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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기대하든 상상 그 이상을 보게 되리라’는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영화 광고 문구는 강산애 산행에서 유독 절실한 ‘진정성’을 갖는다. 뭐, 사실 산행모임에 오면서 상상하는 것이야 뻔하지 않겠는가. 그저 산을 오르겠거니, 그러다 정상을 보겠거니 정도. 하지만 그저 산을 오르다 그만 반해버릴 만한 사람이 내 옆에 있음을 알게 되고, 그저 비석 하나 달랑 박힌 정상이 그만 ‘최선의 고지’가 되고 마는, 간단히 예측지수를 뛰어넘는 듬직한 감동이 있는 곳이라는 말씀. 강산애 모임 말이다.

서울 중앙을 가로지르는 생경한 중앙선 전철을 타고 휘둥그레 팔당역을 나선 강산애 여러분.
오늘 ‘예봉산’ 산행은 특별히 ‘애초에’ 세 개조로 나눠 활약하기로 합의했다. 전에 없던 참신한 시도다.
첫 번째 조는 그야말로 ‘빡센 팀’, 예봉산에 만족할 수 없어 팔당의 모든 산을 정복할 기세다. 이 팀에 소속된 회원들은 모두 나름 다리 힘 좋기로 소문난 사람들. 산을 오르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은근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으며 ‘나의 사랑 나의 정상’을 외치는 위풍당당한 모습들이다. 다만 이 팀의 단점이라면 정확히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 미친 듯한 질주본능에 몸과 마음이 부산하고 소란스럽다. 이 팀 멤버는 강산애의 산다람쥐 희망제작소 시니어사회공헌센터 정창기 센터장님을 필두로 나은중 부회장님, 전명국 총무님, 김효근 대장님, 노주환 대장님 등 포함 18인. 총 참석인원이 34명이니 그중 절반이 당당히 빡세고자 했다.

”사용자

두 번째 조는 ‘온화한 팀’, 이 팀 소속 10여 분의 회원님들은 허겁지겁 산행에 진저리를 내며 부드럽고 평안한 산행을 원했으니, 양평 산만 산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구태여 그 모든 산을 다 힘들게 휘돌아칠 이유를 발견하지 못한 이분들은 코스를 가뿐히 줄여 여유만만 산행 길에 오른다. 예봉산과 운길산까지만. 이영구 선생님 이하 석락희 대장님, 조명진 부회장님 등이 이 코스를 달렸다. 참고로 석대장님은 이날 온화하려고 해서 온화 쪽에 서신 게 아니고 부득이 다음날의 마라톤을 위한 체력비축이라는 잔꾀가 들어간 절반의 온화였던 것이고.

”사용자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조는 ‘한가한 팀’, 이 팀 구성은 벼락치기였다. 산에 오르는 것만 낙이 아니다. 오늘 강산애가 발 딛은 곳은 풍광 수려한 두물머리, 남한강과 북한강 두 물줄기 만나는 견우직녀의 순정 같은 애틋함과 경쾌함이 서린 곳이 아니던가. 강변길을 걷는 즐거움을 어찌 버릴쏜가. 주구장창 산만 기어오르는 무식한(?) 일행에게 한 줄기 썩소를 날리며 강변 따라 발길 닿는 대로 온갖 시름 흘려보내기로 결의한다. 급조된 이 팀 멤버는 한상현 총무 이하 다섯 명 정도. 우아한 싱글들이다. 이분들, 분명 나만의 쾌락지도를 갖춘 분들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런데 그 속셈의 저변에는 또한 힘든 산행에 대한 두려움이 있진 않았을까?

이렇게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며 각자의 길에 선 일행은 4시 30분까지 운길산역 근처 두부집에서 모이기로 하고 10시쯤 출발선에 오른다. 그런데 이때 ‘소신 없이’ 어느 팀에 끼어야 하는지 초반에 방황하던 몇 분이 얼떨결에 ‘빡센 팀’으로 합류했고, 이후 이분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니.

사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첫 조를 선택한 나 역시 예봉산이라 했을 때 팔당역 부근 ‘조그마한’ 산을 생각했다. 산행이라기보다 유원지 놀러가는 기분으로 옷차림도 가볍게, 신발 끈도 헐렁하게 하고 산을 올랐으니, 그 뒤끝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시작 지점에선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미리 말하자면 지리산 종주 때도 멀쩡했던 발톱에 멍이 들 정도로 강행군이었다.

그러니까 첫 조가 오른 산은 하나가 아니고 세 개였다. 삼형제처럼 팔짱끼고 붙어 있는 세 개 산을 굽이굽이 건넜다.
코스를 보자면, 예봉산을 넘어 적갑산, 적갑산을 넘어 운길산이었다. 다행히 무궁 쾌청한 날씨 덕분에 ‘빠름 빠름’ 속도는 가능했다. 산속 피톤치드 함량 또한 상당했다. 가느다란 몸매의 나무들이 촘촘 빼곡히 박힌 산길은 흡사 소박한 원시림의 풍모로 등산꾼들의 입을 연신 벙실거리게 했다.

산행 시작 지점부터 예봉산 정상까지 2시간 정도는 쉼 없는 비탈 오름이다.
여기서 첫 조가 점심을 먹고 이어 두 번째 조 입성. 그들이 점심상을 펼칠 때 첫 조는 적갑산으로 향했다. 갈 길이 먼 것이다. 주어진 같은 시간 안에서 두 배로 긴 산길을 걸어야 하는 오늘의 미션이 강한 부담감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시장기를 면하니 모두 달리듯 걷는다. 특별히 아무도 반항하지 않고 다들 묵묵히 보폭을 넓혀 산속을 행군하는데, 이분 저분 거친 숨소리들이 맑은 가을하늘 저 끝에 닿을 듯하다.

그중 ‘얼떨결’의 한 분인 김명숙 회원님은 어느 순간부터 힘든 몸을 어쩔 줄 몰라 하고, 이에 대전 군인 장근수 회원님이 개인 ‘호위무사’로 신사도를 발휘하기도. 엔돌핀 생성을 위해 웃겨주는 역할이라고나 할까. 마지막 산 운길산에서 어쩐지 종달새가 하루 종일 지저귀고 있을 것만 같은 정다운 느낌의 사찰 ‘수종사’를 향해, 수종사의 맛난 ‘차’를 향해 전력 질주했으나 암만해도 시간이 허락지 않아 잠시 휘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식당으로 바로 고고.

암튼 빡센 팀은 이름값을 하는 산행을 마치고 무사 귀환했다. 그리고 두 번째 팀은 그럴 수 없이 화기애애, 희희낙락했다고 하니, 첫 조에 비해 절반의 길이감을 갖는 산행이었으니 그렇게 대놓고 유유자적 산행을 즐겼다 한다. 세 번째 팀은 시작은 달콤했으나 끝은 지루했으리라. 강바람을 맞으며 한가하게 왔다리 갔다리 좋은 사람들과의 수다는 한참까지 즐거웠으나, 강변 산책은 사실 두 시간이면 파장이다. 그 이후의 긴 기다림은 달콤함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아무튼 시간 맞춰 모든 팀이 합류했으니, 식당 안에서의 조우가 다른 때보다 세 배로 정겨운 듯. 그곳에선 또한 어느 조에도 참석치 않았던 유영아 부회장님과 김미숙님이 강산애에 대한 유다른 애정을 자체발광하고 계셨으니. 맛있는 두부와 맥주, 이야기들이 한참을 오고가고, 이번 산행엔 눈에 띄는 ‘뉴 멤버’도 많고 뭔가 다정한 기류가 식당 안을 가득 메운다. 그런데 이번부터 새로 총무 일을 맡게 된 나로서는 오늘따라 유달리 먹성 좋은 몇몇 분들이 눈에 잡히고, 모자란 회비 걱정에 심난해지기까지, 아무래도 다음부터는 ‘먹방 찍는’ 분들께는 따로 기부금 독촉장이라도 돌려야 하지 않나 하는 쪼잔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으니^^.

그렇게 오늘 ‘삼색 향연’을 펼친 강산애의 새로운 시도는 증폭된 다양성의 결과인지, 아니면 ‘우리’보다 ‘나’가 앞서는 은근한 이기심의 발로인지 아직까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 정체를 밝히는 일은 잠시 뒤로 미루기로 하고, 두물머리의 어스름을 배경삼아 삼삼오오 서울로 가는 길은 어쨌든 찬란하여라!

”사용자

그런데 두물머리의 두 물 중 한 물은 태백산을 발원으로 하고 또 한 물은 금강산을 발원으로 한다는데, 물은 이렇게 애쓰지 않아도 남과 북이 만나고 있는데, 사람들의 통일은 언제나 오려나, 그리고 내 님은 언제나 오려나^^

강산애만 늘 변함없이 찐~하게, 언제나 사랑스럽게 통일된 마음이구려!

글_이상실 (희망제작소 후원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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