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리포트39]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특별한

<풀꽃 세상을 위한 모임>

해피시니어 프로젝트는 전문성있는 은퇴자들에게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 에 참여해 사회공익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NPO·NGO에는 은퇴자들의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기구의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희망제작소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학생 시민기자단 ‘해피리포터’들이 은퇴자와 시민들에게 한국사회의 다양한 NPO·NGO 단체를 소개하는 코너가 바로 ‘해피리포트’입니다. <편집자 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아주 특별한 상을 수여하는 곳이 있다. 해피리포터가 이번에 취재한 곳이 바로 그 곳. 얼마나 특별한 상인지 궁금하신가? 역대 수상자 명단을 살짝 공개한다. ‘동강의 비오리’, ‘보길도의 갯돌’, ‘가을 억새’, ‘인사동 골목길’, ‘새만금 갯벌의 백합’, ‘지리산의 물봉선’, ‘지렁이’, ‘자전거’, ‘논’, ‘간이역’, ‘비무장지대’, ‘우리 씨앗 앉은뱅이밀’. 수상자만 봐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만하다.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상을 수여할 것이며, 수상 이유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선정 이유를 보면 호기심이 더 커진다. 본래 나그네새였으나 텃새가 된 비오리가 너무나 귀엽고 예뻐서, 속도와 큰길의 가치만 중시되는 메마른 땅에서 우리를 느긋하고 고즈넉하게 함으로써 잃어버린 ‘사람의 얼굴’을 회복시켜 주는 골목길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상을 준다. 선정 이유를 읽는 동안 황당함이 인정을 동반한 잔잔한 감동으로 바뀌게 된다.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은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하기 위한 실천방안으로서 자연물에게 `풀꽃상`을 ‘드리는’(‘풀꽃 세상을 위한 모임’의 표현)시민 환경단체다. 사용가치가 아니라 존재가치를 옹호하며, 자연물에게 상을 주면서 그들과 우리가 생명의 뿌리에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설립 목적.

[##_1L|1283232374.jpg|width=”387″ height=”222″ alt=”?”|<‘풀꽃 세상을 위한 모임’ 현관 입구 팻말>_##] ‘풀꽃 세상을 위한 모임’은 1998년 12월 8일 좁은 골목으로 미처 소방차가 들어오지 못해 안타깝게 화재로 목숨을 잃게 된 천초영(千草英)님의 이름을 따왔다. 꽃다운 생명이 목숨을 잃게 된 이후, 생명의 소중함을 어떻게 사회에 알릴까 하는 고민에서 그의 어머니 정상명님의 제안으로 몇 지인들(소설가 최성각, 시인 최승호, 생태학자 문순흥)과 함께 모임을 결성했다. 기업이나 정부의 후원 없이 회비로만 운영되는 단체이기도 한 이 곳은 자연과 우리가 더불어서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풀꽃 세상’ 을 꿈꾼다. 풀꽃상을 수여할 때마다 ‘풀씨’ 라는 책을 펴내며, 그 외에도 소식지인 ‘풀밭’ 을 발간하고 있다. 출판 및 환경교육 사업과 친환경 먹거리를 나누는 장터운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풀꽃상에 관한 모든 것

풀꽃상은 풀꽃 세상 홈페이지 (http://www.fulssi.or.kr)를 통해 수상 대상을 회원들이 추천할 수 있으며, 한 달 전에 공고하는 선정회의에는 모든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다. 선정회의에서 추천대상을 놓고 토론한 뒤 시의성과 참신성, 아름다움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선정물을 결정한다. 수상 자연물 근처에 상패를 설치하기도 하고, 자연물 보호를 위해 애쓴 단체나 개인에게 부상을 수여하기도 하는데, 상패 설치가 오히려 자연 경관을 해칠 우려가 있어 인위적 상패는 설치하지 않는 추세라고 한다. 7월 14일~15일 이틀에 걸쳐 열린 ‘풀꽃상 선정회의’를 통해 제 13회 풀꽃상 수상자로 ‘정자나무’가 선정되었다. 현재는 선정 이유와 부상 수상자에 관해서 고민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단계.

‘풀꽃 세상을 위한 모임’에서는 회원들을 ‘풀씨’라고 부른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에 동의한 사람들’이라는 뜻과 함께 단체의 목적이 풀씨처럼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회원들 각자는 자신의 이름과 함께 각자가 지은 풀이름, 꽃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뚱딴지풀, 변산바람꽃, 달아꽃 등으로 단체 안에서는 실제 이름보다 더 빈번하게 쓰인다고 한다. 회원들이 늘어남에 따라 풀이름 꽃이름 뿐 아니라 개성 있는 이름들도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인사동 전통 찻집의 아담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닮은 ‘풀꽃 세상을 위한 모임’ 사무실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환경 단체답게 베란다에는 직접 재배하는 토마토와 각종 식물들이 싱그럽다. 사무실 한켠에는 제 7회 풀꽃상 수상자인 ‘지렁이’님께서 고이 계시고, 책장에 꽂힌 책들과 ‘풀씨’(회원)가 직접 그린 그림이 잘 어우러지고, 방문자에게는 맛있는 유기농 사과즙이 주어지는 참 따뜻한 공간이다.

[##_1C|1171397998.jpg|width=”453″ height=”260″ alt=”?”|12번째 풀꽃상 수상자 ‘우리 씨앗 앉은뱅이밀’_##]다음은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의 사무국장 ‘재용풀’ 이재용님과의 인터뷰 내용.
 
해피풀 : 2007년 현재 회원수는 어느 정도 되나요?
재용풀 : 3500명이며, (회비를 내는 )실 회원 수는 1000명 정도이다. 주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30명 정도이며, 상근자는 2명이다.
 
해피풀 :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었던 ‘찬드라 구릉 사건’ 때 찬드라에게 직접 찾아가 성금을 전달하신 분이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의 사무처장 최성각님이셨다. 이를 통해 풀꽃 세상을 위한 모임이 언론에 많이 알려지게 되었는데, 환경 문제 뿐 아니라, 인권까지 관심을 두고 있나요?
재용풀 : 그렇다.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고도로 조직된 유기체가 바로 인간이다. 인간의 의식 또한 자연의 산물이다. 사람은 풀꽃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사람을 살리는 문제 또한 자연을 대하는 것과 같은 마음이다. 한 사회의 척도는 자연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 곧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과 공동체에 대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반전 운동도 하고 있는데, 환경, 평화, 공동체, 사랑 등은 분리될 수 없는 가치들이다. 분리되는 순간 기능적 차원으로 전락하고 만다.
 
해피풀 : 홍보는 어떤 방식으로 하고 계신가요?
재용풀 :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은 회원가입을 권유하지 않는 단체다. 우리의 활동에 의미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풀씨가 바람에 날려 퍼지듯 퍼져나갈 것이다. 뜻이 있고, 사회, 자연 등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라면 널리 알려질 수밖에 없다. 풀꽃의 향기를 맡은 사람들이 마음이 동해서 자발적으로 회원 가입을 하며, 그래서 쉽게 탈퇴하지 않는다.
 
해피풀 : 2007년 올해 풀꽃 세상의 주요활동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재용풀 : 작년 하반기 풀꽃상 수상자인 ‘우리 씨앗 앉은뱅이밀’을 활동의 중심으로 삼아, 상반기까지 ‘우리 씨앗’을 보존하고 알리는데 주력해 왔다. 경기도 송추 광명보육원에 ‘풀꽃텃밭’이 있는데, 앉은뱅이밀을 심고 감자와 옥수수 등을 재배한다. 또, ‘귀농본부’와 더불어 ‘상자텃밭 나누기 행사’를 했다. 상자텃밭을 이용해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우리 농작물을 키울 수 있게 한 것인데, 아이들이 직접 생물을 키워보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다. 그 외에도 풀꽃세상은 판로가 없어진 귀농부부의 흑미 판매에도 앞장서는 등 미리 계획된 것보다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운영된다.

[##_1L|1236652170.jpg|width=”267″ height=”295″ alt=”?”|풀꽃세상에서 직접 상자텃밭에 재배하는 식물들_##]해피풀 : 가장 보람 있으셨던 때와 가장 힘드셨던 때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재용풀 : 풀씨들과 만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풀씨들과 만나 같이 무언가를 할 때, 그런 다채롭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 자체가 가장 보람된 일이다. 마찬가지로 가장 힘들 때 또한 사람의 문제이다. 풀꽃 세상은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단체다.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일이 생길 때 속상하다.
 
해피풀 : 다른 환경단체와는 다른 방식의 운동인데, 환경 운동의 성과는 어떤가요?
재용풀 : 은은한 영향력을 주고 있다. 풀꽃 세상의 운동방식이 ‘실천을 수반한 조용한 마음의 운동’ 이다. 구호 투쟁이나 붉은 머리띠를 두른 운동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어 이슈가 되고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신선했으나 여러 해를 넘어감에 따라 새로운 방식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다. 풀꽃세상의 운동방식은 메시지를 통해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고양시키는 방식으로, ‘메시지운동’이 가진 한계와 성과에 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어떻게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가슴속 깊이 북돋을까? 그것이 생태문제의 본질이다. 봉사건 투쟁이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해피풀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재용풀 : 작은 도롱뇽과 산과 들에 피어있는 작은 풀꽃들이 행복하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합시다.
 

[고서정 _ 해피리포터]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전화 : 02) 324 – 6813 ~ 4
e-mail : fulssi@fulssi.or.kr
홈페이지 : http://www.fulssi.or.kr
자원활동 안내 : 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09-13번지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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