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국도를 달리는 맛은 남다르다. 높게 돋아놓은 고속도로와는 달리, 도로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과 마을 풍경,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까지 즐기면서 여유롭게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명절이나 휴가철, 주말에는 차량이 크게 몰리는 고속도로보다 국도가 더 빠르고 안전할 때도 많다.

하지만 국도를 이용할 때마다 느끼는 안타까움이 있다. 휴게소의 낙후한 시설과 썰렁한 분위기다. 화장실은 대체로 지저분하고, 식당이나 매점은 이용객이 거의 없다. 어쩌다 식당으로 들어가 보지만 조명마저 침침해 슬그머니 되돌아 나온다. 주변 관광지 등에 대한 안내 자료도 찾아보기 어렵고, 천연가스(LPG) 충전소를 갖춘 곳도 드물다. 도대체 누가 운영할까? 이렇게 손님이 없는데 영업이 가능할까? 그동안 손해가 막심했을 텐데….

우울한 상념들이 꼬리를 물면서 서둘러 빠져나온다. 좀체 휴게할 수 없는 이름만 휴게소인 셈이다. 지역을 다니다 보면 아예 문을 닫아 흉가처럼 방치된 곳도 적지 않다.

국도변 휴게소가 이렇게 쇄락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터이다. 기본은 자동차 통행량 예측을 잘못한 도로 과잉공급 탓이겠지만, 국도변 휴게소의 설치와 관리 등에 관한 법령이 미비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우선 고속도로 휴게소는 국토부령인 ‘도로의 구조ㆍ시설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표준간격 25㎞가 지켜진다. 하지만 국도변 휴게소에는 이런 기준이 없어서 휴게소가 너무 많다. 심한 곳은 휴게소 2개가 나란히 붙어 있다. 또 국도는 국토교통부 관리 대상이어서 국토부 산하 지방관청의 인허가를 받아 민간이 사유재산으로 휴게소를 설립하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가 관여할 여지가 거의 없다.

낙후한 시설, 썰렁한 분위기

그러다보니 감독관청의 사후관리는 부실하고, 심지어 업주가 관광휴게시설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은 뒤 휴게소라고 간판을 내걸어도 제재할 수 없다.

국도변 휴게소를 국도 이용객들이 잠시나마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예컨대 일본의 미찌노에키(道の驛)처럼 거듭나게 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일본의 미찌노에키는 국토가 넓은 미국의 도로변 휴게소(Rest Area)보다는 우리나라 국도변 휴게소와 규모나 기능이 비슷해 국토교통성에 등록된 국도변 휴식시설이지만, 동시에 지역 활성화에도 이바지하는 시설이다. 1993년 4월 일본 전역에서 103곳이 처음 등록한 이래 매년 증가해 지금은 무려 1000개 가까운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일본에서 미찌노에키는 누구나 24시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소이면서 해당 지역의 문화유적이나 명소 등 관광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또 철도역처럼 국도를 매개로 지역연대를 촉진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지난 8월 잠시 들른 사이타마현 오가와마치(町)의 미찌노에키에선 이 지역의 전통공예품이자 특산품인 화지(和紙, 일본 전통종이)의 제작공정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화지공예관을 만날 수 있었다.

미찌노에키의 농·특산물 직거래장은 정말 특별하다. 가격이 도시의 대형마트보다 쌀 뿐 아니라 당일 수확한 싱싱한 야채나 과일 등을 생산자 실명으로 거래한다.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실천하는 안전한 먹거리의 요람인 셈이다. 또 대부분 지역 농산물로 만든 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서 평일에는 어르신이나 주부들이 시장도 보고 점심도 먹는 공간으로,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쇼핑하며 휴식하는 공간으로 각광을 받는다. 최근에는 캠핑카를 이용하는 젊은 여행객이 늘면서 캠핑카 주차장까지 갖춘 곳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국토부가 나서서 관계법령 정비해야

우리나라에도 제주도의 1100고지 휴게소나 강원도의 한계령휴게소 등 관광명소처럼 운영되는 국도변 휴게소가 없는 건 아니다. 그리고 전북 완주군이 최근 모악산 입구에 조성한 로컬푸드 해피스테이션은 시설과 기능 면에서 일본의 미찌노에키와 유사하다.

이들처럼 국도변 휴게소가 제 구실을 하고 지역의 경제적, 문화적 활성화에도 이바지하는 명소가 되기 위해서는 국토부가 먼저 나서서 관계 법령을 정비하고, 자치단체들은 지역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숙의해야 한다. 더 이상 흉물처럼 방치하는 건 우리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다.

[ 내일신문 / 2013.11.07 /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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