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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여럿이 함께 하는 경제’를 일구는 ‘청년’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또 어떤 고민, 어떤 혜안을 갖고 있을까. 입사 6개월 차, 20대, 사단법인 씨즈 매니저 김해인과 입사 6년 차,  30대,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이재흥, 두 사람이 협동조합, 공유경제기업, 중간지원기관에서 각각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 가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함께 해 주신 분
조금득 (토닥토닥협동조합 이사장,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 한상엽 (위즈돔 대표이사, 넥스터스 전 대표)
손범규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연구원)


(1) 청춘, 사회적경제를 말하다에서 계속

재흥 : 요즘 정말 많은 분들이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고 계신데요. 너무 어렵다고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몬드라곤이나 트렌토, 퀘백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곳들이 대단하긴 하지만 대부분 100년 전, 50년 전 외국에서 시작된 사례들이어서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거죠. ‘일단, 호세마리아 신부님처럼 수사가 되는 길을 찾아야 되는가?’ 라고 묻는 분이 있을 정도였어요. (웃음) 그런데 범규 씨는 오히려 해외선례들을 살펴보고, 협동조합 전공을 하면서, 더욱 협동조합을 통해 우리 사회의 비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셨다고 했잖아요. 어떤 내용인지 무척 궁금합니다.

범규 : 일단 그런 생각을 했어요. 협동조합이 사회적기업보다 훨씬 더 역사가 깊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케이스(사례)와 경험들이 동서고금에 걸쳐 많이 누적되어 있겠죠. 따라서 협동조합의 경험들이 사회적경제 내 조직들이 앞으로 변화무쌍한 상황들에 맞닥뜨렸을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겠구나 하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협동조합이 ‘민주적 의사결정’에 기반한 조직운영 원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죠. 이를 바탕으로 항상 열린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들을 접목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즉, 민주적 혁신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대학원 시절 영국 코오퍼레이티브 그룹(Co-operative Group)에 방문했을 때, ‘협동조합 은행’의 윤리적 경영 사례가 정말 놀라웠어요. 이 은행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크라우드(Crowd) 시스템’을 이용해 몇십만 명에 다다르는 규모의 조합원들의 욕구조사를 진행 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이것을 아주 구체적 수준의 경영 정책에 일일이 반영했고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원칙이 무엇이냐면 ▲ 무기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 ▲ 동물실험을 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예요. 아무리 이윤이 많이 나도 이곳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기로 결의한 겁니다. 이로 인해서 조합원들이 더욱 은행을 신뢰하게 되고, 점점 조합원들이 늘어나니 결과적으로 재무성과도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발생한 거죠.

또 “ATM 수수료 부과가 부당하다.”고 조합원들이 목소리를 내자, 이를 수렴해서 수수료를 철폐하는 정책을 확정했다고 해요. 그랬더니 이웃해 있는 다른 영리 은행들도 수수료를 철폐했어요. 이것을 보면서 제가 느낀 게 있어요. 만약 우리가 시위라는 방법을 통해 은행들에게 “수수료를 없애라”고 외쳤다고 생각해 보세요. 과연 가능했을까요? 그런데 협동조합을 통해 네거티브적인 방법이 아닌, 포지티브한 방식으로도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는 운동이 가능하구나. 이러한 방법이 더 강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거죠. 즉, 협동조합은 긍정적인 사회운동이자 경제적 운동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어요.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거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거구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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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흥 : 그렇군요. 그런데 그런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어느 정도 규모에 도달해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신규협동조합 입장에서는 일단 초기 조합원을 모으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요. <토닥토닥협동조합>(이하 토.토.협)은 어떤가요?

금득 : <토.토.협>을 창립한 후, 지금까지 약 300명 정도의 조합원이 모였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언론이나 블로그 등을 보고 온 경우라서, 우리 조합이 무엇을 하려는 곳인지 아주 정확히 알고 있었어요. 물론 아직까지는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함께 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조합원의 존재는, 회사로 치면 ‘소비자’이기도 해야 하는데요. 아직은 소비자로서 참여하는 분들보다 후원자 혹은 지지자로 참여하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단언컨대(웃음) <토.토.협>이 갖고 있는 시스템으로 청년을 위한 안전망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직은 조합원들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여기에 참여하는 게 활성화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죠.

<토.토.협>의 시스템은 ‘금융’ 과 ‘재능 공유’ 두 영역을 축으로 돌아가요. 처음엔 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청년연대은행>이란 이름으로 시작했는데요. 실제 청년들에게 실태욕구조사를 해보니, 다른 무엇보다 ‘공동체’를 향한 욕구가 가장 크게 나왔어요. 그래서 지금처럼 금융과 재능 공유가 순환구조로 연결되어 있는 그림으로 진화했죠. 청년협동조합원들이 서로 상부상조 재능 공유를 하면 지역화폐에서처럼 ‘(온라인)씨앗’을 얻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어요.

요즘 청년들은 친한 친구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가족’에 가까운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요. 아직 정관을 개정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려동물까지도 가족 범주로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조합 내에서 이런 문제의식들이 충분히 교감되고 있어서 조합원 중에는 <토.토.협>의 콘셉트를 ‘위로은행, 위안은행’으로 하자고 제안을 하는 분도 있으세요.

<토.토.협> 포토샵 공부 모임에서 재능 기부자에게 포토샵을 배운 분들이 요즘은 <토.토.협>에서 필요한 여러 웹포스터를 제작해 주고 있어요. 저는 재능 공유 영역을 통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고, 창업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의 꿈이라고 하는 것은 원래 이렇게 자연스러운 네트워크를 통해 찾아지는 것이라고 믿거든요. 요즘 인기 있는 여느 자기개발 강사가 부르짖는 것처럼, ‘4시간만 자고 몸이 부서져라 돌진하고 경쟁에서 이겨야 가능’한  게 아니라요. 이런 가치를 조합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운영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우리가 협동을 글로만 배운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저는 그동안 누군가 조금 더디오면, 당연히 기다려 주거나 이끌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조합에서 만난 분들이 이런 제 태도 때문에 역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제가 조직을 이끌어 가는 모습이 ‘치우쳐 있다.’고 지적해 주는 구성원도 있었고요. 금융정책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중산층에 포커스를 맞추는데요. 그 배경이 <토.토.협> 운영을하면서 이해가 되더라고요. 조합원들의 평균치에 맞추지 않으면, 오히려 열심히 하는 조합원들을 시작으로 조직이 전체적으로 다운되는 겁니다.

이렇게 협동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세대가 학교나 사회에서 사람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청년들이 어렵게 직장을 얻어도 조직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죠. 저는 그래서 요즘 <토.토.협>이 청년 인성교육학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처음엔 협동을 어렵게 생각하던 분들도 요즘은 오히려 사람들을 기다려 주자고 말합니다.

우리가 글로만 협동을, 협동조합을 배운 사람들이라 이게 참 실천이 쉽지 않지만, 그 가운데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성장하고 인성교육을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한다는 거예요.

재흥 : 그런 가운데 아무래도 탈퇴하는 조합원, 그만두는 상근자도 생기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금득 : 물론 있죠. 그런데 그건 협동조합이든 아니든, 어느 조직이나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탈퇴한 조합원들은 대부분 생활이 어려워져서 조합비 납부가 어렵다는 이유로 탈퇴를 하셨어요. 물론 욕심 같아서는 “그렇기 때문에 <토.토.협>이 더 필요한 겁니다.”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은데…… 그분들의 생활이 이해되니 쉽지 않죠.

저는 우리 시대 청년들이 만들어 갈 협동의 모습이 이전 시대의 조직적인 끈끈한 공동체 형태로만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대신 구성원들이 다양해진 만큼 ‘다양성이 살아 있는 네트워크’가 아닐까 싶어요. 저는 <토.토.협>이 그런 모습이 되리라고,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탈퇴한 조합원들도 절대 영원히 이별한 게 아니죠. 나중에 <토.토.협>이 조금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성장하거나 또 다른 필요가 맞아 떨어지면, 분명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잠정적인 조합원’이 되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따로 또 같이 이 시대를 걸어가고 있는 잠정적인 조합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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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흥 : 한상엽 대표님, 사회적기업이나 일반 벤쳐기업은 협동조합과 달리, ‘구성원들의 민주적 조직운영’ 이 핵심원칙이 아니어서 조금 상황이 다를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또 얼마 전 <씨즈>에서 주최한 ‘창업실패경험공유’ 같은 행사도 있었던 것처럼, 많은 청년들이 여전히 창업과 재도전을 활발히 하고 있고요.

상엽 : 저희도 벌써 초기 창립멤버가 많이 나갔어요. 슬프죠. 당연히 가슴 아픕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아무래도 이런 모습이 일반 벤쳐 쪽에서는 일반적이라 할 수 있어요. 얼마전 들어 보니, 벤쳐업계에서는 “한 기업에 다섯 번 정도 완전히 전체 조직원이 새로 수혈되면, 그래도 살아남아 있으면 그 벤쳐는 성공한다.”는 속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예전에는 사회적기업이니까, 모든 것을 민주적으로 토론하고 합의하고 그런 식으로 운영했어요. 그런데 그게 굉장히 비효율적이더라고요.

금득 : 100% 공감입니다.

상엽 : 그래서 요즘은 어떤 안건이 있을 때,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려고 하지 않아요. 대부분 제가 그냥 결정을 내립니다. 그 후 전체 구성원 7명을 한 명씩 만나서 제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설득해요. 최대한 설득을 해보고 안 되면 그때는 그냥 가는 겁니다. 그런데 신기한 게 이렇게 하니까 오히려 직원들 만족도가 더 높아졌어요. 대표가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니까 관심을 받고 있고, 존중해 주는 느낌을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대신 저의 피로도는 조금 높아졌죠. 개별적으로 다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요.

중요한 건 이렇게 하면서 일의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는 거예요. 물론 저 역시도 계속 고민이 돼요. 아직 일하면서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민주주의라는 것의 핵심이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구성원 모두에게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가, 스스로를 발산할 수 있는 구조가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구성원들에게 늘 이야기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이곳이 당신에게 첫 직장이지만, 마지막 직장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라는 거예요. 우리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하려 노력해요. 조직 안에서 머무르거나 안주하지 않도록요.

상엽 : 아무래도 구성원의 성장이 가장 중요하죠. 구성원들이 대부분 20대 중후반의 나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니까요. 이 친구들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복지 부분도 나름 노력하고 있어요. 인턴들도 4대보험에 다 가입해 드리고, 출퇴근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탄력근무제도 도입해 운영 중이고요. 대신 성과는 철저하게 체크하고 책임을 묻습니다. 또 없는 살림이지만 월 몇만 원씩 문화비용으로 지급하기도 하고, IT개발자들이 큰 무리가 없다면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장비를 살 수 있도록 하고요. 한 달에 한 번은  모두 ‘오프’하고 카페로 가서 일합니다. 다들 창의성이 필요한 직업이어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하더라고요.

그 가운데 요즘 가장 고민 중인 것은 ‘중간 관리자’를 키워 내는 것이예요. 필요역량이 다르더라고요. 그냥 프로그램 기획개발자와 달리, 관리자라면 계속 조직관점에서 사고하고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거든요. 이른바 CTO(최고기술책임자)로 발돋움하려면 모든 일정을 체크하고 알아야 하는데, 일반 개발자들이 대부분 자기가 원하는 프로그램에 몰입해서 개발만 하려 하고 회의를 참 싫어해서 고민입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저는 ‘아무리 좋은 대표라도 가급적 없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부분 일의 처음과 끝만 챙깁니다. 저는 다들 저를 좋아하고 저랑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나중에 공동 창업자가 얘기해 주더라고요. 그래서 알았어요. 어쩔 수 없이 대표라는 존재, 무게감이 직원들에게는 전해지나 봐요. 그래서 요즘 주로 나와서 일을 하거나 제 자리에만 있습니다. 저 역시 <위즈돔>하면서 엄청 배웠어요.

재흥 : 저는 기존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신생 사회적경제 조직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특히 생협은  굉장히 많은 인프라, 자원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잖아요. 실제로 <행복중심생협연합회> 같은 경우 ‘협동복지기금’ 배분사업을 통해서 분야를 막론하고 새롭고 혁신적인 도전을 하는 분들에게 초기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도 같고요. <아이쿱생협>은 <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대학원> 석-박사 과정 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잖아요?

범규 : 네, <아이쿱생협>도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어요. 배분지원사업의 경우는 <아이쿱씨앗재단> 법인을 별도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고요. 풀무학교와 의료생협 등 다양한 단체, 지역별 활동이나 사업들을 후원하고, 친환경 무상급식 등 사회적 이슈를 풀어내는 데 앞장 서 왔고요.

얼마 전 문을 연 <아이쿱 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는 신생 협동조합을 추진하는 분들께 인큐베이팅, 컨설팅, 다양한 맞춤형 지원도 해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기존 생협조직들의 활동이 아무래도 일반 청년, 시민들께 아직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신생 조합들이 하고 있는 고민을 이미 다양하게 겪은 곳이 바로 생협들이라 할 수 있거든요.

<아이쿱생협>은 ‘안전한 먹거리’를 중심으로 농업, 환경, 노동, 인권문제 등에 접근하기 때문에 주 조합원이 주부입니다. 그래서 청년 문제를 우선 순위에 놓고 고민하지는 못하지만, 청년들에 대한 문제에 무관심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때문에 청년들이 갖고 있는 꿈들을 생협 조직에 직접 들어와서 풀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청년에 관한 이슈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안정된 일자리 문제잖아요. 실제 대다수 청년들도 창업보다는 취업을 원하는 비중이 더 많고요. <아이쿱생협>은 ‘번듯하지는 않을 수 있어도, 반듯한 일자리를 제공’ 한다고 자부합니다.
 
현재 전국 75개 매장에 지역조합까지 합치면 2천 명이 근무하고 있는 큰 조직으로 성장했는데, 신규채용 시에 여전히 학력, 나이, 성별 등 흔히 말하는 스펙을 전혀 보지 않습니다.  임금은 동종업계의 평균 정도이고, 최저임금과 최고임금 격차가 6배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인사규정에 명시되어 있기도 하고요. 얼마 전 정년도 70세까지 연장되었습니다. 만약 경영위기가 온다면 해고가 아니라, 다같이 위험을 나누어 부담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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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엽 : 우리 시대 청년들이 판타지(환상)를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많은 대학생들이 대기업에 입사하면 내 인생이 바뀔 거라는 판타지를 갖고 있어요. 물론 대기업에 입사하면 좋죠. 월급도 많이 주고, 의료보험이나 복지혜택도 무척 좋고요. 그런 것들이 판타지를 만들어 내는 것인데,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지는 않다는 거예요.

사실 그건 이 사회가 주입한 ‘행복 판타지’입니다. 다들 외모만큼이나 욕구와 상황이 제각각 다른데 모두가 같은 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매스컴을 통해 접하는 그런  판타지들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다 보니 늘 사회적으로 시행착오가 일어나곤 하는 거죠.

최근 대세인 협동조합이나 공유경제도 마찬가지죠. 어떤 것도 모든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만능은 아닙니다. 우리 조직 구성원들이 가끔 저에게 비전을 요구할 때마다, 어쩌면 내가  또 다른 판타지를 불어 넣는 것이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곤 합니다. 늘 현실에 발을 떼지 않고 서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득 : 한상엽 대표가 하는 이야기가 다 제 이야기네요. 언제 만나서 제대로 수다를 떨고 싶은 욕구가 솟구쳐요. (웃음) 저는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와이낫(why not, 왜 안돼?)’예요.

처음 <토.토.협>을 만들 때 주변에서 안 된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만들면서 받을 스트레스는 초반에 다 받았죠. 만나는 사람들마다 금융 전문가를 자처하면서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더라고요. 그때 들었던 생각이 “<토.토.협>마저 없으면 청년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도대체 어디서 만들라는 것인가!”였어요. 그 오기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망하면 어때요? 망하면 망하는 대로 의미가 있어요. 이를 테면 사람들이나 정부에게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잖아요. “우리가 이렇게 저렇게 다 해 봤는데 망했다. 정부가 나서야 하는 거 아니냐!” 라고요.
 
또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사실 제가 태연한 척했지만, <청년유니온>을 할 때부터 절대 망하면 안 된다는 불안감 속에 늘 있었거든요. 그 불안함을 내려놓는 작업이 꼭 필요해요. 다들 뭐든 너무 목숨 걸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목숨 걸지 마라. 네 인생이 <토.토.협>이 다가 아니다. 탈퇴 조합원도 그렇다. 그럴 수도 있지. 단언컨대, <토.토.협>이  가장 완벽한 안전망이지만 (웃음) 여기 아니면 다른 것도, 다른 곳도 가능하다.” 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갖고 활동에 임하셨으면 해요.

재흥 : 세 분 모두 긴 시간 좋은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글 사진_ 이재흥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weirdo@makehope.org)
              김해인 (사단법인 씨즈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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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언니도 그랬어, 언니가 들어줄게”  _ 행복중심 생협연합회 김연순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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