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시대’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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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사회혁신센터여행사공공과 함께 사회혁신의 세계적 동향을 파악하고, 실질적인 사회혁신방법론과 사례를 공부하는 세계사회혁신탐방(Social Innovation Road)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2년 7월 아시아 편으로 방콕과 홍콩을 방문했으며, 이번에는 오세아니아 편으로 사회혁신의 모범적 실험이라고 불리는 호주의 멜번과 아들레이드를 다녀왔습니다. 우리 함께,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계사회혁신탐방 오세아니아 원정대의 사회혁신 탐방기를 연재합니다.


② 세계사회혁신탐방기 오세아니아
    ‘꿀벌의 시대’에 대처하는 정부의 역할

사회혁신의 주체는 종종 꿀벌과 나무에 대한 비유를 들어 설명되곤 한다. 여기서 꿀벌은 시민, 개인, 소규모의 혁신적 그룹이나 사회적기업가들로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해내고 자유롭게 실험하는 주체다. 이러한 꿀벌이 이곳저곳으로 수분을 뿌리고 다닐 수 있으려면 나무가 있어야 한다. 나무는 이러한 실험을 다양한 자원을 통해 지원하고 키우는 단위로 재단, 기업, 정부 등이다. 사회혁신의 성공은 꿀벌과 나무의 적절한 만남과 협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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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회혁신탐방 오세아니아 원정단의 첫 번째 방문지는 호주교육노동부(The DEEWR, The Department of Education, Employment and Workplace Relations)의 멜번 사무실이었다. 호주교육노동부는 호주 연방 정부의 교육, 고용, 근무현장과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연방정부 내 유일하게 사회혁신기능을 가진 부처이다. 원정단은 이곳에서 사회혁신그룹(Social innovatioin Group)을 이끌고 있는 사회혁신전략가, 로즈마리 아디스(Rosemary Addis)를 만나, 호주정부가 어떻게 사회혁신을 지원하고 촉진하고 있는지를 들었다. 

로즈마리 아디스에 따르면, 호주교육노동부 내 사회혁신그룹은 경제적, 비경제적 자원을 활용해 사회적 영향을 형성하고자 하는 공공, 민간, 시민사회가 협력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로는 임팩트 투자, 포럼 세미나, 대화와 소통, 소규모 사회혁신의 확대와 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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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과 관련해 인증제라는 독특한 지원책을 가진 우리나라 외에도 많은 나라에서 사회적기업은 정부의 기금과 정부의 공공서비스 위탁 계약을 통해 생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기업이란 사회적 미션을 비즈니스를 통해 달성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사회적기업을 통한 사회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규모의 확대가 전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기업이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사회적 환원(social return)를 재정적 환원(financial return)을 기대하는 투자를 임팩트 투자라고 부른다.

호주교육노동부의 사회적그룹은 이러한 투자를 활성하고자 투자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마중물을 마련하기로 했다. 마중물 중 하나인 임팩트 투자는 사회적기업들이 좀 더 큰 사회적 영향(social impact)을 가지기 위해서는 투자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해외의 실험과 보고서를 통해 알아본 후, 투자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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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정부는 사회적기업 발전과 투자 펀드(The Social Enterprise Development and Investment Funds(SEDIF) 2,000만 달러(한화 200억)을 조성했다. 이 기금을 중심으로 1:1 투자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아 약 4,000만 달러 이상(한화 400억)의 펀드를 조성했다. 호주 내 대표적인 소셜 파이넌스(Social Finance)회사인 포레스터스(Foresters Group)와 사회적기업 파이넌스 호주(SEFA, Social Enterprise Finance Australia)와 소셜 벤처 호주(Social Ventures Australia)가 함께 이 펀드를 관리하고 있다.

이 세 기관들은 SEDIF를 마중물로 1)정부와 매칭펀드 조성 2) 비영리, 영리기관과 은행이 함께 펀드 조성 3) 자선 기금을 통해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적 이득이 아니라, 사회적 이득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다른 투자 파트너들은 이익이 생길 경우에는 정부의 투자금을 통한 이익도 취할 수 있다. 또한 손실이 발생했을때는 정부의 돈이 손실액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파트너들의 투자금은 그대로 보전 될 수 있다. 즉, 정부는 사회적기업이 자본과 투자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사회적 영향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촉매제 역할(Catalyst)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SEDIF의 경우, 정부의 기금 마련도 중요하지만, 그 성패는 무엇보다 새로운 투자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그 자리에서 사회혁신을 위한 논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사회혁신그룹은 대화와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대화와 포럼은 아주 개인적이고 비공식적인 만남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시작된다고 한다.

로즈마리 아디스는 호주교육노동부의 사회혁신그룹의 역할은 정부의 이러한 새로운 시도와 방법이 유의미하다는 것을 사회에 계속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사회혁신그룹은 실질적인 사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굿스타트 딜(Good start Deal)과 차일드그라운드(Child Ground)프로젝트이다. 굿스타트딜은 호주 내 어린이 보육시장의 15%를 점유하고 있던 ABD센터(민간기업)가 파산 직전에 이르자, 호주 내 대표적인 4개의 비영리기관(The Benevolent Society, Mission Australia, the Brotherhood of St Laurence, Social Ventures Australia)을 설득해 굿스타트 딜이라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어서 ABD센터를 매수한  사례이다. 차일드그라운드 프로젝트는 아주 소규모의 혁신적 사례를 인큐베이션 과정을 거쳐 정부 기금에 의존하지 않는 비영리기관이 될 수 있도록 돕고, 규모를 키워 사회적 영향을 키우려고 한다.

새로운 것을 지원하고 촉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호주교육노동부의 사회혁신그룹의 활동은 바로 이러한 변화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투자시장을 형성하고, 인큐베이션을 하고, 새로운 관계들을 형성하는 일들은 과연 정부가 해야하는 역할일까? 로즈마리 아디스는 여전히 정부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혁신은 단순히 아이디어의 혁신성만을 얘기할 수는 없다. 이를 지원하는 기관도 혁신적인 태도와 방법을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태도와 방법을 시도해 보는 부서가 있다는 것은 한번에 변하기에는 어려운 정부의 입장에서 좋은 전략으로 보인다.

* 질의응답

[##_1L|1251599361.jpg|width=”200″ height=”26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로즈마리 아디스 (사회혁신전략가, 호주교육노동부)_##]질문: 기본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회혁신을 이해하고 있는지. 주정부 내의 공직자들의 사회혁신에 대한 이해도와 주정부 내에서 펀딩을 하게 되면 의회는 어떻게 하는가?

답변: 사회혁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우리도 정부  내에서 유일하게 사회혁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정부는 항상 혁신을 고민했고, 즉 기업가정신과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것을 사회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을 보면 사회혁신보다는 사회적 통합에 더 강점을 둔다. 연방정부가 정부 내 혁신에 대해 보고서를 쓸 때 지난 2년 동안 우리 부서를 통해 진행된 사업을 중심으로 사회혁신이란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한다. 그것이 최근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의회는 사람들에게 사회혁신이 투자해야 할 대상이라고 상기시켜준다. 또한 정책에 있어서 사회혁신이 논의될 문제와 이슈의 공간을 찾아준다. 사회혁신은 장기간 해결해야 할 사회적 이슈가 있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설득할 정책적 공간을 만들고 있다.

질문: 한국 내에서 회생시키기 어려운 사회적기업이 너무 많다. 이미 정부가 많은 지원을 했기 때문에 그냥 문을 닫도록 둘 수는 없다. 어떻게 ABD center를 다시 회생시킬 수 있었나?

답변: 호주 보육의 15%를 담당하는 이 회사가 문을 닫는다면, 호주 내 보육서비스는 엄청난 위험 속에 빠지게 될 것이었다. 정부는 절대로 이 회사가 문을 닫게 둘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리는 것이 중요했다. 당시 ABD center를 부분적으로 인수하고 매각하고자 하는 민간 기업들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15%의 시장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규모가 큰 재단과 논의해서 ABD center를 매수할 수 있는 큰 규모의 사회적기업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기업이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좀 더 어린이 교육에 집중하게 되었고,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사업도 더 잘 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질문: 정부에서 이런 실험을 시도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가?

답변: 그렇다. 정부 내에서 이런 일을 시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회혁신을 한다는 것은 특히 정부 내에서는 용기를 가져야 하고, 용서 구하기를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질문: 사회적 투자시장을 형성할 때, 정부가 1을 내고, 민간투자자들이 1을 투자했다고 했다. 민간투자가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요인은 재정적 이익인가 사회적 이익인가?

답변: 두 가지 동기를 모두 강조한다. 하지만, 경중에 있어서는 투자자에 따라 다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는데,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투자(Corporate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라는 말을 쓰곤 한다. 즉, 기업은 소비자를 위한 이미지를 위해 기업의 활동이 투자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간 투자자들의 참여의 한편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록펠러재단에서 시행한 연구에 의하면 트리오더스(Triodos Bank)와 같은 지속가능한 은행(Sustainable Bank)의 경우, 70%가 은행업과 관련된 실질적인 시장에 투자하고 나머지 30%를 다른 사업에 투자한다고 한다. 놀랍게도 29개의 국제은행 중 30%만이 은행업과 관련된 실질적인 시장으로 간다고 한다. 즉, 지속가능한 은행이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할뿐만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다른 은행들보다 훨씬 경제력 있고,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연구 결과는 사회적 미션을 가진 일을 함께 할 때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재정적인 이익에서도 더 뛰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질문: 이런 민간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효과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고 있나?

답변: 사회적 영향과 효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국제적인 논쟁거리 중 하나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다. 사업의 사회적효과에 대해 스토리를 작성하거나 매트릭스를 양적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현재 다양한 평가툴이 개발되고 있고 정부가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정부만이 아니라, 사회적기업 섹터 스스로도 하고 있다. 사회 내에서의 자신들의 역할과 효과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우리가 시도한 사례를 들어보겠다. 칠드런 그라운드의 경우 여러 평가 기준을 적용해 보았다. 우리가 하려고 했던 것은 장기간에 걸친 평가다. 즉 초기에는 그 성과가 미미하지만, 갈수록 규모가 커지길 기도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초기에는 작은 단계로 평가를 진행해서 작은 변화도 가시화하고 평가 가능하게 해보았고,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이런 변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질문: 사회적기업을 위한 투자시장을 테스트한다는 얘기를 했고, 여기에 관여하는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가는 것 같다. 이런 관계는 아까 언급한 비공식적인(informal)관계에서 시작되는 것인가?

답변: 비공식적이고 개인적인 관계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정부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면 공식적인 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에 내 개인의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비공식적이고 개인적인 관계가 일정한 신뢰를 가지게 되면 정말 함께 해야 할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비공식적이고 개인적인 관계를 맺다가 동일한 관심가 협력 가능성이 보이면 공식적인 포럼이나 세미나를 열고 있다.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큰 시스템에 대한 그림을 가지고 있었야 하고, 그 시스템 내의 많은 부분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부분과 분야가 함께 일해야 사회적 변화가 가능한 것이다. 나 하나의 시작으로 사회의 변화가 가능하다. 최근에 나온 트리오도스뱅크 홍보영상에서도 알 수 있다.

질문: 이런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이유는 뭔가?

답: 호주는 그동안 경제적으로 계속해서 성장해 왔다. 하지만 경제성장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현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많은 사회적기업이나 커뮤니티조직은 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는 이들이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키우고, 정부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자립해 나갈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글_ 한선경(사회혁신센터 선임연구원 alreadyi@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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