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04클럽·HMC 모임 / 후기] “그래도 좋은 날이 많았다”

올해는 다산 정약용 탄신 2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희망제작소도 시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실사구시 정신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11월30일 HMC, 1004클럽 행사는 특별한 기대감을 가지고 남양주 다산유적지를 찾았습니다.

위당 정인보는 “다산 1인에 대한 연구는 곧 조선사의 연구다”라고 할 만큼 다산은 실학자, 개혁사상가, 과학자, 건축가, 경세가, 예술가, 교육자, 문인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먼저 실학박물관을 둘러봤습니다. 실학박물관은 지난 2009년 효와 실학을 경기도 대표적인 정신문화로 육성하고 실학관련 유물을 수집, 전시하면서 한? 중? 일 동아시아 실학연구 중심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건립됐습니다. 실학박물관 김시업 관장님은 실학 강의에 앞서, 박원순 전 상임이사님이 심산사상연구회에서 독립운동가이자 유교 중흥에 앞장선 심산(心山) 김창숙선생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심산상을 수상한 바 있어서 희망제작소와도 각별한 사이라고 입을 열었습니다.

“조선 후기 17~19세기 때 실학은 ‘지하에서 이루어지는 불손한 것’이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어떤 시대나 새로운, 창조적인 사상은 대부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터부시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말입니까? 현대사회에서 다산의 사상이나 실학은 얼마나 환영받으며 누구나 그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연구하면서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데…갑자기 다산을 알고, 실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1세기의 내 모습이 아닌, 18세기의 조선시대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_1C|1088314260.jpg|width=”600″ height=”448″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김시업관장님의 실학강의는 현 시대와 잘 어우러져 회원들이 실학에 푹 빠지게 했다_##]

“우리 역사상 지식인으로써 자기 발견의 역사적 사명을 새롭게 깨달은 일은 그 전에는 없었습니다. 우리가 실학자를 주목해야 할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 입니다. 실학은 조선 후기 서울, 경기도 지방에서 등장한 유학의 새로운 학풍입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국가 기능이 마비되고 국토가 황폐해지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개혁이 진행되어 농업생산력과 새로운 상업이 발달했습니다. 그렇지만 학문은 여전히 농민들과 백성들의 현실생활과는 동떨어진 주자학적 성리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이러한 학풍을 반성하고 국가의 총체적 개혁과 대외 개방을 지향하려는 새로운 학풍이 일어났는데 이것이 바로 실학입니다. 이와 같이 시대 상황을 바꾸는 과정에서 실학자들은 경전, 고전을 재해석하는 데서 학문적인 새로움이 나오는 것을 이용했습니다. 다산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 많은 500여권의 책 중 유교 경전과 고전을 재해석 한 것이 대부분 입니다”.

처음 예상했던 김시업관장님의 40분 강연시간이 1시간 20여 분으로 길어졌지만, 실학과 현 사회의 문제점들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다산의 이야기까지 곁들여져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다산은 ‘목민관은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공직윤리를 보여주고, “선비의 마음씨를 가지고 경전(고전)을 읽어라, 독서가 사는 길이고 세상을 구했던 책을 읽어라”라는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는 그 혹독한 유배생활에서도 엄격한 자기관리와 부모로서의 정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실학박물관을 나오자 그 당시 이렇게 전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다산의 시각이 특별했고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도 실학을 공부해볼까?’ 갑자기 실학의 세계에 푹 빠져 보고 싶었습니다.

[##_1C|1406114032.jpg|width=”600″ height=”67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다산생가와 해배 후 살았던 여유당, 다산묘를 보면서 우리 시대 르네상스맨을 그리워 하였다_##]

다산의 생가와 묘를 보기 위해 발길을 옮겼습니다. 바로 이 집이 15살 결혼하기 전까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이라는 사실에 다산이 무척 가깝게 느껴집니다.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렸네, 멀고 가까움이 다르기 때문이지”

다산이 일곱 살 이렇게 멋진 시도 바로 이곳이란 썼단 말이지? 어렸을 때 산과 강을 낀 곳에서 뛰어놀았을 다산과 그의 형제들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 해배된 후 여생을 이곳에서 배를 타고 유유자적하면서 살고 싶어 했던 그의 마음도 떠 올려봤습니다.

유적지를 둘러본 후 우린 다시 버스를 타고 유기농 테마파크로 이동을 합니다. 개관한 지 1년정도 된 이 테마파크는 지난 해 8만여명의 관람객이 찾을 만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유기농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서 회원들은 동심으로 돌아간 듯 이것저것 질문했습니다. 흙에 사는 미생물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과일, 채소들의 표본, 여러 가지 곡식들, 화학조미료 같은 식품 첨가물이 우리 건강에는 썩 이롭지 않다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푸드 마일러지는 수입농산물이 우리나라에 도착할 때 얼마나 먼 곳에서 오게 되는지, 그 먼 곳에서 수입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방부제들이 첨가될 수 있는지 알게 하고 우리의 식생활을 위협하는 존재로서의 경각심까지 보여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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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김장 체험을 위해 이동했습니다. 대한민국김치협회 부회장 이하연 회원 덕분에 맛있는 김치를 담는 법을 배웠습니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혹은 시기에 맞게 김장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설명해 주셨습니다. 1/4포기씩 체험을 해본 후 조그마한 봉지에 직접 담아가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습니다. 강산애 부회장인 나은중 회원은 “유일하게 부인에게 해준 음식이 라면인데, 오늘은 김치를 담아 간다”며 흐뭇하게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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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유기농 밥상을 맛볼 수 있는 회원들이 학수고대 하던 시간이 왔습니다. ‘이하연의 유기농 밥상-봉우리’는 이하연 회원의 식당입니다. 남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한 데다, 맛있고 정갈한 남도 음식을 제공해 미식가들 사이에 남양주에 가면 꼭 들려야 할 곳으로 꼽히고 있다고 합니다. 식당 입구에는 캘리그래퍼 강병인 씨가 “꽃보다 아름다운 그대여, 그대 있음에 세상은 향기롭소” 같은 아름다운 시구를 창문 가득 적어 놓아 회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봉우리(逢友里)’란 상호는 얼핏 들으면 산(山)봉우리를 연상케 하지만, 실제로는 ‘그리운 친구들이 만나는 마을’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마음이 통하는 이들끼리 맛깔스런 밥상을 마주 하고 따뜻한 정을 나누었으면 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남양주시청 최형근 부시장님도 참석하여 남양주를 소개해 주시면서 자리를 빛내주었습니다. 지난 2011년 가을 세계유기농대회를 개최하며 자연생태를 보전하는 지역으로 자리매김 하고자 하는 남양주시의 특성에 걸맞게 특별히 유기농 쌈채소도 먹었습니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반가운 사람들, 소중한 추억을 가지고 양손 가득히 즐거움도 한아름 안을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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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다산이 75세 회혼일에 임종하면서 했던 말들이 겨울 바람에 들려왔습니다.

“그래도 좋은 날이 많았다”

18년 관직, 18년 유배를 거치면서 온갖 험난한 세월을 보냈을 다산의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느껴집니다.

글, 사진 : 회원재정센터 김규린, 서은송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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