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희망제작소 뿌리센터는 지난 2013년부터 강동구 강일리버파크 아파트에서 행복한아파트공동체학교(이하 ‘행아공’)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행아공은 아파트에서 보다 즐겁고 유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관심을 갖고 내가 할 일을 찾아내어 함께 할 사람들을 찾아서 꾸려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행아공을 진행하며 만난 주민들을 ‘강동구, 아파트 공동체가 활짝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강동구, 아파트 공동체가 활짝 피었습니다
(3) 행복한 삶의 주인 되기, 공동육아 공동체 엄마정 – 정은영

정은영 씨는 강일리버파크 9단지 주민으로 엄마들의 쉼터라는 의미의 ‘엄마정’ 모임을 이끌고 있다. 엄마정은 엄마들과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고 학습하는 공동육아 커뮤니티로 엄마들의 재능기부로 가르치는 다양한 수업과 체험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엄마정 회원들은 무엇보다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바로 엄마들 자신이 행복한 삶의 주인이 되려고 노력하는 행복맘이다.


첫 아이를 가지고 이곳으로 왔으니까 지금 5년 차네요. 처음에는 시내도 가깝고 단지도 한적해서 좋았어요. 지금은 쓰레기 매립지 등으로 인해 매력이 조금은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점도 있어요.

공동육아 모임 엄마정은 제일 처음 이연주 씨가 만들었어요. 아이를 낳고 이곳에 와서 그냥 사는 것도 좋았지만 더 나아가서 이웃과 만나고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그때 딱 생각했죠. 엄마들의 공동체가 있다면 아이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구요. 그래서 참여를 하게 되었어요. 2012년 소모임을 결성하고, 작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였으니 대략 2년이 조금 덜 되었네요. 엄마정이라는 이름은 노인정과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진 것이에요. 엄마들이 쉬는 쉼터 개념이죠. 어렵게 생각하기보다는 쉽게 결정했어요.

우리는 조금 독특한 모임이에요. 일반적인 공동육아 공동체와는 차이가 있어요. 다른 모임들은 엄마 힐링, 육아 등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엄마들과 아이들이 함께 노는 거예요. 그리고 엄마들도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가 하는 공동육아 최고의 목적은 아이들이 가능한 늦게 사회에 편입되도록 하려는 거예요. 요즘은 아이들이 일찍 어린이집에 가는데 우리는 우리가 놀 거리를 만들어서 조금 더 늦게 보내자는 생각이 있어요.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선생님이 된다는 거예요. 일종의 품앗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매주 월요일에 10단지 문고에서 수업을 하는데 크게 3개 팀이 있어요. 1~3세 영아, 4~5세, 6~7세 팀 이렇게요. 물론 6~7세는 활동을 잘 하지 않아요. 4~5세 팀이 주축이라고 볼 수 있죠.

품앗이 육아를 하는 엄마 공동체

엄마정이 하는 활동들은 정말 다양해요. 아빠가 참여하는 수업도 해요. 엄마와 아이들만 친해지는 건 뭔가 부족한 느낌도 들어서 가족이 다 함께 참여하는 수업을 하는데 굉장히 좋았어요. 연극도 보러 가고, 숲체험 프로그램도 있어요. 자동차에 색칠을 하는 프로그램, 매주 토요일마다 태권도 교실도 있어요. 이외에도 정말 많이 했어요. 고덕천에서 자전거도 타고, 쓰레기도 줍고, 숲 유치원이라는 숲에서 치유를 받는 프로그램도 하구요. 이건 참 좋아서 매년 진행을 해요.

작년에는 시작 단계였기 때문에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었다고 생각을 해요. 점차 알아가고 여러 활동들을 하다보니까 엄마들에게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런 것들을 활용하면 아이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죠. 우리는 인원도 10명 정도고 우리끼리 한다면 근처 문화센터보다 더 나은 것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어요. 모두 재능이 엄청 많은데 그래도 서로 부담이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조정을 잘 하고 있어요. 아이들과 바깥 활동도 많이 해요.


아이들이 행복한 삶의 주인이 되기를

저희 모임의 임원 선출방법은 일종의 지목제예요. 대표를 했던 사람이 다음 사람을 지목하는 거죠. 그런 지명 받은 사람은 같이 일할 사람들을 정해서 임원진을 만들어요. 임기는 6개월인데 한 번 더 해서 최대 1년간 할 수 있어요.

제가 대표가 돼서 이런저런 제안을 했어요. 공동육아에 아이랑 왔는데 아이러니하게 우리 아이가 방치되는 경우가 간혹 생겨요. 그런 경우에 대비해서 당번제를 정하자고 제안했어요. 또 저희가 회비를 한 달에 5천 원씩 내는데 이렇게 달마다 돈을 걷는 게 조금 성가시다는 생각에 6개월에 몰아서 내는 걸로 바꿨죠. 대표의 임기에 맞춰서요. 원래 제 임기는 12월까지인데, 내년 6월까지로 연장했어요.

단순히 재미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개인적으로 그만큼 봉사하는 건 감수해야 하겠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에는 일에 따라서 다르긴 한데 월례회의 제도가 있어서 모두 모여서 회의를 합니다.

엄마정의 대표를 맡으면서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아이들을 최대한 늦게 유치원 같은 기관에 편입시키는 것이에요. 아이들을 학원이나 학교에 늦게 보내는 게 아이들의 정서에 좋다고 생각을 해요.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사회성을 키운 후에 5세 이후쯤 유치원에 가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그전까지는 공동육아를 하면서 이렇게 아이들과 같이 놀고 싶어요. 공동육아의 최고 장점은 같이 모여서 같이 웃고 떠드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죠.

내년에는 먼저 인원을 더 충원하려고 해요. 서울시의 지원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지원을 받아서 더 큰 모임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은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가르치고 있는데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해갈지 고민이 있어요. 엄마들이 공부를 해서라도 아이들에게 다양한 것들을 더 많이 가르쳐주고 싶어요.

아이들이 함께 놀면서 모두 고향 친구처럼 어울려 자랐으면 좋겠어요. 엄마들끼리 교류도 더 활발해졌으면 싶고요. 그리고 아이들의 안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싶어요. 아이들이 편안하게 돌봄 속에서 교류를 가지면서 자라나길 바라요. 그게 궁극적인 목표예요.

엄마정을 함께 하면서 느끼는 기쁨과 고마움은 값으로 치기가 어려울 만큼 소중합니다. 처음엔 또래 친구를 만나러 나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욕심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함께 여러 경험을 하면서 배짱 두둑한 소년 소녀로, 자존감이 충만한 청년들로 자라기를 희망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이것이 공동육아 공동체 엄마정을 하는 이유입니다. 바로 행복한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지요.

인터뷰 진행 및 정리_ 장우연(뿌리센터 선임연구원 wy_chang@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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