순이다.

중앙정부에서 자금이 전달되고 나서도 약 40일 동안이나 생계비가 지급되지 못한 것이다. 중앙정부, 지자체, 언론, 시민사회가 기름 제거와 자원봉사 활동 지원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동안 주민들은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었다. 긴급 생계비 지원금과 국민들의 성금이 모였지만 배분 기준이 없는 지급은 마을공동체에 갈등을 몰고 왔다.

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태안에는 아직 풀지 못한 숙제들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 있다. 2010년 2월 말까지 보상 청구된 주민들의 피해 건수 7만 2,402건 중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의 사정이 완료돼 보상금이 지급된 것은 0.9퍼센트인 653건에 불과하다. 급기야 2010년 2월 26일에는 전피해민연합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성정대 씨가 자살을 했다.

성정대 씨는 양식업 실패에 대한 절망감에다 2년 동안 피해의 1퍼센트도 보상을 받지 못한 지지부진한 성과에 대한 자책감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을 택했다. 그의 죽음은 2년 전 피해 어민 3명이 자살했던 고통스런 시절에서 무엇 하나 뚜렷하게 나아진 것이 없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자연은 놀라운 생명력으로 다시 푸른 바다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모든 주민들의 삶이 기름 재앙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지는 못했다. 진정한 생태계의 복원은 인간 공동체가 함께 복원되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태안의 파괴된 삶이 복원될 때 비로소 생태계의 치유와 다른 문제들이 함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태안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부, 삼성, 현대. 누가 책임질 것인가

2007년 12월 7일 새벽, 태안의 청정해역에 1만 500톤의 검은 기름이 쏟아졌다. 1995년 씨프린스호 사고 당시 유출량의 두 배에 달하는 데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크고 작은 기름 유출 사고 유출량을 합한 것보다 많은 양의 기름이었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라는 이 대규모 참사는 삼성이 바다에서의 안전수칙만 준수했다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사고 책임자인 삼성은 검찰 수사와 기소과정을 지켜보며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사고 조사가 끝나고 항해일지 조작까지 탄로난 시점에서야 일간지에 사과 광고를 통해 사고 이유가 불가항력적인 천재였던 것처럼 발표했다. 또 현대오일뱅크의 기름을 운송하던 사고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는 사고 위험이 높아 2011년부터는 운항을 금지하도록 돼 있는 단일 선체 유조선이었다. 기름 유출 사고 당시 정부의 초기 대응에도 허점이 많았다.

정부는 사고 당시의 기상 악화 때문에 방제 작업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항변했지만 이후 방제 물자의 비축과 관리, 장비의 부족으로 인해 방제 작업이 늦어졌고, 초기의 현장 지휘 체계 역시 혼선이 있어 그에 따른 여파가 더욱 심각해졌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330여 가구에 630여 명이 살고 있는 마을에 사고 이후 15명의 암환자가 발생했다. 피해 주민들은 “암 환자 대부분이 당시 방제용 마스크가 없어 헝겊으로 된 일반 마스크에 손수건 한 장을 덧대고 장기간 방제 작업을 했고, 특히 고압 세척기를 이용한 방제 작업에 참여했다”며 기름 유출 사고와의 연관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제 또 주민들은 보상금을 문제를 떠나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과 싸워야 했다. 방제 작업을 하면서 유해물질에 노출된 것이 과연 암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인지의 여부는 쉽게 가리기 어렵지만, 지금부터라도 자료를 충실히 보존하고 연구해 다음 피해에는 대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산 증인인 주민들에게 우리는 최선을 다해 관심과 지원을 쏟아 할 것이다.

희망은 기억에서 시작된다

〈태안은 살아 있다〉는 2007년 사고 당시 구성된 재난관리 전문가 조직이 사고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연구하기 시작한 데서 출발해 2010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연구자들이 애정을 가지고 태안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며 연구한 자료를 모은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의 총체적 보고서다.

먼저 1장 ‘검은 재앙’에서는 거대한 환경 재앙이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떻게 사회적 재난으로 발전하는지를 사회학자, 생태학자, 경제학자의 눈으로 분석한다.

2장 ‘재난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는 행정학자들이 모여 초기 재난관리의 실패를 반성하고, 소방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3장 ‘생존, 그 이상의 삶’에서는 사회적 재난이 번지면서 마을공동체를 위협하는 갈등 상황을 분석하고 해결 방향을 제시한다. 또 부록에 담겨진 주민 인터뷰와 현수막으로 보는 사고일지는 철저하게 주민의 시각에서 목소리를 담고 있다. 사고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태안은 예전의 아름다움과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지만, 주민생활의 완전한 복구는 미진하기만 하다. 이 책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기억하고 반성하면서 주민생활 복구 속도에 가속이 붙기를 바란다. 그리고 재앙을 극복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더 큰 관심과 응원이 함께하길 바란다.

■ 목차

프롤로그

희망을 향한 미완의 기록_박원순

1장 _ 검은 재앙
태안, 6천억 원짜리 환경 쓰나미에 휩쓸리다_노진철
푸른 바다, 검은 재앙 안에 갇히다_박진섭
금빛 바다를 잃어버린 사람들_위평량
지금의 태안 1 피해 주민의 삶의‘빛’과‘그림자’

2장 _ 재난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초기 재난관리의 실패_이재은
재난은 있어도 재난 보도는 없었다_박동균
재난관리 매뉴얼_양기근
지금의 태안 2 태안, 2010년의 재난관리 현실과 삶

3장 _ 생존, 그 이상의 삶
갈등 관리 해법을 찾아서_박태순
파괴된 삶을 복원하라_유현정
지금의 태안 3 2010년 봄, 다시 태안을 다녀와서

에필로그
태안,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_이재은

부록
피해 주민 8명에게 듣는 재난 이야기_김혜선
100일간의 기적_김겸훈
현수막으로 보는 태안 사고일지_이평주

■ 저자 소개

노진철(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독일 빌레펠트 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환경사회학회 회장, 한국이론사회학회 부회장, 한국NGO학회 부회장, 국가위기관리학회 부회장으로 있다. 지은 책으로 ≪환경과 사회: 환경문제에 대한 현대사회의 적응≫(2001), ≪녹색전망: 21세기 환경사상과 생태정치≫(공저, 2002), ≪현대 환경문제의 재인식≫(공저, 2003), ≪우리 눈으로 보는 환경사회학≫(공저, 2004), ≪한국의 도시와 지역≫(공저, 2008), ≪518민중항쟁에 대한 새로운 성찰적 시선≫(공저, 2008), ≪대한민국 60년의 사회변동≫(공저, 2009), ≪불확실성 시대의 위험 사회학≫(2010) 등이 있다.

박진섭(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 환경정책학과를 수료했으며, 희망제작소 객원연구위원, 환경부 규제개혁위원회 대기분과위원, 지속가능위원회 에너지 산업 전문위원, 물 포럼 코리아 이사, 환경부 민간협의회 민간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공저, 2007), ≪DMZ 총서: DMZ 일원의 환경과 향후과제≫(공저, 2007), ≪지속가능한 세상을 향한 발돋음: 환경갈등이라는 복잡한 숙제풀기≫(공저, 2008) 등이 있다.

위평량(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 경희대학교 NGO대학원 강사)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신련 정책부실장, 경제정의연구소 전임연구위원, 희망제작소 대안센터장을 역임했고, 《시민사회신문》 편집위원으로 있다. 최근 〈중소기업 위기의 근본 구조에 관한 분석〉(2010), 〈하도급거래에 있어서 불공정한지위남용행위에 관한 실증 연구〉, 〈경제적 관점에서의 해양 오염 피해 지역 연구〉 등의 논문을 썼고, 지은 책으로 《21세기로 가는 사회경제사상》 등이 있다.

이재은(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행정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 위기관리 이론과 실천 대표, 이재민사랑본부 상임이사,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며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 소장을 역임하였다. 지은 책으로 ≪Handbook of Crisis and Emergency Management≫(공저, 2001), ≪비교방법론≫(공역, 2002), ≪로컬 거버넌스≫(공저, 2003), ≪재난관리론≫(공저, 2006), ≪재난을 바라보는 다섯 가지 시선≫(공저, 2009) 등이 있다.

박동균(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동국대학교 행정학과에서 위기관리 주제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한국치안행정학회 회장, 국가위기관리학회 부회장, 한국테러학회 부회장으로 있다. 주로 위기관리와 안전 분야의 연구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난대응론≫(공저, 2009) 등이 있다.

양기근(원광대학교 소방행정학부 교수)

경희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분야는 소방정책, 위기관리 및 재난관리 등이다. 행정자치부 지방행정혁신 평가위원, 국가위기관리학회 연구위원장, 위기관리 이론과 실천 편집위원장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는 원광대학교 소방행정학부장, ISCEM(국제위기관리학회) 편집위원장으로 있다. 저서로는 ≪시민참여와 거버넌스≫(공저, 2009), ≪한국의 재난현장대응체계≫(공저, 2009), ≪국가종합위기관리≫(공저, 2009), ≪재난관리론≫(공저, 2006) 등이 있다.

박태순(사회갈등연구소 소장)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행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영국 캐임브리지대학교에서 행동학 연구원으로 있었다. 지은 책으로 《둥지 밖으로 나온 동물건축가》(2003), 《공공갈등관리의 이론과 기법》(2005), 《갈등해결 길라잡이, 해피스토리》(2010) 등이 있다.

유현정(충북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에서 소비자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가위기관리학회 편집위원장, 충북대학교 국가위기관리연구소 국민생활위기연구센터장, 한국소비자학회와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편집이사, 한국소비자업무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소비자 투자와 보험》(공저, 2006년), 《재난을 바라보는 다섯 가지 시선》(공저, 2009년), 《중학교 기술》/《중학교 가정》(공저, 2009), 《고등학교 기술》/《고등학교가정》(공저, 2010)등이 있으며, 현재 《위험사회를 사는 소비자와 생활안전》을 집필 중이다.

김혜선(강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 분야는 질적 연구방법론, 중독, 가족치료, 지역사회 정신건강 등이다. 논문으로 〈저소득 조손가족 조모의 손자녀 양육 체험이 조모의 삶에 미치는 의미〉(2009), 〈재난관리의 새로운 접근: 재난복지의 정의〉(2009) 등이 있다.

김겸훈(한남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한남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에서 환경정책으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남대학교에 재직하며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 소장, 이재민사랑본부 공동대표,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관심분야는 주민참여와 거버넌스 및 환경정책 등이다.

이평주(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경희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한서대학교 대학원에서 환경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환경운동연합 습지보전위원장과 람사르 총회를 위한 한국 NGO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공저, 2009), 《구석구석 놀라운 우리나라》(공저, 200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