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년 컨퍼런스① 희망제작소, 5년의 기억

5월 19일,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서 희망제작소 5주년 컨퍼런스 ‘잘하고 있습니까’가 개최되었습니다. 다소 도발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단순히 한 단체에 대한 평가를 넘어 ‘희망제작소’를 주제삼아? 한국 시민사회ㆍ 지역ㆍ사회혁신 운동의 현 주소와 과제를 짚어보고자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이 날 컨퍼런스는 총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습니다. 아래 글에서는 1부 행사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본문 하단에서 이 날 행사 녹취록을 내려받으실 수 있습니다.

① 희망제작소, 5년의 기억

1부 행사는 ‘희망제작소, 5년의 기억’ 이란 이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인사말에 이어 희망제작소 5년의 활동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점검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참석자들과 함께 감상했습니다. 아래의 동영상입니다.

이어 유시주 소장은 ‘희망제작소, 희망제작소를 말하다’ 발표를 통해 지난 활동에 대한 내부적인 평가와 함께 현재의 고민과 과제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래는 해당 발표를 풀어서 정리한 내용입니다.

[##_1C|1409737352.jpg|width=”400″ height=”26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먼저 창립 당시 천명한 희망제작소의 가치와 연구방향은 ‘독립, 참여, 실용, 대안, 지역, 현장, 종합’이었습니다.

시민들의 경험과 지혜를 수렴하는 통로를 마련하고(참여), 그에 기초해 실사구시적이고(실용) 시민들이 처한 구체적 현실에 조응하는(현장) 대안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시민사회와 대안담론의 혁신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즉, 미시적이고 각론적이고 구체적인 특정 문제에 대한 해법을 통해 궁극적으로 거시대안과 담론을 재구성하겠다(종합)는 목표를 가졌다 할 수 있습니다. 이후 희망제작소의 사업과 조직은 2008년 TFT와 2009년 비상경영위원회를 통해 오늘과 같은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5주년을 맞아 희망제작소가 희망제작소를 평가한다면 그 첫번째 기준은 ‘시민사회를 발전시키는 혁신성과 창의성을 보여주었는가’일 겁니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5년 간 적어도 “새로움, 그리고 가능성은 보여주었다”고 자평합니다. 그 내용은 간단하게 아래의 여섯 가지 항목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가치’ 중심으로 섹터간의 경계 허물기

희망제작소는 가치를 공감하는 상대라면 중앙정부, 지방정부, 기업, 언론기관 등 다른 섹터의 누구와도 협력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의제와 관점을 공공영역과 기업에 소개하기도 하고, 기업의 방법론을 시민사회 영역에 소개하거나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경계를 고수하면 서로 만나기 힘든 다양한 계층과 연령, 소속, 관점의 시민들을 희망제작소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게도 했습니다. 한국 사회 전체의 소통과 자기혁신 역량 높이기는 희망제작소의 주안점 중 하나였습니다.

2. 시민사회 인재 발굴과 양성

21세기 들어 과거 학생 운동이 수행했던 시민사회 활동가를 양성하는 통로로서의 역할이 급격히 축소되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행복설계아카데미(은퇴자 교육프로그램), 퇴근후 LET’S(직장인 교육프로그램), 희망별동대(청년 사회적 기업가 양성프로그램) 등을 통해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을 만나왔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시민 활동가를 발굴하고 길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시민사회 조직에 비해 젊은이들과의 접점이 매우 넓은데,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3. 시민주체의 새로운 사회혁신 방법론 실험

희망제작소는 사회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온ㆍ오프 양쪽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 스스로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론을 발굴하고 시도해 왔습니다. 특히 일찍부터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젊은 층이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 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온갖문제총서’는 ‘예술가들은 왜 머리가 길까’, ‘할인점에서는 왜 항상 아이스크림을 왜 50% 할인판매할까’ 등 아무도 연구하지 않은 문제를 시민들이 제안하고 연구해 책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4. 지역의제 발굴과 확산

희망제작소는 커뮤니티비즈니스(CB), 에코투어리즘, 간판문화, 공공공간(Public Space), 지역자원과 주민참여에 입각한 도시재생, 농업과 농촌에 대한 새로운 접근 등 다양한 지역의제들을 발빠르게 소개해 왔습니다.

5. 시민사회 역량강화 지원

희망제작소는 시민단체, 풀뿌리단체를 지원하는 중간지원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조금씩 강화해왔고, 앞으로 더욱 확대할 예정에 있습니다. 완주 CB센터처럼 지역에서 ‘모방을 통해 확산’시킬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내는 축과 모금전문가학교, NPO경영학교 등 시민사회단체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축, 이렇게 두 축이 주된 방향입니다.

6. ‘시민에 의한 재정’의 가능성 확인

희망제작소는 구호단체나 애드보커시(advocacy) 단체에 비해 시민들의 후원을 끌어내기 쉽지 않은 성격임에도 월 1만원 후원회원, Hope Maker’s Club, 1004클럽 등 다양한 회원확보 시도로 현재 재정의 40%를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독립적인 싱크탱크’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봅니다.
[##_1C|1135641316.jpg|width=”378″ height=”26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이처럼 자체적으로 지난 5년의 활동을 돌아봤을 때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희망제작소가 안고 있는 고민과 과제는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다섯 가지 항목으로 정리했습니다.

1. 로컬 중심으로 주제 제한

창립 당시 희망제작소는 로컬, 내셔널, 글로벌 어젠다를 두루 다룰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초기 구상에 비추어 내셔널 및 글로벌 어젠다는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하였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대안센터’라는 부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나 2009년 폐지되면서 명맥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이는 희망제작소의 여러 사업들이 연구보다는 현장 중심의 실행프로그램, 구체적인 모델 만들기에 치중했기 때문입니다.

2. 연구, 담론, 거시정책 등에서 영향력 미약

초기 희망제작소는 연구원들을 실행프로그램과 프로젝트 중심으로 배치하고 연구 역량은 네트워크를 통해 보완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부설 연구소 중심의 전문가 네트워킹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원적 의사결정구조, 협력을 견인하고 성과를 수렴할 연구원들의 역량 부족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텐데요. 그 결과 컨설팅 보고서와 기획번역서, 기획 출판물 외에 희망제작소에서 발간한 본격적인 연구보고서는 많지 않습니다.

3. 연구역량을 가진 운동가

그러다보니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은 컨설턴트, 코디네이터, 마케팅 프로모터, 펀드레이저 등의 다중 역할을 맡으면서도 연구 역량까지 확보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운동’과 ‘연구’, ‘이론’과 ‘실천’ 사이를 수없이 오가며 한국 사회에 뿌리박은 실천적인 이론 만들기. 이것은 과연 가능할까요?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까요?? 현재는 연구원들이 스스로의 경험을 이론화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해 내부의 연구역량을 길러나가되, 관점을 공유하는 바깥의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해 갈 수 있는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4. 정체성: 희망제작소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앞서의 모든 문제를 포괄하면서, 희망제작소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문제이기도 합니다. 희망제작소의 연구원은 통상적인 의미의 ‘연구원’이 아닙니다. 희망제작소도 전통적인, 혹은 표준적인 의미의 싱크탱크는 아니지요. 그렇다고 일반적 의미의 시민단체도 아닙니다. 희망제작소는 희망제작소를 설명하기 위해 싱크탱크 형 시민운동, 시민운동체로서의 싱크탱크, 싱크앤두탱크 (Think and do Tank (for better Governance)), 시민을 위한 사회혁신센터(Social Innovation Center of citizens) 등 다양한 개념을 활용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것이 온전히 희망제작소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5.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재정적인 기반 만들기

시민사회에 토대를 둔 조직 가운데 ?희망제작소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재정 형편도 나은 편입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는 여전히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가 허약합니다. 의미있고 흥미로운 사업은 많으나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초조하게 한 달 벌어서 매달 월급날을 맞춥니다. 희망제작소만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 시민사회의 역량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안정적인 밑천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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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5년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와 문제의식을 소개한 1부 행사에 이어 2부 행사에서는 6분의 외부 패널과 함께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싱크탱크ㆍ풀뿌리단체ㆍ시민사회단체ㆍ비영리재단 관계자, 연구자, 언론인 등 다양한 시각에서 희망제작소의 활동을 조명할 수 있는 인사들이 참석해 창립 당시 표방했던 희망제작소의 목표가 실제 활동을 통해 얼마나 유효하게 구현되었는지를 살펴본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글에서 2부 행사 내용을 정리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정리_교육센터 이민영 연구원(mignon@makehope.org)

5주년 컨퍼런스 녹취록(1,2부)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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