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클럽

2011년 7월 2~9일, 6박 8일 간 희망제작소 교육센터와 희망제작소 부설 ‘여행사공공’이 공동으로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북유럽 복지정책연수를 진행했습니다. 최근 보편적 복지 문제가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의 화두로 제기되면서 북유럽 복지모델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복지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북유럽 국가의 복지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배경은 무엇인지, 우리가 고민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연수에 참가한 윤종오 울산북구청장의 연수후기를 소개합니다.

취임 후 공식적 해외연수를 처음으로 다녀왔다.

6박 8일 이라고 하지만 시차적응과 왕복 비행시간, 대기시간을 제외하면 실질적 연수날짜는 5일 정도이다. 짧은 기간에 모든 것을 볼 수는 없지만,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와 목민관클럽 5명의 구청장, 직원들이 함께 복지국가 스웨덴을 제대로 이해하는 충분한 계기가 되었다.

남스톡홀름대학 최연혁 교수의 ‘북유럽 모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강의, 3일간의 토론ㆍ발표회, 정책 박람회 참관을 통해 복지국가 스웨덴의 가치철학을 배우면서, 과연 우리나라는 어느 길로 가야 ‘모든 국민이 행복할까’ 라는 새로운 고민에 빠져본다.

”사용자

복지국가 스웨덴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 45만㎢, 인구 930만 명 정도의 작은 나라이고, 19세기 후반까지 농업에 의존하는 빈국이었으나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사에 유례없는 복지ㆍ민주국가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국가의 미래를 멀리보고 역경을 헤쳐온 사회 민주세력의 혜안과 가치관, 그리고 토론과 협의를 통해 참여, 존중, 합의를 이끌어 내는 정치적 리더십의 결합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오늘의 스웨덴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복지국가 스웨덴의 시발점은 1928년 당시 사민당 당수였던 페르알빈 한손의 유명한 국회연설 ‘국민의 집으로 가는 길’로 볼 수 있다. 당시 스웨덴도 우리나라와 같이 정치적으로는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 같으면서도 사회ㆍ계급적 격차가 벌어지고,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한손은 가족의 개념을 확대하여 국민 모두를 가족구성원으로 생각하는 공동체적 사회를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가정의 기본은 공동체와의 동고동락에 있다. 훌륭한 집에서는 누구도 특권의식이 없고 소외되지 않으며, 독식하는 사람, 천대받는 아이도 없다.”

이러한 좋은 집에서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서로 배려하며 협력 속에서 일하고, 국민 모두가 평등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국민의 집으로의 스웨덴’을 지향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이후 스웨덴 사회를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1932년 한손이 이끄는 사민당이 집권하면서 추상적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의 일상적 삶의 조건을 개선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했으며, 빈곤층과 노동계급만을 위한 복지가 아니라 전 국민을 아우르는 포괄적이며 보편적인 복지제도로 스웨덴 특유의 복지국가 모델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역사, 문화, 자연ㆍ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므로 우리나라와 단순비교를 할 수는 없겠지만, 특권계층 일부만 성공하는 사회가 아닌 국민 모두가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더 발전해나갈 스웨덴의 복지정책 이념을 눈여겨보고 우리 실정에 맞는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연수 3일째 되는 날 고틀란드 섬에서 견학한 정책박람회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스톡홀름에서 배를 타고 3시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니 우리나라 제주도 정도 크기의 휴양지 고틀란드 섬을 만날 수 있었다.

스웨덴 최대 휴양지답게 섬은 활기로 가득했다. 섬에 내리자마자 다양한 정책홍보물을 나누어주는 자원봉사자들로 인산인해였다. 7월초부터 1주일 간 1500여 개 단체, 약 10만 여명이 모여 정치, 경제, 복지, 환경 등 각종 세미나가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되며, 정치인과 언론인, 시민사회활동가들이 모여서 스웨덴의 현재와 미래의 비전을 토론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오픈 포럼이 열리고 있었다.

”사용자

미래의 복지국가를 생각하며, 양극화를 극복하고 균형 잡힌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는 사회를 지향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대로 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토론모임이다. 이러한 스톡홀름 포럼이 수 십 년간 이어져 오면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의식을 일깨우며 민주주의를 강하게 만들고 있는 스웨덴의 저력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포럼에 함께 참여한 것만으로도 나의 삶에 있어 소중한 경험이 되었고, 고틀란드 주지사와의 간담회, 정책발표회 및 토론회, 지역정치인과의 워크숍 등을 통해 소통과 배려의 가치가 듬뿍한 복지국가 스웨덴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었다.

”사용자

아이들 키우기에 걱정없는 보육수당과 교육비 지원, 의료비는 물론이고 대학까지 무상교육실현, 안정적인 노후보장, 충분한 임대주택공급으로 과다한 소유욕을 느낄 수 없는 주택정책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우리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보편적 복지가 생의 모든 주기에 확실히 녹아있는 나라 스웨덴이 어떻게 국민적 공감 속에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소득의 48% 이상을 세금으로 내고도 국민의 불평불만이 거의 없는 것은 국가경영의 투명성과 ‘내가 낸 세금이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과 성숙된 민주주의에 의한 합의 문화 덕분이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개별적 가치와 이해관계를 존중하며 공동체 구성원내에서의 참여ㆍ존중ㆍ합의에 의한 의사결정을 추구한다.

또한 역사적 배경에는 이웃 나라와 큰 분쟁이 없었던 오랜 평화의 시간이 있다. 오일머니가 쏟아지는 중동의 나라들이 제대로 된 복지ㆍ민주국가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도 부분적으로는 분쟁과 내전 등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분단 문제도 진정한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닌가 한다. 한마디로 평화와 복지는 둘이 아닌 하나인 것이다.
 
”사용자

스웨덴 남부의 말뫼시 방문과 덴마크 코펜하겐 복지시설 방문 일정에서도 많은 감응을 받았다. 세계적인 조선 강국의 한 도시가 현대중공업에 선박 제조용 대형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팔아 넘긴 후 눈물을 흘렸다던 사건의 주인공이 스웨덴의 말뫼(Malmo)시이다. 19세기 조선사업이 활발하던 시기에 호황을 누리던 이 도시는 조선업의 쇠퇴로 사람은 떠나고 폐허가 되었다. 하지만 이 도시를 재생하기 위하여 시에서 많은 노력을 한 결과 지금은 너무나 아름다운 관광도시로 변모되어 있었다.
 
”사용자
조선소가 철거된 지역에 세계적 건축물로 알려진 ‘터닝 토르소’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말뫼시 지역을 설계한 도시설계학자로부터 안내를 받아 둘러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울산도 공업지역이고 많은 중공업과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도시인데, 말뫼시와 같이 도시가 황폐화 되었을 경우 지속가능한 도시로 과연 탈바꿈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영국의 맨체스터라는 도시도 18세기 유럽의 공업도시였지만 지금은 축구장 2개만 놓여있는 도시, 유통의 도시로 변모했는데 울산도 앞으로 준비를 많이 해야할 것이다.
 
말뫼시는 세계적인 이슈로 다뤄지고 있는 ‘지속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EU와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유럽 신재생 에너지도입 실현’을 위한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재생을 시작했다.


도시를 재생함에 있어 ‘사람 중심의 도시’, ‘어느 곳이던 지루하지 않은 다양한 도시’, ‘100%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했고, 사람이 아닌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를 위한 도시시계획을 추진한 결과 이제는 관광 도시로 변모한, 화려한 부활의 도시라 하겠다

아직 자동차 중심의 도시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 연수였다. 짧은 시간에 복지국가 스웨덴의 면모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여러가지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연수에 참여한 모든 성원들이 우리나라도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과 같은 보편적 복지가 하루 빨리 실현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스웨덴에서의 아쉬운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사용자





글ㆍ사진_ 윤종오 울산광역시 북구청장



”사용자여행사공공은 ‘대안적 해외연수’를 전문적으로 기획ㆍ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 리더는 물론, ‘공공리더의 공부하는 여행’을 모토로 외유성 관광에 따른 예산낭비 등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어온 공직자 해외연수에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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