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열차 경상편] “뭉치면 산다”

2011 희망제작소 창립 5주년 프로젝트
박원순의 희망열차


● [경상] 4월 2일 부산 참오름생활협동조합


자그마한 차에서 내린 박원순 상임이사는 곧장 부산교육연구소 건물에 들어섰다. 디카를 꺼내 간판부터 팜플렛, 게시판에 나온 글 등을 마구 찍어대면서 질문을 쏟아냈다. 강의 전 차를 마시면서 그날 모인 사람과 상견례를 하는데, 수첩을 꺼내어 모든 사람들에게 소개를 받고 궁금한 것을 질문하면서 쉴새없이 메모를 했다. 웃음으로 어색함을 덮고 처음 만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얘기를 꺼내도록 했다.

강의실이 자그마한 공간이라 마이크와 PT도 없이 자연스럽게 앞책상에 걸터앉기도 하고, 화이트보드에 글을 적으면서 1시간 40분간 질문에 답했다. 질문을 기록하고 사례나 경험 중심으로 답을 해주었다.

일명 ‘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답게 생협, 지역화폐, 마을만들기, 대안학교, 대학생의 진로 등 6명의 즉석질문에 막힘없이 쉽게 사례나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아래는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

Q: 생협활동조합의 발전방안에 대한 의견은.

A: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만 판친다. 공룡만 살아남는다. 그래선 지방이 건강해지지 않는다. 협동조합이 별게 아니다. 구멍가게, 1인기업 등 모두가 가능하다. 연대하고 힘을 뭉치면된다. 생협하면 먹을거리 위주로 되어 있는데, 협동조합의 나라 이탈리아의 경우를 보자. 주택협동조합이 많다. 거주민이 공동토지를 소유해 원하는 주택을 짓는다. 교육 협동조합 중에는 요리에 관심있는 사람들끼리 요리전문학교를 만든다. 자동차 협동조합 중 자동차 검사만을 위한 검사조합도 있다. 자동차검사는 통상 기술자의 손에 맡겨지는데 조합원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검사를 맡겨 신뢰 속 거래를 한다. 인쇄 협동조합을 주부가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적극적으로 뭉치면 많은 걸 할 수 있다. 생협은 소비자가 주인이 되는 것이고, 지역이 건강해지는 방법이다. 나도 협동조합에 큰 꿈이 있다. 우선, 비전을 만들어 적극 공유해라. 사람이 주체다. 이건 신뢰의 문제이다. 작업을 하고 홍보하면 된다. 윤리적 소비자가 모여 연대해야 한다.

Q: 요즘 원전에 대한 우려가 큰데, 지속가능한 대안에너지에 대해 말씀해 달라 (희망제작소 김해창 부소장께서 답변함)

A: 원전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화력 에너지를 써야하는 구조다. 원전은 이산화탄소를 줄여주지만 더 많은 석유를 쓰게 되어 결국 친환경 에너지정책이 아니다. 좀 불편하더라도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당국은 주민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만들어야한다. 좀 더워도 참고 가급적 에어컨을 줄이는 등 생활의 불편을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독일은 당국에서 강력하게 재생에너지정책을 써 원전이 아니라 태양광 등 재생가능한 친환경에너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삶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성찰과 근본적인 자각에서부터 에너지 문제에 대한 접근이 시작되어야 한다.

Q:  대안학교을 운영하면서 (운영자인) 나 자신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게됐다. 결국 조직을 통제해야하는 필요성이 높아졌고, 관료조직화되는 느낌이다. 조직이 커질수록 소통이 더 힘들다. 생각과 실천의 괴리를 많이 느낀다.

A: 내가 참여연대를 만들어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르면 떠났다. 아름다운재단도 만들어 어느 선에 돌입하면 떠났다. 아름다운가게도 마찬가지다. 희망제작소도 언젠가는 떠날 것이다. 난 항상 떠날 준비를 한다. 조직이 정상화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어느 선에 떠난다. 떠난 후 완전히 관섭하지 않는다. 개인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고, 특히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새로운 사람이 오고 새로운 과제로 새롭게 조직을 이끌어가야 조직이 건강해진다.

대안학교도 어려운 사람, 정규교육을 거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에서 점점 돈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학교로 바뀌었는데 이건 대안학교의 취지와 안맞다. 현재 고민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정부가 해야하는 일을 대신하니 자부심을 가져라. 고민하고 회의하는 건 발전의 단계이다. 다르게 생각하고 대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언젠가는 떠난다는 생각을 갖고 하시라.
 
Q: 1인 자영업자이면서 소비자다. 합리적인 소비의 개념이 모호하고 판단이 안된다. 최근 사업상의 이유로 현수막과 도장을 맞춰야 했는데 지역 경제를 생각해서 이웃 가게에 주문했다. 어느 정도 손실을 각오하긴 했지만, 막상 인터넷으로 가격을 알아보니 지역의 가격이 3~4배 정도 비쌌다. 합리적 소비란 것이 소비자가 이익을 보는 건지, 생산자가 이익을 보는 건지, 지역 경제를 위한 건지 의문이 들더라. 합리적 소비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다. 그리고 현재 타일공예를 하는데 앞집에도 다양한 공예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 특성화 거리 같은 것도 한 번  만들어보고 싶은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

A: 뜻이 좋다하더라도 가능하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제3세계 아이들이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받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아름다운커피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에 커피를 정말 맛있게 만드는 분께 재능을 기부받았다. 맛도 좋으면서 커피의 생산과정과 결과를 소비자와 공유했더니 현재 연매출이 30억 정도인데, 조만간 1,000억 대로 올라갈 것이라 본다. 윤리적 소비자가 많다. 품질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도 갖추려는 노력 속에서 소비자와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사회연대가 중요하다.

공예를 하신다고 했는데 정말 소중한 자산이다. 외국에서는 공예가 대단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는다. 독일 베를린에선 공예가들을 위한 가게를 내준다. 문화와 예술이 21세기 트렌드다. 관광명소가 될 수있다. 조만간 문화 예술이 일상의 삶속에 들어올 것이다. 재능있는 사람들이 연대하고 모여야 아트거리 등 특성화 거리가 형성된다. 해운대가 집값이 비싸 하기 어려우면 좀 낙후된 마을에 입주해 형성하면 된다. 이것은 입지와 무관하다. 좋은 제품만 만들고 특성화하면 소비자는 언제나 찾아온다.

Q: 교육을 받으면서 생협활동을 하고 있는 주부인데, 지역화폐의 좋은 사례를 알려달라.

A: 대전의 한밭레츠나 홍성 홍동면, 시하품앗이 등 지역화폐를 운영하는 단체를 찾아가서 인터뷰해봐라. 공부하고 함께 나누는 데서 (운동이) 시작된다. 종이화폐는 착취구조다. 공정하게 평가해주고 서로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연대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Q: 나름 열심히 공부하면서 살아가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그런데 과연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고 있다.

A: 지금 세계는 대기업에서 소기업으로, 첨단기업에서 향토기업으로, 원자력에서 재생에너지로 중심이 변하고 있다. 정부ㆍ기업과 비영리단체가 협력하고, 창조성이 높이 평가받고, 글로벌화되면서 지역도 중요해지고 있다. 미래는 변하고 있다. 변화의 흐름을 배워야 한다. 남의 눈에 드는 직장, 남을 의식하는 자세를 갖기보다는 미래의 변화를 감지하고 준비해야 한다. 다양한 삶이 있다. 시민운동은 무한한 블루오션이다. 고정관념만 벗어나면 많은 할 일이 보인다.

글_ 참오름생활협동조합 하정관
(하정관님이 일정이 끝난 후 페이스북에 올려주신 후기를 편집해 게재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현장 녹화 영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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