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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416 기억저장소

▲사진제공:416 기억저장소


세월호를 잊은 교육에 미래란 없다
– 태영철 (금산 간디학교 교장)

벌써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었습니다.
‘사건’과 ‘참사’ 사이를 떠돌던 세월호가
이제는 ‘416’이란 역사의 이름으로 바닷속 깊이 가라앉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날의 아비규환과 고통과 환영이 생생한데,
아직도 가족들과 친구들은 상처와 트라우마로 가슴을 치고 있는데,
아직도 밝혀져야 할 사실과 진실이 장막에 가려져 미칠 듯 갑갑한데,
벌써 역사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역사가 되어서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란 없다’는 단재 신채호선생의 말씀처럼,
‘416을 잊은 교육에 미래란 없다’는 메시지가 계속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밝은 미래는 어두운 과거에 대한 준엄한 반성과 철저한 성찰로부터 시작됩니다.
뼈아픈 반성과 성찰 없는 밝은 미래와 아름다운 성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416의 역사 앞에서 우리 교육계는 무엇을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까요?

금산간디학교의 반성과 실천은 이러했습니다.
우선, 세월호 유가족 부모님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중학생들은 팽목항을 방문하고 유가족 부모님들을 위해서 삼계탕을 끓여 드렸습니다. 고등학생들은 인권수업 때 유가족 부모님들을 학교로 모셔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학부모총회에서는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유가족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누군가 상처받고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는 것이 진정한 만남이자 교육의 시작이라고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학생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유가족 부모님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습니다. 교육은 한 사람도 소외시키지 않음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교육기본법의 ‘홍익인간 교육’이자 ‘인간다운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금산간디 학생들이 416과 관련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학생들의 적극적 권리이자 저항권으로 인정됩니다. 416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들입니다. 자신들의 안전권과 생명권이 무참히 희생되는 광경을 모두 지켜보았습니다. 단원고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학생들의 안전권과 생명권이 무너졌습니다. “어른들이 모두 해결해줄 테니, 너희들은 시키는 대로 그냥 따라와!”라는 태도의 끝이 이렇게 무참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학생들도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 사회와 국가를 향해 저항하고 소리칠 수 있어야 합니다. 어항이 아니라 강과 바다를 향해 헤엄쳐 나와야 합니다. 416의 진정한 주체로 나서야 합니다. 자발적인 참여와 실천을 경험한 학생들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이끌 수 있기 때문입니다.

416은 이제 과거가 아닌 역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과거는 기억이지만 역사는 진실입니다.
기억은 조작되지만 진실은 조작될 수 없습니다.
기억은 과거의 순간이지만 진실은 미래의 깨어있는 역사입니다.
416은 이 나라의 후진성을 민낯으로 보여준 뼈아픈 생중계였습니다.
관련자에 대한 처벌은 국가의 몫이지만, 역사적 심판은 시민의 몫입니다.
과거의 기억으로 머물게 할 것인가, 역사로 되살아나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 시민의 몫입니다.
‘어둠을 탓하기보다 촛불 하나 밝히라’라고 간디 선생의 제자인 사티쉬 쿠마르는 말했습니다.
416은 우리에게 어둠을 밝히는 촛불 하나씩을 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각자의 촛불을 키고
두 눈 부릅뜨고 이 어둠이 물러갈 때까지 지켜보라고 합니다.
지치지 말고 끝까지.

태영철 금산 간디학교 교장선생님은 간디학교 설립 멤버로 우리나라 대안교육의 역사를 만들어 오신 분 중 한 분입니다. 간디학교의 모든 학생들은 안산에 방문해 피해 학생들의 부모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교육자로서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한 글을 부탁드리자, ‘416이라는 역사 앞에서 이 글이 도움이 되지 못하면 어떡하나’하는 염려에 무수히 망설였다고 전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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