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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사회혁신센터여행사공공과 함께 사회혁신의 세계적 동향을 파악하고, 실질적인 사회혁신방법론과 사례를 공부하는 세계사회혁신탐방(Social Innovation Road)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2년 7월 아시아 편으로 방콕과 홍콩을 방문했으며, 이번에는 오세아니아 편으로 사회혁신의 모범적 실험이라고 불리는 호주의 멜번과 아들레이드를 다녀왔습니다. 우리 함께,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계사회혁신탐방 오세아니아 원정대의 사회혁신 탐방기를 연재합니다.

④ 세계사회혁신탐방기 오세아니아
    혁신적인 공간을 빌려드립니다

사회혁신은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협력을 통해 나타나는 사회문제 해결안이다. 이러한 새로운 협력을 촉진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으며, 최근 세계 곳곳에서는 공동업무공간(co-working space)이라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협력과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곳이 호주의 허브다. 2005년 조나단 로빈슨(Jonathan Robinson)은 서로 다른 섹터와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실험해 보고자 런던 킹스크로스에 허브 킹스크로스(HUB Kingscross)를 열었다. 초기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허브는 2009년 상파울루,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으로 진출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성장하게 되었고, 현재 약 40개의 도시가 허브 네트워크에 속해 있으며, 28개의 허브 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세계사회혁신탐방 오세아니아 원정단이 방문한 허브 멜번(대표: Brad Krauskopf)은 2011년 3월에 문을 열었다. 허브 멜번은 동키 휠 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문화유산인 동키 휠 하우스(Donkey Wheel House)에 입주해 있다. 동키 휠 하우스는 19세기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우리를 맞이한 에혼 챤(Ehon Chan)은 스스로를 연결 촉진자(Connection Catalyst)라고 소개했다. 그는 사람들 간의 협력은 곧 신뢰(trust)형성과 동일하기 때문에 이러한 신뢰를 형성하도록 돕고 있다고 한다. 그는 허브 멜번의 목표를 사람들이 관습적으로 일하는 방식, 즉 칸막이로 분리된 사무실, 혹은 자기 혼자만 있는 집에서 일하는 방식을 탈피하고, 허브라는 새로운 공간에 와서 커뮤니티와 교류하고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창의성과 생산성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약 700여 명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이들 중 120여 명이 매일 이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주 다양한 분야와 섹터의 사람들이 회원으로 있으며, 사업가,프리렌서 외에도 공공섹터(멜번 시의 건강 보건부서와 비즈니스 혁신 부서)와 민간기업(호주은행이나 투자기관 등)도 함께 하고 있다고 한다. MIT 대학 교육 분야의 교수들과 연구자들이 허브 멜번에 입주해 있으면서 공간과 일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

허브 멜번은 활동은 크게 ▲공간대여 ▲워크샵 등 이벤트 개최 ▲커뮤니티 활동으로 나뉜다. 공간에 입주하는 위해서는 매달 200달러에서 600달러를 내면 된다. 600달러를 내면 고정책상이 생기고, 사물함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 워크샵이나 강연을 열고 있다. 허브 멤버라면 할인된 가격에 참여할 수 있다. 허브 멜번에서는 700여 명의 회원들이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 대화와 소통이 언제나 가능한 허브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함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자전거를 타고 파티를 연다. 더불어 허브는 약 5,000여 명이 멤버로 있는 세계적인 네트워크로 세계 어느 곳에 있는 허브 멤버와도 서로 협업을 할 수 있다.

허브 멜번에서 협업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이번 방문을 통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1. 공간과 가구: 허브 멜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공간이다. 소풍을 나온 것 같은 분위기의 휴식공간, 언제든 식사와 차를 마실 수 있는 부엌, 회의공간으로 변화하는 짜투리 공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작은 식물들이 업무 공간을 생동감 있고, 창의적이고 편안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모든 가구에는 바퀴가 달려 있어 언제든 새로운 배치가 가능하다. 심지어 화이트보드에도 바퀴가 달려 있어 언제든 쉽게 옮겨서 사용할 수있다. 이런 이동성과 즉흥성이 이 공간의 활력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2. 오픈하우스: 일주일에 2번 허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방문해 허브멜번에 대해 소개받을 수 있다. 이때 호스트인 젠(Jenn)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일도 소개하게 된다. 보통 10여 명이 방문하면 6명 정도가 회원이 된다.

3. 온라인 메신저: 독립적인 개인이지만 협업을 최대화 하기 위해 온라인 메신저를 활용한다. 공간 한편에 온라인 메신저을 스크린으로 쏴서 언제나 필요한 대화를 지속적으로 한다.

4. 호스트제도: 허브 멜번은 호스트제도를 통해 회원들 간의 네트워크와 협업을 촉진하고 있다. 호스트란, 허브 공간에 상주해 있는 허브 스탭으로 회원들의 관심과 계획을 파악해 협업이 가능한 사람들을 서로 소개해주고, 어려움이 생겼을 때도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누군든 언제든지 호스트에게 가서 자신의 일을 상담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물리적인 공간보다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흔히들 얘기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물리적인 것이 얼마나 많은 창의력과 자유로움을 방해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허브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어떤 공간과 프로그램이 필요한지를 잘 이해한 혁신적인 공간이다.

허브 멜번의 회원들은 창의적인 공간에서 회원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사회의 변화(social change)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허브 멜번은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민간 기업이지만, 이 기업은 협업을 통해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촉진하고 생산하고 있다.

이번 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 준 호주사회혁신센터의 브렌튼 카핀(Brenton Caffin)은 허브 멜번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회적 변화는 자선적인 활동으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변화는 정부, 기업, 자선단체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임팩트 스퀘어(Impact Square)라는 단체가 허브 서울(Hub Seoul)을 곧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허브 서울의 오픈이 한국 사회의 다양한 섹터가 사회 혁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글_ 한선경(사회혁신센터 선임연구원 alreadyi@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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