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안녕하세요.

2019년 다섯 번째 희망편지를 드립니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생장해 가득 찬다는 소만(小滿)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일상에도 푸른 기운이 가득 차길 바랍니다.

5월에는 뜻깊은 기념일이 많습니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 부부의 날(21일)부터 노동절(1일), 유권자의 날(10일), 입양의 날(11일), 부처님 오신 날(12일), 5·18민주화운동기념일(18일), 성년의 날(20일) 등. 5월에는 가족 기념일이 많아 ‘가정의 달’이라고 부릅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둔 서로에 대한 사랑, 감사의 마음을 나누고 전하는 때입니다.

‘가정의 달’이기에 ‘가족 해체 현상’을 되짚어봅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살아가는 전통적인 가구는 줄고, 1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1인 가구라고 하면 대부분 청년을 떠올리지만, 가족불화나 이혼 등 비자발적 이유로 홀로 사는 노인들이 많이 차지합니다. 세계적으로 노인 가구 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60세 이상인 노인 전 세계 가구 수가 8억 넘어설 것으로 조사(유로모니터 ‘가족의 미래’)됐습니다. 10년 후엔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노인가구인 셈이지요.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고령사회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UN은 전체 인구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합니다. 세계적으로 고령사회 진입속도를 살펴보면, 독일 40년, 미국 73년, 일본 24년, 프랑스 115년이 걸렸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2000년)한 지 17년 만인 2017년 고령사회로 들어섰습니다. 2025년 전후엔 초고령사회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될 정도로 그 속도가 놀랍습니다.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은 여성 85.7세, 남성 79.7세(2017 통계청 생명표). 고령사회에서 노인으로 살아가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노인’이라고 여길까요. 노인연령 기준은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환갑잔치를 열었다고 하면 ‘노인’으로 봤습니다. 그러나 최근 65세 이상 국민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노인연령 기준을 65세가 아닌 70세 이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2017 노인실태조사, 보건복지부) 지난 2월 대법원이 육체노동의 정년을 만 60세로 봤던 판례를 30년 만에 만 65세로 높여 관심을 모았고, 노인연령 기준을 70세로 상향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저 ‘나이 든 사람’이 아닌, 현업에서 일하고 싶은 열망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노인연령을 높이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누구나 겪어야 하는 ‘노인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지 대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게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장수(長壽)는 사회적 변화와 개인의 열망과 달리 ‘빈곤’과 ‘사회적 고립’이라는 부정적 단어로 치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10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국가적 노력에 더해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방식에 기댈 게 아니라 지방정부에서 노인계층의 다양한 구성과 욕구에 대응,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종합적인 기본계획부터 수립해야 합니다.

즉, 지방정부는 노인의 건강과 돌봄뿐 아니라 경제활동 및 사회참여가 원활해질 수 있도록 맞춤형 대응을 펼쳐야 합니다. 거주지역에 따라, 노인의 욕구에 따라, 경제적 여건에 따라 정책은 달라져야 합니다. 이미 다양한 정책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노인복지를 위한 지역 화폐를 올 하반기 발행할 예정인 부산 동구나, 위기에 취약한 독거 노인 가구에 실시간 안전을 확인하는 IoT(사물인터넷) 기기를 설치해 체계적 돌봄을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구 등 지방정부의 맞춤형 시책이 눈에 띕니다.

시민도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가는 일에 나서야 합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더욱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땐 공동체를 통해 해결하는 ‘우애의 공동체’를 키워야 합니다. 세대와 세대가 분리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노력이 나로부터, 그리고 지역사회에서부터 만들어져야 합니다. 혹 부족한 부분이 생긴다면 정부 차원에서 자조(自助), 공조(共助), 공조(公助)의 길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정의 달, 고령사회가 위험사회가 아니라 ‘장수사회’라는 축복으로 여겨질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날이 되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