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감나물골 나눔과 섬김의 집>

”?”감나무골 나눔과 섬김의 집(이하 나섬의 집)이 위치한 곳은 대구 북구 대현동이다. 한국전쟁 당시 많은 피난민들이 정착하여 살던 곳으로, 금호강 지류인 신천에 인접한 마을엔 감나무가 많이 자라 사람들이 그저 ‘감나무골’이라 불러오던 지역이다.

나섬의 집은 감나무골의 이런 특징에서 시작된다. 90년대 성당을 다니며 고아원, 보육원을 돌며 봉사활동을 하던 이들이 “보육원이나 고아원에 갈 수 있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말 제대로 된 봉사가 아닐까”하는 마음에 시작한 것이다.

피난민이 정착한 이후부터 판잣집에 살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이 많았다. 아버지는 노동판을, 어머니는 식당으로 일하러 나가고, 아이들은 돌보는 이 없이 집안에 갇혀 있었다. 집밖으로 나오면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는 일이 일상사였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엇나가기 일쑤였다. 그런 아이들에게 가족의 사랑과 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섬의 집 상근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은 모두 ‘이모’ 혹은 ‘삼촌’이다. 그들은 가족인 것이다.

시작은 탁아방이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탁아방은 공부방으로 변했다. 노인들을 위한 한방진료소도 있었고, 어려운 법률문제 해결을 위한 법률상담도 했다. 국가에서 만든 복지의 혜택이 이들에게까지 미치지 못하던 시절, 스스로 발전시킨 사업들이다. 지금 나섬의 집은 공부방과 생명가게에 집중해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춘희 대표는 “지금 동네에서 가장 필요한 일에 전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최근에는 어린이집과 놀이방 등에 대한 지원이 많아 탁아방과 같은 시설이 크게 필요치 않다”고 전했다. 또 노인 한방진료소와 같은 복지시설도 법제화되면서 오히려 법률에 저촉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노인 복지는 정부차원의 지원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 “그만큼 우리사회가 전반적으로 살기 좋아 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성장기의 아이들은‘양육’이 필요하다
감나무골 작은학교(이하 작은학교)에는 초중고생을 합해 모두 30여명이 드나든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학교를 마치는 12시 30분부터 초등학교 고학년생, 중학생들이 시간대 별로 차례로 들어와 좁은 학교 안이 시끌벅적하다. 작은학교는 △문화 체험활동 △자연관찰 활동 △학습지도 등과 같은 일을 아이들과 함께한다. 또 직접 구입하거나 기증받은 책들로 꾸며진 작은 도서관도 있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늘 책을 가까이 하고, 책을 읽게 되면서 정말 많이 변화해 가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기증받은 책 가운데는 아름다운재단의 작은도서관 사업으로 기증받은 책들도 있다.

해피리포터가 찾은 이날 아이들은 자원봉사자들과 이모, 삼촌들과 함께 공연관람을 하러 갔다. 작은학교의 운영은 두 명의 상근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맡고 있다. 자원봉사자는 대학생, 강사, 주부, 지역유지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많은 수의 자원봉사자들이 등록되어 있지만, 그 중 일부만이 아이들과 돈독한 유대를 형성하며 자원봉사에 적극 참여한다고 한다. 다른 자원봉사자들도 여러 도움을 주고 있지만, 성장기 아이들인 만큼 자주 보고 정을 쌓아가는 분들에게 특별한 정을 느낀다.

따뜻한 정이 있는 작은학교는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방학을 맞아 작은학교도 며칠간의 방학을 하는데, 학교에 못 오는 동안 아이들이 오히려 작은학교의 소중함을 느끼고, 작은학교에 애착을 갖는다”고 한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은 고등학교에 가서도 상근 간사들과 친밀한 유대를 갖고, 친 이모, 삼촌처럼 가깝게 지낸다.
”?”길거리 물물교환장터가 사랑방으로
감나무골 생명가게(이하 생명가게)는 나눔 실천을 하자는 뜻에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회원들이 서로 아이들의 옷을 물려 입고 바꿔 입자는 취지에서 부정기적으로 작은학교 앞 골목에서 ‘물물교환장터’를 열었다. 한두 번 실험적으로 시작한 일에 많은 관심과 참여가 이루어지면서 상설로 개설하게 된 것이다.

생명가게는 기본적으로 물물교환을 하는 장소이다. 다른 사람이 쓰던 물건은 저렴한 가격에 사고, 그 수익 50퍼센트로 독거노인을 돕는 일에 사용된다. 이렇게 시작한 생명가게의 고객들은 매우 다양하다. 이춘희 대표는“막노동을 하시는 성인 남성이 저렴한 작업복을 구매하고, 아이 키우는 주부가 아이 옷을 사는 일은 이제 거의 일상이다. 요즘은 동남아 지역에서 온 외국인 주부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한다.

최근에는 생명가게 한 귀퉁이를 치우고, 편안한 의자를 설치해 지나가는 주민이나 어르신들이 쉬어갈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감나무골 사랑방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생명가게에서 얻어진 수익으로 매주 화요일마다 독거노인에게 밑반찬을 만들어 준다. 감나무골에는 약 20분가량의 독거노인이 있는데, 이들에게 매주 새로운 반찬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반찬을 만드는 일에는 대구 통계청직원이 참여하기도 하고, 지역의 자모회 등에서 돕기도 한다. 나섬의 집은 이렇게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나섬의 집에는 모두 5명의 상근간사가 있다. 작은학교와 생명가게에 각 2명이 있고, 이춘희 대표가 모든 업무를 총괄한다. 처음 나섬의 집을 만들었던 분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이들을 지원한다. 이렇게 모인 회원이 약 100여명 정도다. 이들은 스스로도 소모임을 만들어 좀 더 나은 봉사방법을 모색하기도 하고, 운영을 위한 회의를 갖기도 한다. 이모와 삼촌들의 모임인 ‘이삼회’가 그것이다. 직장을 다니느라 직접적인 지원은 못하지만 경제적,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오회’도 있다. “그들 사이에 끼인 비공식 모임인 ‘삼사회’도 있다”며 이 대표가 귀뜸했다.

이런 회원들의 회비가 나섬의 집 재정에 가장 기본이 된다. 덧붙여 후원인들의 후원과 생명가게 수익의 50퍼센트, 일일찻집과 같은 기획행사로 재정이 운영된다. 지난해에 작은학교가 ‘아동복지시설’로 등록되면서 정부의 지원이 조금 늘었다. 그렇지만 여느 시민단체가 그렇듯 늘 빠듯한 살림이다. 이 대표는 “늘 부족하지만 ‘나눔의 기적’이 있는 것 같다”며 “안 된다고 생각하던 일들도 추진해 나가면 해결방안이 생겨 다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마을이 함께 산다는 것
인터뷰를 마칠 즈음 해피시니어 참여와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무엇보다 실무자들의 업무가 바쁘니, 중간관리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모 삼촌들에게 재교육, 사회교육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가난한 사람을 대하는 건강한 생각을 갖는 사람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지 못하다면 아이들과 소통이 되지 않고, 삼촌이 아닌 그저 ‘아저씨’로서의 봉사자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감나무골은 아이들에 관한 더 포괄적인 접근을 시도할 생각이다. “돈이 사회의 최우선 가치가 되면서 아이들이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다. 경제력은 충분하지만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감나무골 아이들보다 오히려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정말 이모와 삼촌과 같은 가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력이 된다면 이 아이들과도 함께 정을 나누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을이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감나무골이 바라는 세상의 모습이다.
[이윤재_해피리포터]

감나무골나눔과섬김의집

전화 :053.953.5550(작은학교) 053.952.4776(생명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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