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희망제작소와 함께한 사람들] ② 든든한 벗, 후원회원 이야기

2018년에도 희망제작소는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시민을 만났습니다. 올해는 특히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활동 목표로 내걸고, 시민 스스로 일상의 문제를 발견하여 대안을 탐색해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함께한 분들을 소개합니다.


희망제작소가 시민과 함께 우리 사회의 희망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뒤에서 든든하게 응원하고 지지해주시는 4200여 명의 후원회원 덕분입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2018년, 희망제작소에 조금 특별한 기부를 해 주신 두 분의 후원회원을 소개합니다.

옛것과 새것의 어울림 – 정미영 후원회원의 특별한 선물

올해 희망제작소는 12년 만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서울 마포구 성산동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희망모울’이라는 이름이 붙은 새 공간은 25년 된 4층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만들어졌는데요. 쓸만한 부분은 그대로 두고 꼭 필요한 부분만 수리했습니다. 처음에는 고치다 만 것 같은 어색함이 있었는데, 계속 보고 있으니 꽤 어울립니다.

가을바람이 불던 11월 어느 날, 이런 희망제작소에 잘 어울리는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바로 정미영 후원회원의 아버지 故 정한성 선생님께서 손수 만든 소중한 장입니다. 정미영 후원회원이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졌다는 장은 약 100살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 정미영 후원회원이 기부한 고가구.
▲ 정미영 후원회원이 기부한 고가구.

조심조심 고가구 어르신(?)을 희망모울 3층에 모셔두었습니다. 새 가구와 집기로 가득한 공간 사이에 자리를 잡은 이 고가구에서 안정적인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왠지 이 느낌이 낯설지 않습니다. 시니어와 청년이 만나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아이디어를 실행한 세대공감프로젝트 시니어드림페스티벌, 경로당 어르신과 청년 입주민이 함께 인사하고 서로를 알아갔던 행복한아파트공동체만들기 프로젝트 등 그간 희망제작소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오래됨과 새로움이라는 가치가 어우러질 때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가치를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미영 후원회원이 보내주신 선물은 어쩌면 고가구가 아니라 그 가구로 느낄 수 있었던 어울림에 대한 깨달음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 1004클럽을 탄생시킨 1호 천사 기부자인 정미영 후원회원은 돌아가신 부모님(故 정한성, 故 조경희)의 유산을 기부해 주셨으며, 그 큰 나눔은 희망제작소 시민연구공간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또한 2018년 초, 본인의 유산 기부도 약정해주셨습니다.

▲ 정미영 후원회원
▲ 정미영 후원회원

우연이 인연으로 – 김도연 후원회원

살다 보면 종종, 삶의 많은 사건이 연결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김도연 후원회원과의 만남이 그러합니다. 몇 년 전, 그녀는 젊음과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던 회사에서의 시간을 정리하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습니다. 삶의 순간들을 되짚고 그 속에서 만난 숱한 인연을 떠올리며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러다 한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여러 개의 나무 기둥으로 짜인 높은 천장은 그녀의 마음을 따스하게 쓰다듬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린 날에는 우연히 만난 한국인 여행객이 판초 우의를 선물했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서울 북촌에 작은 공간을 빌려 다락방구구라는 모임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천장 수리를 하다가 우연히 높고 오래된 나무 천장을 발견했습니다. 산티아고 숙소에서 느꼈던 그 따스함이 전해졌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공간의 발견이 좋은 징조처럼 느껴졌습니다.

▲ 김도연 후원회원이 운영 중인 다락방구구
▲ 김도연 후원회원이 운영 중인 다락방구구

공간을 만들고 얼마 후 희망제작소 1004클럽 후원회원으로 가입하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저는 당시 새롭게 희망제작소에 합류한 연구원과 함께 다락방구구를 찾았습니다. 서로를 본 두 사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김도연 후원회원에게 우의를 나눠준 고마운 이가 바로 제 동료였던 것입니다. 이 인연을 시작으로 김도연 후원회원은 희망제작소에 더 많은 인연을 선물해주셨습니다. ‘다락수다3040’ 프로그램을 위해 다락방구구 공간을 무료로 대여해주셨고, 희망제작소의 프로젝트 심사위원으로 지혜와 통찰력을 보태주셨고, 올 5월에는 후원의 밤 ‘희망의 벽돌을 쌓아요’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사회자로 활약해주셨습니다. 희망제작소에게 도움의 손길을 흔쾌히 건네주시는 김도연 후원회원님, 참 고맙습니다.

2018년 가을, 김도연 후원회원은 다락방구구에 이어 포레스트구구를 열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포레스트구구는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 향기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이야기의 숲입니다. 우리 함께 북촌 포레스트구구로 광합성 하러 갈까요?

▲ 김도연 후원회원의 새 공간 포레스트구구
▲ 김도연 후원회원의 새 공간 포레스트구구

– 글 : 박다겸 | 이음센터 연구원 ・ alexiapark@makehope.org
– 사진 : 희망제작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