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고맙습니다

우리 사회의 희망씨, 희망제작소 후원회원님을 소개합니다.

판화가 이철수 선생께서는 희망제작소에 매년 어김없이 희망을 나누어 주십니다.

네, 물론 작품으로 희망으로 만들어 주시지요.

선생님의 작품은 시민단체의 재정에 큰 힘이 되는 히트 아이템(?)입니다.

행사를 통해서 때로는 고액에 팔리기도 하고, 때로는 고액 기부자 회원분들에게 선물이 되기도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도움을 주셨고 이 작품은 6월 4일로 예정되어 있는 희망제작소 집들이 행사 때도 귀하게 활용될 예정입니다.

 

충북 제천군 백운면 평동마을.
박달재와 천등산이 마주 보이는, 산이 사방을 에워싼 작은 마을.

이곳에 근 25년 전부터 자리잡은 이철수 선생의 작업실이자 자택이 있습니다.

처음 들어서며 느낀 첫 느낌은 “아, 이런 곳에서 오붓하게 살아보고 싶다!” 였습니다.

이철수와 이여경 선생님.

이철수 선생은 서울 월곡동에서 빈민운동을 하던 동월교회 벽화작업을 하러 와 있었고, 그 무렵 야학 일을 하던 이여경 선생은 자원활동을 하러 오신, 그런 인연으로 만나 석 달 만에 결혼을 하셨다고 합니다.

이웃 분으로부터 얻은 다래나무 물을 나누며 두 분은 스스로를 어설픈 농사꾼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제가 보기에 두 분은 영락없는 ‘농사꾼’입니다.

2000년에 낸 ‘이렇게 좋은 날’ 이라는 작품도록집에서 이철수 선생의 ‘농사짓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림 그리는 일만 하고 살면 ‘전업화가’라고 부릅니다. 전 그새 전업 아닌 ‘겸업화가’로 지낸 셈입니다.

아내와 함께 지은 농사와 틈틈이 새기는 목판화 작업이 모두 소중한 우리 ‘일’이었습니다.

행복한 겸업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림으로는 어려운 일이지만 농사는 내놓고 자랑도 할 수 있습니다.
천지가 하시는 일을 사람이 들어서 거드는 일이 농사라면, 그림은 알량한 마음을 내서 큰 세상을 설득하자는 일이라 어리석음이 잘 드러나는 때문인 듯도 싶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늘을 올려다보며, 잰걸음으로 논두렁을 한바퀴 돌고 오는 농부의 심상으로 살아가는 두 분의 일상은 참으로 소박하지만, 한편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점심시간을 넘겨 도착했지만 기다려주신 덕분에 끼니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두 분이 직접 지어내신 쌀로 지은 밥과 된장찌개를 곁들인 소박한 밥상.

사양도 없이 밥 두 공기를 뚝딱 해치웠습니다.
안채에서 저 건너 편에 보이는 별채가 바로 이철수 선생의 작업실입니다.

은근하게 바람의 목소리를 전하는 편경소리와 새소리 밖에는 들리는 소리가 없습니다.

북적거리는 도시 소음에 부대끼다 갑자기 맞이하는 환경에 조금은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식후연초 한 모금과 인스턴트 커피믹스 한 잔.

그리고 이내 작업실로 향하신 이철수 선생님의 작업은 시작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선생님 작업은 계속되었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1.
때론 책 한 권보다 그림 하나가 더 강렬한 메세지를 전해줄 수 있습니다.
이것이 그림 세계를 선택한 가장 큰 논리적 이유입니다.

그림을 들고 남의 거실로, 안방으로, 책상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었던 거지요.

그래서 달력으로, 또 작은 생활소품으로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내가 살아가면서 내 삶의 틈새에서 찾아내는 이런 사소한 메시지들을 작품으로 나눠보자는 것이고, 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이 자기 삶을 간결하게 하고, 존재의 변화를 꾀하는 생활 속 실천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작품활동을 합니다.”

2.

어려울 때일수록 깊이 고민하고 망가져가는 세상에서 근본적으로 덜 망가질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분명히 그 언저리에서 살 길이 있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동지적 연대를 실천하려는 활동가들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의미에서 줄을 잘 서야 합니다. 그래야만 훨씬 효과적입니다. 혼자서는 안됩니다.

“나는 좋은 스승을 만났고, 좋은 사람들 곁에서, 그런 추억을 많이 가진 나는 복받은 존재입니다.”

장일순, 이현주, 권정생, 이오덕, 홍세화 선생님과 관련된 존재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다음 기회를 위해서 아껴두겠습니다.)


 

Q1. 희망제작소가 어떤 구체적인 희망을 만들어야 할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세상을 맑게 하는 일과 인간의 영혼을 맑게 하는 일도 함께하는 그런 희망제작소 희망만들기를 희망합니다.

Q2.바로 지금, 선생님의 구체적인 희망은 무엇입니까?
사회의 변화와 개인의 존재의 변화가 같이가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존재의 변화는 소유로부터 삶의 기쁨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욕심을 줄이고, 단순한 삶을 선택할 용기라고나 할까요.

Q3. 이번 주는 무슨 일에 집중하고 계시나요?
8월에 시애틀에서 전시회가 있습니다. 전시회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네에 콘도가 들어선다고 하는데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어서 마을싸움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Q4. 선생님에게 ‘예술’ 이란 무엇입니까.
지금, 미술이라는 장르는 거룩한 것은 못 되는 것 같습니다.
거룩함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기안에 장사꾼의 영혼을 가지고는 그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21세기 현실, 예술의 과업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아직도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의 변화가 내 마음속에 있는 변화보다 좀 멀리있는 변화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존재의 변화와 피할 수 없이 같이 가야겠다는 생각이고 세상 변화를 결론적으로 거들고 싶다.

그래서 고민합니다.

그림을 반성문처럼 그립니다.
자신을 새롭게 하고 세상에 복무하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화 내내 작업하신 따끈따근한 캠페인용 작품 하나를 소개 드립니다.
염화시중의 미소라고나 할까요,
마음심 心 자를 슬쩍 돌려놓으니 웃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셨다는군요.
(이 작품의 완성품은 아래 소개드린 원순닷컴 원순씨 포스트를 통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오늘도 어김없이 홈페이지에 엽서를 띄웁니다.
그저 구경하는 것보다, 함께 걸으며 같이 느끼자고 권유하는 이철수 선생, 그만의 소통법입니다.

멀리 계신듯 하나 세상에 대한 참여과 관심을 놓지않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최근 작품을 소개하며 마칩니다.

출처 : 목판닷컴 (http://www.mokp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