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희망제작소는 2009년을 맞아, 진보와 보수를 넘어 행동하는 우리시대 공공리더들이 전망을 나누는 강연회를 마련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험난한 길이 예고되고 있는 2009년 신년에 한국사회의 근원적인 성찰과 물음,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하는 취지에서 여는 신년강연회입니다. 그 세 번째 시간으로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학장의 한국 경제의 희망의 조건에 대한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희망의 길을 찾다’ 그 마지막 시간으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한국정치, 소통과 통합의 길을 찾다’ 강연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평소 자제하던 몇 가지 중 하나가 강연입니다. 그러나 지금 사회변화와 경제 위기가 워낙 복잡다기하다보니, 이런 기회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액주주운동’과 ‘장하성 펀드’로 잘 알려진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에서 ‘한국경제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오랜만에 공식적으로 외부 강연에 나선 장하성 교수는 “무엇을 말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며, “일단 대중 앞에 선 이상 여러분이 궁금해 하시는 모든 것에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기대와 우려가 범벅이 된 지금

경제적 동인으로만 봤을 때 국민이 바라는 기대는 너무나도 단순하다고 장 교수는 말했다. “개인의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더 나은 내일, 더 나은 자식세대가 되길 바라는 것이죠. 범위를 넓혀 함께 잘 사는 사회, 국가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바로 국민이 바라는 경제적 기대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기대가 채워질 수 있다는 희망이 모여 국가의 힘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장 교수는 이런 국민의 ‘경제적 기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결과가 바로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 정부에 대한 경제적 기대와 함께 국민들이 갖는 경제적 우려는 무엇일까? 바로 실업과 양극화의 문제다.

장 교수는 실업 문제에 있어서 고용불안정만큼이나, 유연하지 못한 재취업 시장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내 인생이 곧 내 직업이다 보니, 지금 갖고 있는 자리를 목숨 걸고 지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역, 산업, 노동 양극화가 상당히 진행되었으며, 국민들이 ‘자신의 현재 계층에서 다음 계층으로 이전이 가능 할 것인가’에 대한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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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되어야 할 사회ㆍ경제ㆍ구조적 문제

장 교수는 우리에게 닥친 사회ㆍ경제ㆍ구조적 문제로 ‘경제성장동력의 실종’과 ‘불균형 성장’을 꼽았다. 특히 신성장산업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성장산업은 97년 경제위기 이후부터 많이 논의됐던 문제입니다. 실제 전략적 선택을 할 준비가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방향이 잘못 잡힘으로써 신성장산업이 실질적으로 실천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라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 방향을 꼬집었다.

‘신성공기업 신화의 실종’ 또한 대기업 위주의 불균형 성장을 여실히 보여준다. 장 교수는 최근 15~20년 사이 성공한 기업인에 대한 신화가 없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비판하면서, 안철수 박사가 말한“빌게이츠도 한국에서는 성공 할 수 없다”는 한마디가 가슴 깊이 남아있다고 했다.

장 교수가 지목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97년 경제위기 이후의 패러다임의 변화다. 경제체제는 경쟁적 개방체제로 변화하고, 시장과 기업의 분리에 따라 더 이상 정부나 기업이 시장을 마음대로 조정 할 수 없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과거의 잣대와 논리를 들이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희망은 곳곳에 쌓여 있다

장하성 교수는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까지 많은 희망요소가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산업공동화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만큼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나라는 드뭅니다. 또한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의 다수가 다국적 대기업이라는 것도 희망입니다. 불균형한 기업 구조도 신성장, 중소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의 불균형은 미래의 희망에 대한 또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업ㆍ 기업 구조와 더불어 경제ㆍ지리적 입지 또한 희망요소라고 장 교수는 말했다. “세계경제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발전가능성을 따져봤을 때, 그들에 근접해있으면서 경제개발의 경험과 문화적 동질성을 갖는 우리나라는 유리한 면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우리가 희망적인 이유는 바로 ‘국민들의 끊임없는 열망’ 때문이라고 장 교수는 강조했다. “우리 국민들은 절대 오늘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희망이 없는데도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황당한 국민들’입니다.”

우리 국민들의 ‘높은 민족적 자긍심’과 ‘기다리지 않는 국민성’은 희망요소라고 장 교수는 확신했다. 나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자기에 대한 자신감과 자긍심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좋은 요소로 작용한다는 게 장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기다리지 않는 국민성이 ‘얼리어답터’를 만들어 내지 않았냐며 강의실의 웃음을 유도했다.

장 교수의 생각에 이 모든 것을 현실화시키는 것은 바로 교육이다. 한국사회에 있어서 교육에 대한 맹목적인 투자는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인재는 발전의 필수자원이라고 말했다.

장하성 교수의 결론은, ‘역시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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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에서 멀어진 이유? ‘변화를 받아들여라’

이런 희망요소들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의 희망이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장 교수는 ‘기존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본이 실패한 이유는 자기성공신화의 함정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기득권을 공고히 한 우파와 세상의 변화를 거부하거나, 이념에 너무 함몰되어 있거나, 또 일부 좌파를 표방하는 실질적으로는 우파와 거의 같은 기득권 세력이 양극단에서 개혁에 저항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정부의 정책도 장 교수의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재벌체제, 경쟁 제한적 시장구조, 관치 경제의 존속은 세계경제 환경의 변화에 역류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기업은 그동안 충분히 국가의 보호를 받았습니다. 언제까지 정부가 보호해 줄 수는 없죠. 이제 경쟁에서 이겨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우리나라 자본은 투자자본, 외국자본은 투기자본이라는 등식은 옳지 않습니다. 돈을 번 펀드가 떠나는 것을 ‘먹튀’라며 배 아파하는 식은 안됩니다”라며 시장 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장 교수는 희망에서 멀어진 또 하나의 문제로 ‘사회적 합의도출의 실패’를 들었다. “국민들의 마음이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져있는 것은 합의 도출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시대의 변화를 읽으려는 노력은 좌파든 우파든 누구도 마찬가지로 해야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중산층이 성장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 중산층을 어떻게 유도해 낼 것인가가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합의 도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장 교수는 마지막으로 ‘재계지도자의 시장경제에 대한 비전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존경받는 부자가 실종되고, 지도자들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부족한 사회를 안타까워했다. “제가 정말 찾고 싶은 사람은 ‘재계의 큰 바위 얼굴’입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지만 그 승리가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죠.”

장 교수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람은 빌게이츠와 워렌버핏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바로 ‘기부’다. 박원순 변호사와 아름다운 재단을 만들며 1% 나눔운동에 동참한 장하성 교수는 이젠 정치지도자들 뿐만 아니라, 재계 지도자들도 시대의 리더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시간이 조금 넘는 강의가 끝나자 질문공세가 펼쳐졌다. 현 경제상황과 정부의 정책방향, 사회적 합의 도출의 문제 그리고 경제 위기 속 개인의 선택에 관한 조언까지, 다양한 범위의 질문이 쏟아졌다. 오랜만에 외부강의를 통해 일반인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밝힌 장하성 교수는 모든 질문에 솔직한 자신의 시각을 드러내며 답했다. 7시반부터 시작된 강의는 10시를 훌쩍 넘기고서야 끝이 났다. 장교수는 “사람이 희망이다. 우리는 충분히 역량이 있다.”는 말을 끝으로 강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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