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프로그램

11월 희망탐사대는 마포에 있는 성미산 마을을 방문했습니다. 성미산은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해발 66m의 나지막한 동네 뒷동산입니다. 1993년에 시작한 공동육아 협동조합에서 비롯된 공동체가 ‘성미산 마을’을 이루며 발전한 곳입니다.

희망제작소 뿌리센터와 사회적경제센터에서 각각 마을 만들기와 협동조합에 대한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데요. 희망제작소에서 말로만 듣던 그 현장을 회원들과 함께 걸으며 눈으로 보고 직접 듣기로 했습니다.

전날 비가 온다는 소식으로 조금 걱정을 했습니다. 춥고 비가 오면 회원들이 많이 오시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당일 가을 냄새가 가득한 노란 은행잎이 떨어진 길을 걸으며 성미산 마을에 도착 했을 땐 전날의 걱정이 싸악 씻겨 나갔습니다. 그리고 10시에 성미산 마을의 ‘작은나무카페’서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조금은 추운 날씨였지만 성미산마을에 기대를 품고 오시는 분, 가족과 함께 나들이처럼 오시는 분들도 보였습니다. 일찍 오신 분들은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 마시며 여유롭게 기다리기도 합니다.

성미산 마을 투어를 해주실 ‘사슴’이란 별칭(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이름보다는 이렇게 별칭을 사용한답니다.)을 가진 성미산 마을 주민 한 분이 카페로 들어오셨습니다. 우리가 모인 작은나무카페도 협동조합으로 각자 출자를 해서 만든 카페라고 합니다. 아토피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을 만들자 하는 목적으로 모여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간단히 카페의 이야기를 듣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으러 성미산 마을극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지하에 마련된 공간에서 우린 편안하게 성미산 마을에 대해 더 알아보았는데요.

‘마을’ 이라고 하면 흔히 시골에 있는 마을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성미산 마을은 도심 속에 있고, 마을자체가 행정구역으로 나눠져 있지 않습니다. 길거리에서 “성미산 학교가 어디에요?” 라고 물으면 모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성미산 마을 주민도 1천여 명으로 예상하지, 몇 명이라고 딱 말하지 못한다고 해요. 성산동, 서교동, 망원동에 걸쳐 주거하는 성미산 마을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성미산 마을 주민이라고 칭할 뿐이니까요. 경계가 없는 도심 속의 공동체 마을이라니 멋있지 않나요? 공동육아로 시작된 성미산 마을도 이제 20년이 다 되어간다고 합니다.

마을 이야기를 들은 후에 희망탐사대는 실제로 마을을 돌아다니며 곳곳에 있는 공동체 공간, 협종조합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성미산학교를 들렀습니다. 성미산 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로 공동육아를 다녔던 아이들이 공동육아를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가야 하는데, 일반 공교육을 보내지 않으려는 부모들이 모여 만든 학교라고 합니다. 많은 부분을 빚을 져 학교를 만들었고, 현재는 반 이상 빚을 갚았다고 하네요. 주말이라 학교는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이 놀고 배운다는 것을 생각하니 부럽기도 했습니다. 땅값이 비싼 지역이라 운동장은 없지만 아이들은 좁은 자리에서 잘 뛰어 놀기도 하고 몸을 이용한 수업도 한다고 하니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회원들은 마을의 골목을 함께 걸으며 그때그때 생각나는 궁금한 질문들을 던지곤 했습니다.

성미산 학교를 지나 보리출판사의 작은 서점과 일반 초등학교를 다니는 맞벌이 자녀의 방과 후 학교, 성미산 마을을 있게 만든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지나 1호, 2호까지 만들어지고 3호를 준비하고 있는 공동주택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이란 뜻)도 보았습니다. 공동주택 이라는 개념이 낯설 수밖에 없는데 궁금하거나 모르는 것이 있으면 사슴님에게 물어보며 적극적으로 궁금증을 풀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공동주택의 장점은 각 가정의 독립된 공간은 있지만 필요는 하지만 많이 쓰이지 않은 것들은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공용 공간을 두어 사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행주 2호와 그 안에 있는 비누두레, 공방 같은 곳도 방문하였습니다. 비누두레에선 여러 가지 천연 화장품도 많고, 계면활성제가 들어가지 않은 비누들도 팔고 있었습니다. 희망탐사대 회원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선물용으로도, 나를 위해서도 착한 소비를 하는 희망탐사대를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어서 성미산 마을에서 가장 회원이 많다는 두레생협을 지나 유기농 식재료와 건강하게 요리하는 반찬가게도 둘러보았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둘러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회사 잘 다니던 요리 잘하는 아빠 한분을 엄마들이 꽤 유기농 식당을 만들게 했다는 성미산 밥상. 우리들은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간단히 자유 시간을 가졌습니다. 작은나무 카페에 한 번 더 가보고, 마침 당일 바자회가 열러 간단한 쇼핑도 했지요.

다시 마을 극장으로 돌아와 어떤 회원들이 함께 했는지, 그리고 오전에 간단히 돌아본 성미산 마을에 대한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1월에는 파주로 희망탐사대를 갔었는데, 오늘도 좋다. 이런 마을공동체가 있는 줄 몰랐는데, 새롭게 알게 되고 기쁘다.’ 고 이야기 해주신 박성주 회원, 강남권에 살고 있는 조카에게 여러 삶의 접촉면을 보여주고 싶다고 함께 오신 최연미 회원, 사회복지사로 일한 적이 있고 살고 있는 인천에서도 성미산과 같은 마을공동체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왔다는 황성윤 회원, 희망탐사대에 자주 함께 해주시는 정미영 회원께서는 고령자를 위한 공동체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대전에서 오신 장근수 회원님, 두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강산애, 희망탐사대를 하며 자극을 많이 받는다고 해주신 춘천에서 오신 전귀정 회원, 아들 범준 이는 공동육아를 했는데 이렇게 마을공동체로 발전한 게 신기하다며, 언제나 희망탐사대를 사랑해 주시는 박민영 회원께서 함께 해주셨습니다.

오후에는 사회적 경제 센터의 이재흥 연구원이 준비하신 간단한 위키 토크가 있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반문을 하지 않는 것을 바탕으로 각자가 생각한 변화해야 할 것 들, 혹은 주위에 있는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회원들은 4개의 모둠으로 나눠 좀 더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중 한 모둠의 이야기를 더 깊이 들어봅니다.
이 모둠은 여성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아이가 있는 직장인은 아이를 보려면 경제활동을 중단해야 하고, 경제활동을 하려면 아이가 희생당해야 하는 상황이 힘들다 고합니다. 이것은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또 다른 아이디어로는 식당에서 원산지를 꼭 표시하도록 제도를 만든 것 과 같이 음식에 염도도 표시하는 것을 정부의 제도로 하여 저 염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고 하십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으로서 건강관리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렇게까지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활발한 토론의 장이 벌어질 줄은 몰랐는데요. 역시 희망제작소 회원님들,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을 하나하나씩 꺼내보니 속이 좀 후련하셨나요?

이런 위키 토크를 한 이유는 제작소에서 주관하고 있는 ‘2012 서울 사회적 경제 아이디어 대회’와 연관이 있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느끼는 사회적문제와 생활불편사항을 시민이 직접 발굴해 공공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또 문제해결 아이디어를 프로젝트로 실행하거나 사업화하여 사회적경제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위키 토크를 통해 우리에게 있는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진 것입니다.

위키 토크까지 마치고 나니 알찬 11월의 희망탐사대가 완성된 느낌이었습니다. 혼자 오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희망제작소 회원님들과 함께 성미산마을을 방문해 보니 다른 회원들의 생각도 엿볼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공동체를 원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금은 추웠지만 따뜻한 사람들과 따뜻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사실이 행복했습니다.

글, 사진 : 회원재정센터 서은송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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