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11 희망제작소 창립 5주년 프로젝트
박원순의 희망열차


● [강원] 5월 19일 강원도 광역자활센터 (춘천)

자활 (自活)
[명사] 자기 힘으로 살아감
[유의어] 독립

사전적 의미는 이렇습니다만, 길거리를 걷다가 ‘자활’이란 단어를 접하셨다면 근로능력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이 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자활사업’이나 자활정책을 수행하는 ‘자활센터’와 관련된 단어였을 겁니다. 지역자활센터는 1996년 시범사업으로 설립된 이래 2000년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근거해 현재는 전국 242개 지역에 운영되고 있으니 제법 규모가 큰 조직이라 할 수 있지요. 규모가 커지면서 중앙자활센터와 지역자활센터의 허브기능이 필요하게 되었고, 2004년부터 이 일을 수행할 광역자활센터가 설립돼 현재 7개 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용자희망열차는 지난 5월 19일, 2008년 설립된 강원도 광역자활센터를 방문해 중간지원조직으로서 광역자활센터의 역할과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공유했습니다. 관계자분들과 박원순 상임이사가 나눈 질의응답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Q. 사회적경제의 확대를 위해 자활센터가 어떤 방향과 역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은 대기업 중심입니다. 중소기업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조건이지요. 그런 현실이기 때문에 더욱 현재의 경제 시스템을 바꾸고 시민 중심의 중소기업들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 사회적 인프라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사업을 하려면 금융, 인재(교육ㆍ훈련ㆍ연수), 경영 컨설팅, 유통 등이 필요한데, 사회적 기업가를 위한 이런 조건들이 너무나 척박하잖아요.

이런 역할을 중간지원조직이 수행할 수 있는데, 자활센터가 그 중 한 축이라 봅니다. 자활센터는 전국에 246개나 있는 막강한 세력이지 않습니까. 정부의 목적에 따라 대상과 지원 수준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꾸 이런 중간지원조직들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활센터도 나름의 어려움이 있으리라 봅니다. 정부 예산에 의존하는 면이 있어 안정적인 재원이 확보되는 것이 강점이기도 하지만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자활센터가 영원히 정부로부터 비용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저는 광역자활이 스스로의 수익모델을 갖고 정부지원 없이도 운영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초자활에서 분담금을 받든, 자활센터 간 협동조합을 만들든, 경제공동체를 만들면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시에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자활이 있다면 지역에서 농산품을 생산하는 자활을 이용해준다거나 하는 방식이 있겠지요. 대신 수수료를 적게 받거나 받지 않으면서 일정 비율을 기금을 만드는 노력이 있어야 그 다음 세대가 안심하고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자활이 첫 번째로 할 일은 바로, 자기자본금을 갖는 겁니다.
 
둘째,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취약계층과 함께 사업을 하는 것이 어디 쉽겠습니까. 취약계층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비즈니스 감각까지 갖춘 인재를 키워야 합니다.

셋째, 경쟁이 없는 곳으로 가면 쉽게 승리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블루오션이 어디 있는지, 신규 아이템이 어디 있는지 잘 찾을 수 있는 사회적 통찰력이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는 늘 먼 곳이 아니라 자기 발 아래 있습니다. 바닥에서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외부의 힘을 빌리는 게 아니라 강원도 안에 어떤 사람과 어떤 자원과 어떤 역사가 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그것을 발굴해내는 힘이야말로 강원도의 힘 아니겠어요.  이 세 가지가 사회적 경제를 꿈꾸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Q. 저희는 저희끼리 잘하는 것만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같이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깊지 못했네요. 어떻게 다른 조직과 좋은 유대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요.

A. 자기가 일을 하려고 하는데 맨 주먹이라면 우선 가진 사람에게 들러붙어야지요. 하지만 늘 그럴 수 없으니 자립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재정문제를 볼까요. 눈이 밝으면 정부 부처마다 사업지원금을 받아올 수 있습니다. 이걸 잘 살펴보면 끌어올 수 있는 돈이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지방정부, 농협도 결합할만한 곳들입니다. 요새는 모든 공공기관이 사회공헌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시도해볼만 합니다. 자활센터는 정당성과 신뢰를 가지고 있는 편이지 않습니까. 구체적으로 사업을 제안해보세요. 중요한 건 명분입니다. “내가 배고프니 돈을 주세요”라고 말하면 그건 구걸입니다. 하지만 저는 대의명분이 있습니다. 제게 돈을 주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 됩니다. 신문 잘 보시고 지역 기반의 기업과 기업 재단도 살펴보세요. 돈이 어디 있는지 찾아야 합니다. 지역 부자들의 명단을 모으고 강원도 출신 출향인사도 찾아보세요. 부자가 아니어도 돈 있는 사람을 끌어올 수 있는 인맥을 가진 개인도 좋습니다.

저는 모금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배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이든 사람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들이 기부하게끔해서 내가 오히려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분의 사업이나 명망에 도움이 된다거나 정 안 되면 그분의 성함으로 기금을 만드는 방법을 강원광역자활이 고민해야 합니다. 자활이 하는 일은 사실 누구든 함께 꿈꾸지 않으면 나쁜 사람 되는 거 아니었습니까.

Q. 자활사업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업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자발성이 낮습니다. 일을 제게 떠넘기려고 합니다. 그분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요.

A. 인센티브 등의 방안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곳이 서비스기관이기는 하지만 뭔가 책임지게 만들어야 합니다. 공짜는 누구나 좋아하지만 그러면 성과가 없습니다. 세상이 그래요. 일본에서는 회의하면서 자료집을 돈 받고 팝니다. 진짜 올 사람만 오라는 겁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지원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는 사람에게 지원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효율이 있지요. 강원도에 16개의 기초자활센터가 있어 많이 바쁘실 겁니다. 때로는 집중할 필요도 있어요. 센터장이 열심히 잘 하는 한 곳에 지원을 집중해보세요. 다른 지역 자활센터장이 스트레스 받아서라도 열심히 할 겁니다.

Q. 자활이 자리 잡은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규모도 크고요. 그런데 일반 시민들이 자활을 잘 모릅니다. 어떻게 자활을 홍보할 수 있을까요.

A. 하시는 일이 아름다운가게나 아름다운재단에서 하는 것보다 많은데 인지도는 더 낮습니다. 그만큼 홍보나 마케팅을 잘 못했다는 겁니다. 사실 전 자활센터란 이름도 바꿔야 한다고 보는데, 사업 이름부터 재미나고 친근하게 지어보세요. 마케팅이나 홍보방식은 예전보다 다양해졌습니다. 트위터도 있지 않나요. 제 팔로워만 7만 명입니다. 소셜 미디어를 잘 활용하시고 다른 단체의 사이트도 둘러보세요. 그래서 멋지고 예쁘게 만드세요. 강원도에서 1년에 한 번 자활축제를 할 수도 있지 않나요? 저는 사업이란 건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봅니다. 자활인들을 모아서 필요한 물품은 각지의 자활센터에서 가져오게 하고 함께 모여서 서로를 배우는 잔치라면, 꿩 먹고 알 먹고 아닙니까. 

글_ 교육센터 이민영 연구원(mignon@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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