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한 이야기를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이번에는 무라카미 쇼이치 일본희망제작소 이사 겸 운영위원, 생활클럽도쿄 전무이사의 글을 소개합니다. 오모에 어업협동조합이 어떠한 방식으로 재해 복구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그 일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본통신(8) 지진 피해를 극복하는 협동의 힘

동일본 대지진은 생활클럽도쿄의 동북지방 연안지역의 어업 종사자들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주었다. 그중에서도 생활클럽도쿄가 공급하고 있는 미역의 주생산자인 오모에(重茂) 어업협동조합은 쓰나마의 직격탄을 맞아 그 피해 규모가 특히나 컸다. 이와테현(岩手?) 미야코시(宮古市) 오모에(重茂) 반도는 육지를 깊게 파고 들어온 만과 쿠릴해류와 일본해류가 만나 염분이 풍부한 어장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1949년에 설립된 오모에 어업협동조합은 해산물 양식에 안성맞춤인 이 청정해역을 터전으로 품질 좋은 미역과 다시마, 성게, 전복 등의 각종 해산물을 생산해 왔다. 그중에서도 오모에산 미역은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오모에 어협은 설립 이후  ‘손자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어촌을 건설하자’라는 슬로건을 걸고, 환경보존 사업도 적극적으로 실시하면서 이 청정 어장을 관리했다. 또한 생활클럽도쿄를 비롯한 생활협동조합들과 조직적으로 연계를 강하게 유지하면서 지역 해산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일본 대지진이 몰고온 거대한 쓰나미는 청정해역을 자랑하는 오모에 반도를 덮쳤으며,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 수많은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발생했고, 집도 양식장도 배도 공장도 모두 휩쓸려가 살아남은 사람들 또한 거처할 곳도 일할 곳도 없어졌다. 오모에 어협 조합원과 직원들만 해도 5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가옥 90채가 쓸려갔으며, 814척의 배 중 겨우 14척의 배만 남았다. 오모에 어협의 해산물 가공 공장들도 모두 파괴되어, 그야말로 모든 것을 잃고 해변가에 가득 쌓인 쓰레기더미만 망연자실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지진 직후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오모에 어협은 ‘582명의 조합원 전원을 어협 직원으로 임시 고용하여 협동으로 작업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즉 어선도 협동으로 이용하고, 임금도 균등하게 나눈다는 방침이다. 이 파격적인 방침은 모든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생협클럽도쿄의 임원들도 오모에 어협의 방침을 전달받았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의 대부분의 시설이 파괴되고, 어선도 휩쓸려가는 등 피해규모가 컸기 때문에 사업의 재활 복구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할지, 생각만 해도 까무러칠 지경인데, 그러한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 믿기 힘들었다. 그러나 무모하고도 파격적으로 보이는 오모에 어협의 결단은 쓰나미로 집과 어선을 잃어버린 조합원들이 오모에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스스로의 힘으로 지역을 복구하자는 굳은 결의였던 것이다.

”사용자실제로 일본 정부는 오모에 어협에 복구 지원을 약속했지만, 기대했던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오모에 어협에서는 자력으로 어업을 재개하기 위해 필요한 어선과 어구들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에 필요한 십수억 엔의 자금도 스스로 마련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지원을 기다리며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었다. 많은 조합원들이 빚을 내어 다시 바다로 돌아가야 하나 망설이고 있었다. 젊은 어부들 중에는 오히려 바다를 버리고 도시로 나갈 수 있는 기회라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조합원들의 동요를 지켜본 오모에 어협은 정부의 지원만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자력과 협동의 복구 방침을 정하고, 지진 발생 한 달째 되던 날, 긴급 총회를 소집했다. 오모에 어협 사무실에 400명이 넘은 조합원들이 모였다. 이토(伊藤) 조합장은 어부들에게는 한 푼도 빚을 지게 하지 않겠다고, 조합이 배와 어구를 전부 제공하겠다고 조합원을 설득했다. 이 방침에 바다를 떠날까 고민하던 조합원들은 고향에 남아 복구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조합원의 90%가 바다로 다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오모에 어협은 조합원들이 다시 바다로 나가 조업할 수 있도록 서둘러 어선을 구하기 시작했다. 정치망선이 기적적으로 200킬로미터나 떨어진 바다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배를 가진 사람과 배를 갖지 못한 사람과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합원 전원의 배가 확보될 때까지는 어선을 평등하게 나눠 쓰는 계획을 세웠다. 조합원이 공동으로 사용할 배가 전국 각지에서 도착해, 두 달 뒤에는 80척의 배가 확보됐다. 그리하여 천연 미역 채취를 위해 조합원들이 다시 바다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양식장은 이미 모두 파괴된 상태였기 때문에 천연 미역 채취부터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여름에는 성게와 다시마 채취를, 11월에는 전복 채취를 시작해, 조금씩 어업이 부활하고 있다. 가공 시설도 서서히 복구되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오모에산 미역과 다시마 등은 우리 생활클럽도쿄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배달돼 다시 식탁에 오르고 있다. 바다에서 채취한 천연 미역은 일품 중의 일품으로 그 인기가 대단하다. 올해 5월, 맛있는 미역을 제공받은 고마움에 생활클럽생협 조합원들은 기부금을 모아 어선 한 척을 오모에 어협에 기증했다. 이 배는 오모에 어협 조합원들의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다.


현재 복구를 위한 오모에 어협의 노력은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고 있다. 미역 씨앗을 심어 미역 양식을 다시 준비하고 있으며, 400척의 새로운 어선도 발주했다. 조합원과 함께 조합원의 힘을 믿고 자력으로 시작한 오모에 어협의 재해지역 복구를 위한 노력은 대지진과 원전 사고로 흔들리고 있는 일본 사회에 새로운 희망을 던져 주고 있다.

쓰나미가 남기고 간 폐허 속에서 다시 바다로 나온 오모에 어협에는 또 다른 과제가 던져졌다. 올 10월에 아오모리현(?森?) 시모키타반도(下北半島) 태평양 연안의 롯카쇼무라(六ヶ所村) 핵연료 재처리 시설이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이와테현의 앞 바다도 방사능 유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위기감이 다시 조합원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오모에 어협은 어부들의 삶의 터전인 청정해역의 오모에 앞바다를 지키기 위해 핵연료 재처리 시설의 가동 저지를 위한 투쟁에 나서고 있다.

”사용자글_ 무라카미 쇼이치(村上彰一) 일본희망제작소 이사 겸 운영위원, 생활클럽도쿄 전무이사
 ‘생활클럽도쿄’는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에 약 35만 명의 조합원을 가진 협동조합으로 4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생산자들과 협력해 질 높은 상품을 개발하여 조합원들에게 공급하고 있으며, 보육원과 육아 광장 등 육아 지원, 그룹홈과 같은 시설 운영과 재택케어를 중심으로 한 고령자 복지사업, 풍차 건설등의 신에너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무라카미 쇼이치씨는 오랜 생협활동을 통해 식품의 자급자족, 지역 복지 그리고 환경 문제를 위해 활동해 왔으며, 저소득층을 위한 상담과 생활 자금 대여 등 생활 재생 사업도 전개해 왔다.

편역_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westwood@makehope.org)

일본통신 목록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