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열차 제주편] 해군 기지 너머 어딘가에

2011 희망제작소 창립 5주년 프로젝트
박원순의 희망열차


● [제주] 5월 31일 강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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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5월의 마지막 저녁, 이 날 열차는 강정마을에 정차하였다. 작은 봉고차에서 내린 희망열차 식구들은 강정마을 의례회관에 모인 많은 사람들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전까지의 제주 일정과는 달리, 강정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회관에 모인 것이다. 여기에는 생명과 평화를 위해 전국순례를 떠났다가 강정에  머물고 있는 ‘샨티학교’(경북 상주 소재, 교장 정호진) 학생들도 많이 자리했다.

강정마을 강동규 회장이 마을의 현 상황을 꼬집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 회장은 “강정 마을에 들어오는 해군기지는 자신들의 몸 불리기에 불과한 사업이고, 현대적 패권주의에 의한 것”이라며 “지정학적으로 세계적인 평화의 섬을 만들고자 하는 곳에 군사기지 유치는 말이 안되는 모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제주도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에 도전하고 있기도 하다.

조영배 제주대학교 교수는 해군기지 건립 추진 과정에서 약 1500명의 주민 중 80명을 모아놓고 찬성안을 통과시킨 것을 해군과 제주도청이 마치 주민총회를 통해 결정한 것처럼 오도했고, 이는 “방법론상의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송강호 박사는 해군기지 유치 후 달라질 제주도의 모습에 대해 예견했다.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해군 가족과 각종 3차 산업 종사자 가족을 포함해 약 1만 명 정도가 체류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때문에 송박사는 강정마을 공동체의 정체성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밝혔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조 교수가 지적했듯 국가 시설이 필요하더라도 주민들과의 논의 및 동의 아래 가장 적은 희생을 치루며 만들어져야 한다” 면서  “유권자 1500명 중 80명이 투표해 찬성을 끌어낸 것은 절차상으로 적절하지 않으므로 무효”라고 말했다. 결과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절차가 공정해야 하는 적법절차의 원리가 있다. 공정하지 못한 절차가 끌어낸 결과에 강정마을 주민들도 승복할 수 없으리란 생각이 든다.
 
우리의 자손들이 살아갈 이 땅에 우리만의 탐욕으로 우리만의 결정을 내리는 행위에는 성찰이 필요하다. 자연이나 미래세대를 희생해서라도 군사시설을 유치해 우리는 과연 얼만큼 잘 살 수 있을까?

박원순 상임이사는 “반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파괴된 공동체를 어떻게 회복할지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진정한 희망의 땅, 평화의 땅으로 만들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면서 반대를 해야한다” 며 강정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냈다. 반대의 목소리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낼지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이 커지는 함성소리를 하나로 묶어 연대의 힘을 높이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다.

대담회가 열리기 하루 전,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가 결성되었다고 한다. 조 교수는 “해군 기지 문제는 강정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전 국민의 문제이며, 강정 주민들은 새로운 대안에 대해 이야기해야할 시점에 와있다” 면서 앞으로의  계획에 관한 토론을 제안했다.

송강호 박사는 유엔 평화학교 유치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대안학교인 ‘장대학교’ 교장 선생님은 “단기적인 대책과 장기적인 대책이 모두 필요한데 유엔평화학교는 장기적인 대안” 이라며 “하루하루가 아주 시급한 상황”에서 단기적인 대안도 절심함을 지적했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천재적인 사람보다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진리가 나온다. 강정마을의 의식과 지성에 의해 힘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공동체를 회복하고 희망과 평화의 고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안과 새로운 컨텐츠가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은 여유가 없더라도 그렇게 해야 연대의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평화를 상징하는 유엔 평화대학은 하나의 예일 뿐이고, 영국의 ‘슈마허 대학’ 같이 비공식적이지만 공동체를 위해 일하는 곳도 필요합니다. 제주 역시 우리 식으로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강동균 회장은 대담회를 마무리하며 “신뢰가 곧 평화”라는 서승 선생의 말을 인용해 “주민 스스로 평화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들이 참 힘들게 싸워왔는데 요즘에는 강정마을의 평화를 위해 많이 찾아와주셔서 새로운 힘이 솟아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상임이사는 아직 세상 사람들이 강정마을 문제를 잘 모른다는 말에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덧붙여 “나보다 팔로워 수가 많은 이외수 씨 같은 분을 찾아가 부탁드리면 한 번은 오실 것이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은 분이 함께 한다면 더욱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정표에 의하면 1시간으로 예정되었던 대담회는 주민들의 열띤 성원에 1시간을 훌쩍 넘겨 밤 10시경이 되어서야 끝났다. 함께했던 모든 이들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열띤 대화를 나누었던 그 시간, 그 공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글_ 신의주 (희망열차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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