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리포트20] 젊은 여성주의자들의 소통/만남/놀이/운동 공간

<여성주의로 숨쉬는 마을 언니네>

해피시니어 프로젝트는 전문성있는 은퇴자들에게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 에 참여해 사회공익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NPO·NGO에는 은퇴자들의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기구의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희망제작소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학생 시민기자단 ‘해피리포터’들이 은퇴자와 시민들에게 한국사회의 다양한 NPO·NGO 단체를 소개하는 코너가 바로 ‘해피리포트’입니다. <편집자 주>

언니네?

언니네트워크는 온라인에서 출발해 오프라인으로 발전한 ‘신세대형’ 여성단체이다. 2000년 젊은 여성주의자들이 ‘언니네’(www.unninet.net)라는 웹 사이트를 열어 서로 소통하고 교감하다가,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기에는 사이트 운영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어 2004년 11월 언니네트워크라는 오프라인 단체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독특한 이력 때문에 언니네트워크의 정체성을 헷갈려 하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온라인 활동을 활발히 하는 여성단체’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_1C|1239074871.jpg|width=”377″ height=”283″ alt=”?”|_##] 언니네 사이트는 ‘채널[넷]’, ‘지식놀이터’, ‘광장’, ‘자기만의 방’, ‘살롱’ 등의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소박하게 출발했으나 온라인 회원이 5만 명에 달하게 되자 크기도 크기려니와 여성주의자들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사이트를 포털화 했다. 채널[넷]은 언니네트워크의 운영진 중 하나인 편집팀에서 웹진 형식으로 꾸미고 있다. 지식놀이터는 ‘네이버 지식in과 비슷한데, 모든 질문에 여성주의적 시각을 담아 답변해준다는 점에서 다른 포털의 비슷한 공간과 구별된다. 정보의 질도 높은 편이다. 광장은 언니네 사업을 소개하는 코너, 유머 공간, 개인적으로 알리고 싶은 일들을 올리는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책 제목에서 따온 ‘자기만의 방’은 일종의 블로그로 글을 올리면서 서로 지지나 공감을 한다. 작년에는 이 방에 올라온 글들 중 지지와 공감이 높은 글을 모아 『언니네 방』이라는 책도 냈다. 살롱은 커뮤니티 개념으로 회원들이 언니네 사이트 안에서 소모임을 만드는 곳이다.

언니네트워크의 운영은 팀별로 이루어진다. 현재 편집팀, 액션나우팀, at Asia팀, 소통과 공감팀이 있는데, 이 팀이 늘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어떤 사업을 벌이자고 아이디어를 내면 그에 동의하고 같이 하고 싶은 사람들이 팀을 구성하여 사업을 벌이고, 사업이 끝나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으면 팀을 해체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이 클 때는 언니네의 운영진뿐만 아니라 사이트에 팝업창을 띄워 지피기를 모집한다. 지피기는 ‘불꽃을 지핀다’는 의미로 사업을 같이 할 기획단을 의미한다. 사업이 끝난 후에는 이슈화된 것을 공동 커뮤니티로 발전시켜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비혼여성축제!

언니네트워크는 해마다 회원 200~300여명이 모이는 총회와 워크샵을 열어 한 해 동안 집중적으로 다룰 이슈와 사업을 의논한다. 올해의 이슈는 ‘비혼 여성’이다. 그래서 지난 3월 8일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대학로에서 ‘비혼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축제를 벌였다. 비혼은, 혼인을 ‘정상적인 것’이라 전제하고 혼인하지 않은 사람을 ‘아직 정상의 상태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이라 보는 관점을 담고 있는 ‘미혼’이란 용어를 여성주의적으로 전복시킨 개념이다. 즉 지금의 이성애 중심적이고 가족주의적인 결혼 제도에 반대하고 그러한 결혼 제도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비혼 여성들은 축제에서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자유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떠들썩한 축복과 함께 비혼으로 함께 또 홀로 잘 살겠노라고 신성하게 선언합니다!”라고 외치며 결혼식이나 다름없이 사람들에게 축복을 받고 피로연을 벌였다.

비혼 여성들은 이후 지속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언니네 사이트에서 살롱을 꾸렸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결혼이나 출산과 관련시켜서만 보려는 한국 사회의 남성중심적 사고와 관행에서 벗어나 비혼 여성들끼리 서로 교감하고 돕기 위해서다. 또 주택 청약, 상속, 보험 계약, 입양 등에서 제도적인 차별을 받고 있는 비혼 여성들의 현실을 문제로 제기하고 이런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

언니네트워크의 사업에는 ‘문화적으로 어떻게 여성주의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하는 고민을 담고 있는 것이 많다. 문화운동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활동이 많은 것인데, 이는 언니네트워크가 다른 여성단체와 달리 2~30대의 젊은 여성주의자들이 중심이라는 점, 그리고 사업을 결정할 때 무엇보다도 ‘여성들이 스스로 즐거워하며 기쁘게 일할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과 상관이 있을 듯하다.

페미니즘 캠프!

언니네트워크가 벌이는 중요한 사업 중의 하나로 올해 4회째를 맞는 페미니즘 캠프가 있다. 이 캠프는 매년 이름이 바뀌는데 역대 캠프의 이름은 ‘여름엔 역시 수박이지’, ‘산중호girl’, ‘언니는 캠프를 좋아해’였다. 올해는 ‘사군자쇼’인데 ‘사각턱과 군살의 자위쇼’의 준말이다. ‘여성의 몸과 욕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캠프를 기획했다고 한다. 여성만 참여할 수 있는 이 캠프에는 매년 100~150여명이 참가한다. 엄마가 5살짜리 아이의 손을 잡고 오기도 하고, 여중생부터 50세 여성까지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사람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페미니즘 캠프는 여성주의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참가자들이 실제 활동을 통해 여성주의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올해는 ‘친해지기 프로그램’부터 시작해서 여성주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운동 프로그램인 ‘그녀들의 땀 냄새’, 성정체성 이야기, 영화 ?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등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oh my body’ 라는 제목의 집단 자위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여성들의 자위를 억압하고 사회적으로 금기시하는 문제를 풀어내려는 취지로 기획한 것인데 참가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또 친환경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화장품에 들어있는 나쁜 성분을 알아보고 친환경적인 화장품과 대안 생리대를 만드는 시간도 갖는다.

이 밖에도 작고 게릴라성을 띠는 여성주의 액션들을 모아 한 자리에 전시한 ‘여성주의 액션 박람회’, 국내외의 여성단체와 함께 여성에게도 안전한 밤거리를 만드는 ‘달빛시위’, 오키나와 미군 주둔지 근처의 여성들과 소통하는 ‘오키나와 여성 평화여행’, 마초적인 말과 행동, 판결 등을 선정해 상을 주는 ‘꼬매고 싶은 입’ 등의 활동이 있다.

[##_1R|1084229895.jpg|width=”358″ height=”268″ alt=”?”|_##]상근자 두 명으로 그 많은 활동을 하는 비결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언니네트워크의 상근자는 단 두 명뿐이다. 그 비결은 여성주의자들의 현실을 고려한 창의적인 활동 방식, 즉 ‘게릴라적인’ 활동방식 덕분이 아닐까 싶다. 사실 학생 때 여성주의 운동을 하던 사람들도 사회에 나가서는 시간이 부족해 운동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고, 또 ‘여성운동가’라는 걸 직업으로 삼아서는 생계를 해결하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생업을 따로 가지고 있으면서 여성주의 활동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필요할 때, 관심이 가는 사업을 중심으로 모였다가 사업이 끝나면 흩어지는 언니네트워크의 활동 방식은 바로 그런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언니네트워크 상근자들의 주된 역할은 활동가들을 서로 네트워킹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언니네는 국가나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다. 아무래도 지원을 받으면 활동에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고, 국가나 기업을 자유롭게 비판하기도 힘들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립 때부터 외부 지원을 받지 않기로 결의했고, 회원들의 회비와 상근자들이 언니네 바깥에서 다른 일로 벌어오는 돈으로 단체를 유지한다.

인터뷰를 한 언니네트워크의 상근자인 어라 씨는 “여성주의는 누군가의 권리를 뺏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여성으로서 더 온전히 자기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운동이다. ‘여성들이 피해를 입으니까 어떻게 하자’가 아니라 여성주의를 하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재밌게 살 수 있고, ‘내가 즐거우니까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봄_해피리포터]

여성주의로 숨쉬는 마을 언니네

전화 : 02) 3141-9069
e-mail : unni@unninetwork.net
홈페이지 : http://www.unninet.net
자원활동 참여 : 언니네로 문의,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84-6 대재빌라 3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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