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편집자 주> “일본의 싱크탱크를 가다” 기획 연재는 매 주 월요일 게재됩니다. 희망제작소에서 기획한 세계의 싱크탱크 조사는 2006년부터 일본, 미국, 독일에서 동시에 시작ㆍ진행되었습니다. 현재 미래자원연구원의 선임연구원인 이영근 박사는 당시 츠쿠바대학(University of Tsukuba)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1996년 일본에 발을 디딘 후 일본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일본사회의 움직임을 유심히 보아왔습니다. 본 연재는 일본 싱크탱크들을 소개하는 차원 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정보와 분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필자 : 이영근
미래자원연구원 선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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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가계경제연구소를 방문한 것은 엄청남 폭우가 쏟아지던 9월 11일 오후의 일이었다. 가계경제연구소가 위치한 千代田?(치요다쿠)의 半?門(한조우몽)역 근처는 유럽 각국의 대사관들이 산재해 있고, 그 가운데 일본 최고재판소가 있는가 하면 각종 협회, 재단, 센터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국제적인 정보가 빠르게 교차하는 곳이다. 가계경제연구소가 국제성 짙은 이 거리의 거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지향하고 있는 목표와도 그다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분야를 연구의 근간에 놓고 있는 필자에게 있어서 조차 “家計經濟硏究所”라는 단어 자체가 다가오는 느낌은 그리 친숙하지 않다는 점이었는데, 아마 대다수의 시각에서도 그 점은 공통적이지 않을까 한다. 그것은 아마도 “가계”라는 단어가 주는 개별적이고 덜 분석적인 이미지가 그 뒤에 오는 “경제”라고 하는 다분히 종합적이고 계량학적인 단어와 맞물려 일궈내는 언밸런스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러한가? 가계경제연구소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들이 가족과 더불어 사회생활을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단위는 가정이며, 그 가정을 운영하기 위한 기초가 되는 경제적 측면”이 “家計(household economy)”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개별적인 가계가 지역/사회경제를 이루고, 나아가 지방경제, 국가경제, 아울러 세계경제의 근간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본다면 흔히 미시경제학에서 설명되어지는 경제주체, 즉 소비자나 기업의 행동연구의 일부분으로 간단히 설명해 버릴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가계경제연구소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는 그러한 필자의 단순한 사고를 충분히 넘어서고 있었다.

설립

가계경제연구소가 설립된 1986년은 일본에서 2번째로 싱크탱크 붐이 일어난 시기이다. 1984년 금융자유화 조치로 인하여 은행 및 금융계열사들은 종래의 단순한 은행업무만으로는 도태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러한 인식은 그들을 종합금융정보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방향전환을 재촉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각 금융계열사들은 그러한 미지의 신천지를 향해 자신들을 올바로 이끌어 줄 “문제해결형” 싱크탱크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이에 금융계 싱크탱크의 설립이 경쟁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일본의 2차 싱크탱크 붐의 포문을 연 것이 1985년 三和종합연구소 (三和은행 계열)이고, 이후 도시은행은 물론 지방은행에서도 “금융자유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싱크탱크를 창설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것이다.

가계경제연구소는 현재 27개 회사로부터의 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설립에서부터 현재의 운영에 이르기까지 ㈜ACOM(http://www.acom.co.jp/)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ACOM은 일본 5대 소비자금융 기업의 하나인 동시에, ㈜三菱(미쯔비시) UFJ Financial Group(http://www.mufg.jp/)에 속해 있다. 가계경제연구소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전략적으로 설립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소비자금융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는 ㈜ACOM에게 있어서 경제주체로서의 “가계”에 관한 연구는 필수적인 조사대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설립 배경의 근저에 깔려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후술하는 바와 같이, 가계경제연구소가 지원기업으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되어 있다는 점은, 그들이 독립적으로 “가계”와 관련된 폭넓은 연구범위를 커버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념 & 성격

가계경제연구소가 어떠한 이념 하에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과거와 현재는 물론이고 장래에 있어서 가계경제연구소의 구체상을 파악하는데 유익한 작업이 될 것이다. 가계경제연구소 설립 당시의 이념을 보면 “빠른 템포로 우리들의 생활 속에 침투하고 있는 장수화, 서비스 경제화, 정보화, 국제화 등의 영향을 가계나 가정의 면에서 어떻게 흡수하고 대응할 것인가에 대하여 생활자의 시점에서 조사연구를 진행하여야 한다. 아울러 이를 통하여 안정적이고 충실한 국민생활의 실현에 기여함과 동시에, 국제경제와 조화롭게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일본 경제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기술한 바와 같이 가계경제연구소가 일본 정치, 행정의 중심지인 千代田?의 국제성 농후한 지역에 둥지를 튼 것도 이러한 연유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한다. 즉, 일본경제를 가계라고 하는 경제주체만으로 파악하려는 데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으로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가계경제연구소의 설립 이념은 이러한 필자의 추측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즉, 일본의 경제규모가 국제경제에 점차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 가고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 “우리들이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협조성 있는 경제활동을 전개하고, 국내경제에서는 개개의 국민이 충실하고 개성 있는 생활을 향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이념을 근간으로 가계경제연구소는 “생활자의 시점에서 다양한 문제를 파악하고, 가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사회, 산업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하여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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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과제 & 성과

가계경제연구소가 행하는 주된 연구 테마는 아래의 <자료 1>에서 보듯이 가계의 구조, 행동 그리고 가계관리까지 그 영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나아가 생활구조에 대한 주요 국가들과의 비교분석을 통하여 경제구조에 있어서 가계의 의미를 밝히려 하고 있다.

<자료> 가계경제연구소의 구체적인 연구과제 항목

I. 가계구조, 가계행동에 관한 조사연구

1. 가계의 Flow와 stock, 장기와 단기, 금전과 실물등 각 측면으로 부터의 종합적인 파악과 가계
의 양적, 질적 구조의 명확화
?소득계층 ?자산계층 ?세대종류 ?직업 ?가족구성 ?연령 ?지역

2. 가계구조로부터 가계행동의 변화를 유발시키는 경제적, 비경제적 요인과의 관련성 분석
?인구 ?가족 ?고용 ?시간 ?기술 ?정보 ?제도 ?의식

3. 가족구조나 가계행동에 관한 패널 데이터(개인의 長期時系列的 데이터)의 개발과 분석

II. 가계관리에 관한 조사연구

1. 생애 생활설계와 가계관리
2. 서비스 경제화와 가계관리
3. 소비자 신용과 가계관리
4. 가계부의 수집/분석/체계화

III. 생활구조의 국제비교연구

1. 세계 각국과 일본과의 비교
2. 각 국가간, 지역간 비교

IV. 소비자 문제와 소비자 교육

1. 소비자 문제의 사례연구
2. 소비자 교육 교재의 개발

필자가 여기서 특히 흥미를 가지게 된 부분이 있는데, 바로 “생활자의 시점”에서 연구조사를 행한다고 하는 가계경제연구소의 기본적인 연구자세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가계에 관한 연구조사를 행하는데 있어서 “생활자”의 입장을 무시한다면 그 연구의 의의를 찾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분야에서 그러하듯이 조사대상의 시점(입장)에서 연구를 행한다면 자칫 그 연구의 객관성이 결여되기가 싶고, 한편 연구의 폭이 대단히 좁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필자의 이러한 의문에 대하여 久木元 차석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가계경제연구소가 생활자의 시점에서 연구조사를 행한다는 것은, 어떤 특정한 정책만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는 점이 강조된 것이다. 즉, 관련기업을 위한 연구로서 행하여 지는 것이 아니고 순수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생활자”의 입장에 서서 연구를 행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싱크탱크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재정상의 독립과 그에 따른 자유로운 운영이라고 한다면, 가계경제연구소는 적어도 그러한 부분에서 독립적이며, 따라서 일부 클라이언트의 시점이나 특정한 정책적 목적을 위해 매달려야 하는 연구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그러한 점이 그들의 연구 시점을 “생활자”로 맞추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연구기관의 성격은 기관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가계경제연구소의 기관지에 해당하는 계간지 “가계경제연구”를 살펴보면 이들의 학풍을 대체로 엿볼 수 있다. 최근의 “가계경제연구”를 살펴보면 위에 열거한 연구과제에 한정하지 않고, 대단히 폭넓은 연구범위를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면 2007년 7월호는 “전환기의 기업복지”를, 같은 해 1월호는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러한 연구는 가계에 국한하지 않고 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혹은 미치고 있는 다양한 변수와 요인에 관해서도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久木元씨는 거시적인 가계경제뿐만 아니라 개별 가족의 존재의의 등도 이러한 분야에 대단히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전제하고. 가계경제연구소의 연구원 구성원 중에 사회학이나 가정학 전공자가 포함되어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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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경제연구소는 지금까지 수많은 조사연구를 행하였고, 그 성과들을 착실하게 발표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손꼽히는 성과가 “소비생활에 관한 패널조사”이다. 해외에서는 어느 정도 정착되어 있는 패널 조사를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이 가계경제연구소라고 하는데, 이 연구에 대한 이들의 자부심은 대단히 높다. 패널조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동일한 개인의 생활행동이나 의식의 변화 등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패널조사는 1993년 처음으로 실시되었으며, 24살에서 33살까지의 여성 1500명을 그 대상으로 하였다. 2차 패널조사는 1997년에 실시하였으며, 1993년의 조사대상자와 더불어 추가로 24살에서 28살까지의 여성 500명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2003년에 실시된 3차 패널조사에서는 1993년 및 1997년 조사대상자와 24살에서 28살까지의 여성 500명이 추가로 조사되었다. 2005년 현재 조사대상자는 1860명에 이르고 있으며, 1993년 첫 조사대상자들이 나이를 먹음에 따라 패널조사 대상자는 26살에서 46살까지의 연령대를 커버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조사된 광대한 데이터는 2001년 “패널조사에서 본 세대간 관계 ? 소비생활에 관한 패널조사”로 간행되었으며, 10년마다 단행본 형식으로 출판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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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뉴질랜드의 가족, 가정생활, 2003년 출판

뉴질랜드와 일본의 가계구조비교조사, 분석 보고서. 관공서 통계를 이용하여 생활시간, 가계지출에 대하여 유사점과 상이점을 살펴보고, 더욱이 독자적인 조사를 근거로 가계관리, 가사분담, 가족관등을 분석하고 있다.

2. 생활구조의 일독비교, 2003년 출판
생활시간 중심의 일하는 방식, 세대 유형별 가계구조, 내구소비재의 보유상황 등에 대하여 독일과 일본의 데이터를 비교/분석하고 있다.

3. 스웨덴의 가족생활, 2005년 출판
스웨덴에서 실시한 독자조사의 결과를 근거로 가족의 공동성이나 가정경영방법(분업, 가계관리등), 노동시간, 육아휴업의 취득실태 등을 포함한 근로방법 등에 대하여 스웨덴과 일본을 비교하고 있다.

4. 싱가폴 경제와 라이프 스타일, 2006년 출판

근대적인 사회설계와 아시아적인 가치관의 추급을 공존시키면서 발전해온 싱가폴에 대하여, 현지에서의 조사결과를 참고로 싱가폴의 생활방식과 사회상황을 다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5. 프랑스, 독일의 가족생활, 2006년 출판
프랑스와 독일에 대하여 인구학적 시점에서 출생율의 추이를 분석하였고, 사회보장법, 노동경제학적 관점으로 가족정책이나 노동정책을 비교하였으며, 가족사회학적 관점으로 그 제도하에 있는 가족, 가정생활에 대하여 일본과 비교/분석하고 있다.

6. Women and Material Assets in Britain and Japan, 2006년 출판

영국과 일본에서 실시한 조사결과를 근거로 여성의 주택, 금융자산소유의 실태와 그 의식에 대하여, 사회정책, 노동방법, 가족의 의의 등 다면적인 시각에서 비교하고 있다.

7. 여성의 라이프코스와 주택소유, 2006년 출판
지금까지 연구되지 않았던 여성의 주택, 금융자산 등의 소유실태와 의식에 대하여, 일본에서 실시한 조사결과를 근거로 사회정책, 라이프코스, 지역이동, 사회경제적 특성, 인구학적 특성 등 다면석인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다.

生活者의 시점에서 일본을 經世濟民(경세제민)

이번에 방문한 가계경제연구소는 “가계경제”라고 하는 대단히 특이한 경제주체를 연구대상으로 상당히 심층적으로 조사연구를 행하고 있는 소규모 싱크탱크이다. 그들은 지원기업으로부터 재정상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유로운 발상으로 테마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연구를 진행할 수 있으며, 또한 자신들의 연구실적은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연구환경은 “연구자”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모든 이들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이상적으로 생각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久木元씨는 이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계경제연구소의 연구풍토는 학술적 성격이 강하기는 하지만, 연구과제의 선정 등에 있어서 늘 사회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왜냐하면, 발표된 혹은 발표되어질 연구결과가 사회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들의 연구가 사회에 유익하다는 것을 보일 수 없을 경우 가계경제연구소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계속해서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끝을 맺었다.

“연구의 출발점은 깨달음의 즐거움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연구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을 사회에 어떻게 환원해야 할 것인가를 늘 생각해야 한다. 굳이 싱크탱크에 한하지 않더라도 연구원은 순수한 지적 호기심을 가져야 하며, 그로 인한 연구결과를 어떤 식으로 사회에 환원할 것인지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 연재순서

0. [공지]기획연재 & 필자 소개(2/2)
1. 일본 싱크탱크 – 연재를 시작하며(2/2)
2. 미쯔비시종합연구소(2/16)
3. 일본종합연구소(3/2)
4. 東京재단(3/16)
5. 구상일본(3/30)
6. PHP종합연구소(4/13)
7. 공공정책플랫폼(4/27)
8. 싱크탱크2005일본(5/11)
9. 종합연구개발기구(6/2)
10. 일본국제교류센터(6/22)
11. 가계경제연구소(7/6)
12. 유타카론(7/20)
13. 지방자치연구기구(8/3)
14. 마치는 글(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