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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zoo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나
그것이 저희 사업의 출발점이자 핵심입니다.”

조우석(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이하 ‘우석’) : 안녕하세요 김정헌 대표님. 먼저 woozoo에 대해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정헌(woozoo 대표 이하 ‘정헌’) : woozoo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이 겪고 있는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설립되었습니다. 이들 대부분이 상당 수준의 주거비를 감당해야 하는 일종의 주거 소외층이거든요. woozoo는 이들의 주거비 하락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주목적으로 하는 소셜벤처인 셈이죠. 우주의 비즈니스 모델은 간단합니다. woozoo가 집주인에게 집을 빌려서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에게 월세 방식으로 재임대하는 형태입니다. 흔히 말하는 보증금은 두 달치 월세 정도고요.

하지만 woozoo가 꿈꾸는 건 이들에게 주거 공간만 빌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woozoo는 주거 공간을 매개로 한 청년들의 커뮤니티 만들기 또는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 청년들의 문화 만들기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커뮤니티 파티 등을 통해서 청년들이 스스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꿈이 같은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 꿈을 키울 수 있는 집을 만듦으로써 궁극적으로 이들이 집을 통해서 자아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공간 제공 사업은 이런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사업 아이템인 것이고요. woozoo는 성공한 부동산 임대업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woozoo가 지향하는 것은 소셜벤처로서 문화사업자가 되는 것이에요. 그래서 woozoo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woozoo에 ‘어떤 사람’이 사는 가입니다. 그것이 저희의 사업의 출발점이자 핵심입니다.

현재 5개 woozoo 지점에서 20명의 입주자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올해 사업 목표는 15개 집에서 100명의 우주인이 함께 사는 거에요. 내년에는 300~400명의 우주인이 살 수 있는 woozoo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부동산 관련 기업이 선두로서 부각된 사례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이 시장은 이제 막 개화하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사회적경제 영역 내외부의 자원을 동원하고 이것을 woozoo의 사업 전략과 매칭시켜서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고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woozoo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주거임대 사업분야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주거임대 등 하드웨어 관련 사업과 커뮤니티 형성 등 소프트웨어 관련 사업을 비율로 나눠본다면 8:2 정도될 것 같습니다. 이 비율을 반대로 만드는 것 역시 woozoo의 주요 목표 중 하나입니다.


우석 :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주요한 목적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으신 건지요?

정헌 : 대학생들이 같이 모여서 밥을 먹는다고 상상해보죠. 식사 도중 한 친구가 “나 woozoo에 살아”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을 듣은 친구들이 “너 woozoo 살아? 대박!! 놀러가자.” 이런 분위기가 생길 수 있는 woozoo를 만들고 싶어요. 현재 사회적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다수가 특정 소외계층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특정 소외계층이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이들을 위한 사업은 매우 중요하고 또 필요합니다. 그 중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는 시장에서 일반 대중에게 더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사업을 하는 것 역시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노숙자가 만든 상품이 시장에 나왔을 때 노숙자 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그 물품을 사기는 쉽지 않은 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주거문제는 조금 다른 특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주거와 관련된 것은 나를 포함해서 동생이나, 친구 등 누구나 직접 경험하고 공유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감을 불러일으키기가 쉽습니다. 무엇보다 문제에 대한 해결이 나왔을 때 사회에서 그리고 시장에서 파급력 또한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석 : 현실에 존재하는 여러 사회문제 중 주거 분야에서 사업기회를 포착하신 셈인데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사업 아이템을 선정하셨어요? 그리고 혹시 개인적 동기가 있으셨다면 설명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헌 : 2012년이죠. 작년 여름에 인턴 10명을 선발해서 신사업 목록 40개를 뽑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40개 중 최종적으로 Top 3를 골랐고요, 3개 중에 woozoo가 올랐습니다. 순전히 사업적 측면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훌륭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템도 중요했지만,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우리와 가깝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문제를 찾는 것이었어요. 그것이 선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공동으로 창업 준비를 한 친구가 학교 앞에서 자취하고 있었어요. 알고 보니 공동 창업자가 실제 경험을 통해서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던 거죠. 조사를 해보니 서울에만 47만 명의 대학생이 있는 데 그 중 13만 명이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이더라고요. 굉장히 많은 대학생이 주거 문제를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한 번 해보자고 결정했었습니다.

그렇게 사업 아이템을 결정한 이후에 주거 문제를 사업적으로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다큐멘터리로 스웨덴의 공동주택 사례를 본 기억이 났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방법을 찾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옥탑방으로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어요. 옥탑방이 가장 쌌고요. 또 젊은 친구들 대부분이 스카이라운지가 보이는 옥탑방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나름대로 깊게 조사를 했었죠. 그런데 옥탑방으로는 사업을 할 수가 없더라구요. 우리나라 옥탑방의 98%가 불법 건축물이기 때문에 법인 사업자가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 아닌거예요. 그래서 다시 대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길을 찾다가 노후주택 리모델링으로 가보자라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저희가 사업을 시작했을 때 신축건물을 이용한 셰어하우스 사업은 이미 어느 정도 확산되어 있었어요. 신축건물을 이용할 경우, 무엇보다 가격 면에서 사업 확장성이나 사회적 파급력을 가지기 어려울 것 다고 판단했습니다. 저희는 자금 동원력이 부족했거든요. 그래서 woozoo는 신축건물이 아니라 노후주택을 리모델링해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한 달에 2개씩 woozoo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

우석 : 작년 여름부터 프로젝트를 준비하셨네요. 그러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 언제쯤인가요?

정헌 : 법인이 만들어지기 전인 2012년 9월에 집부터 계약했어요. 법인설립을 10월에 했고요, 12월에 1호점이 완공되었습니다. 순서가 좀 바뀌었죠. 저희가 woozoo 사업을 해야겠다고 주거분야로 눈을 돌렸을 때 주거 관련해서 이미 여러 기관들이 활동 중이더라고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무도 아직 집을 만들어서 사업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사업을 먼저 시작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법인 설립하기 전에 집부터 찾아서 계약한 거죠. 그래서 작년 12월에 바로 창업을 해서 입주자를 모집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만 바로 사업을 시작하진 않았어요. 우선 창업자끼리 같이 살면서 창업준비를 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창업 멤버들과 두 달 정도 같이 살았던 것 같아요. 셰어하우스를 경험하면서 불편한 점들을 확인하고 수정해 나가면서 사업준비를 한 것이구요. 이런 준비기간을 거쳐서 올해 2월에 사업을 정식 런칭했습니다. 2월 중순부터 우주인을 받기 시작했고요, 현재는 한 달에 2개씩 woozoo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우석 : 사업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정헌 : 창업자 모두가 경영학과 출신이다 보니, 사업을 해야 하는데 건축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는 거예요. 사업 예산을 아끼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건축을 아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할 수 없는 전기공사 빼고 창업한 친구들이 모두 노후주택 리모델링 공사에 참여했습니다. 페인트칠부터 자재 나르는 일, 가구에 니스칠하는 작업을 포함해서 정말 다해봤어요. 물론 다들 육체적으로 무지막지하게 힘들었죠. 그 어느 때보다 할 일이 많은 창업 초기였는데 창업자들이 주택 공사까지 직접 다 했으니 왜 안 힘들었겠어요. 그때는 불만이 ‘조금’ 있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힘든 기간을 지내고 나니까, 지금은 모두들 건축일을 대충은 알게 되었어요. 적어도 전문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는 되었어요.

이렇게 정신없이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한편에서 확신이 들지 않았던 문제도 있었어요. 특히 이게 시장에서 통할지, 사업의 시장성 부분에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를 포함한 창업자 세 명이 2월에 일본에 다녀왔어요. 일본이 우리보다 셰어하우스가 10~15년은 앞서 있거든요. 일본에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들을 7~8명 정도 만나면서, ‘이 사업은 되는 거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원래 확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사업 초반을 운영할 생각은 없었어요. 프로토타입으로 운영해보면서 전략을 세우고 사업을 확장하려고 했는데 일본을 다녀와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그래서 당초 계획보다 사업을 상당히 빨리 진행하였죠.

우석 : 지금 같이 일하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정헌 : 저를 포함해서 같이 일하는 친구는 모두가 공동창업자입니다. 공동창업자는 저를 포함해서 5명이고요. 이외에 별도로 인턴학생 3명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저는 딜라이트 보청기하기 전에 3년 정도 회사 생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대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 빼면 다 대학생에요. 학교를 다녀야 하는 친구도 있고, 휴학을 한 친구도 있고 휴학했다가 복학해야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사실 이 친구들이 사회경험이 없다보니까 좌충우돌이 일상다반사가 되었죠.

보통 창업을 하면 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는 3~4년차 정도의 경력자, 시쳇말로 ‘타짜’들과 함께 하잖아요.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제 지론은 이쪽 분야에서 일을 할 때에는 사회 문제의 직접 당사자가 사업에 참여하는 게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경험과 열정 속에서 사회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법이 나올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만 사업이 성공해서 사회적 파급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사업은 철저하게 대학생들의 문제였고, 그렇기 때문에 딜라이트 때에 인턴으로 만났던 대학생들에게 사업을 같이 해보자고 먼저 제안했어요. woozoo 사업은 이들의 눈높이에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었지요. 사업의 타겟층과 접점이 많다는 것은 사업적인 면에서 상당한 강점이잖아요. 사회경험이 없다보니 업무스킬이 부족한 면은 있었지만, 요즘은 다른 회사의 어지간한 신입사원보다 훨씬 잘하고 있어요.

우석 : 기업의 공동창업자라면, 같이 일하는 대학생 공동창업자들과 계속해서 일하시겠네요.

정헌 : 그건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제가 소셜벤처 영역에 들어왔을 때 사회경험을 하고 들어왔습니다. 돌이켜보면 네트워크라든지 일하는 방식과 관련해서 그때의 경험이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해서, 저 친구들이 이런 조그마한 회사에서 시작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저와 같이 사회경험하고 다시 돌아오는 게 좋을지를 생각해보면 저는 후자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 친구들도 저처럼 체계화된 곳에서 일을 잘 배워오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죠. 일을 배워서 돌아온다고 하면 당연히 말릴 생각은 없죠.

우석 : 딜라이트 보청기 사업을 하시다가 주거 관련 사업으로 ‘점프’하셨어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업 영역에 도전하신 건데요,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는지요?

정헌 : 건축, 부동산 관련 전문지식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무모했던 것 같아요. 하다 못해, 부동산 트렌드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거다 싶어서 찍고 갔는데 운 좋게도 그게 맞은 거죠. 돌이켜보면 그렇게 사업을 시작하면 안 되었던 것 같아요. 이런 류의 전문성과 관련된 부분에서 여전히 부족함과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건축에 대한 이해가 없다보니 다른 사람들과 협업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협업이 필요했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요. 이건 굉장한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업무 양이나 업무 강도의 기준이 높다보니까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맞춰서 따라오기 어려워했어요. 창업자 친구들과 같이 셰어하우스에서 살 때, 방문을 열면 출근이고 방문을 닫으면 퇴근인 상황이었어요. 이게 아마 친구들에게 어려웠을 것 같아요. 셰어하우스나 주거문제가 사회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전이었고 매출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도 그리고 고맙게도 이 친구들이 그 모든 것을 잘 견뎌줬습니다.

“올해 woozoo에서 살게 될 100명은 woozoo가 뽑는 마지막 우주인입니다.
이후 선발과 운영은 모두 각 woozoo에게 맡길 것입니다.”

우석 : 주거나 사무 등 공간사업의 핵심은 공간을 운영하고 참여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관련해서 특별한 사업 전략이나 노하우가 있는지요?

정헌 : 궁극적으로 woozoo는 판만 깔아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공간의 입주자가 모든 것을 기획해서 결정하면서 스스로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입주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참여나 의사결정을 요구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신입 입주자를 선발하게 하려고 한다. woozoo는 입주 신청자 리스트를 공유하고 서류적인 절차만 검토할 예정이고요. 입주 오리엔테이션, 생활 규칙 등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woozoo에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게 할 것입니다. 이런 것을 쌓기 위해 시행착오가 필요하고 지금이 그 과정이지요. 딜라이트 김정현 대표가 돌다리를 열두 번 두드리는 타입이라면, 저는 우선 실행하면서 프로토타입을 만들면서 사업을 빠르게 실행하는 스타일입니다. 올해 예정된 100명은 woozoo가 뽑는 마지막 우주인입니다. 이후 선발과 운영은 모두 각 woozoo에게 맡길 것입니다. 개별 woozoo의 지속가능성을 개별 우주인이 만들게 되는 셈이죠.

우석 : ‘누가’ 들어와서 사는지가 매우 중요할 것 같네요.

정헌 : 우주인을 선발하는 데에 딱 두 가지 기준만 적용합니다. 첫째, 누가 이 집에 잘 어울리는지, 둘째,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인가. 사실 대화를 해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잖아요. 지금까지 위의 두 가지 기준으로 우주인을 선발했고, woozoo타임(면접)에서 내린 의견이 틀린 적은 한 번도 없었네요.

우석 : 각 집마다 콘셉트가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
정헌 : 1호점에는 창업가를 꿈꾸는 학생들 세 명이 살고 있고요. 제가 알고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서 사업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호점에는 미술가를 꿈꾸는 미술학도가 살고 있고 미대 교수님이 집 꾸미는데 직접 도움을 주셨어요. 물론 거주자와 교수님과 네트워킹 하는 시간도 가지고 있고요. 3호점은 사회 초년생과 외국인들이 함께 살고 있는 집입니다. 이 집에는 사진작가, 바리스타, 그리고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다다음주에 오픈하는 4호점은 옥인동에 있어요. 이곳은 슬로우 라이프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이는 집이랍니다. 그렇다보니 정적인 학생, 또는 예술하거나 작업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5호점은 홍대 한복판에 있어요. 크레이티브 라이프를 꿈꾸는 사람들의 주거지죠. 예술을 하거나 클럽, 노는 걸 좋아하는 학생들이 사는 집입니다. 6호점 여성들의 집이고요, 7호점 은평구에 위치할 계획인데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을 예정입니다. 집 주위에 22개의 등산로가 있는데요, 거주 계약단위인 24주 내에 22개 등산로를 완주한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할 계획입니다. 등산용품을 판매하는 기업과 함께 할 예정입니다.

우석 : 콘셉트가 상당히 다양하고 재밌습니다. 집의 위치에 따라서 콘셉트를 결정한 것 같기도 한데요, 어떤 방식으로 콘셉트를 잡았나요?

정헌 : 10호점까지의 콘셉트를 다 정해놓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주거공간 사업의 특징 때문에 실제 매물이 들어오는 위치가 다양해서 콘셉트에 맞는 주거지를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사업 매물(주거지)를 살펴보고 그 중에 woozoo가 가진 콘셉트에 어울리는 집이 있으면 그 집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저희가 하는 일이 부동산 임대업이 아니더군요.
사람이 굉장히
중요한 자원인 사업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석 : woozoo 사업을 통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

정헌 : 사업을 시작한지 이제 3개월째다 보니, 아직 그 성과를 명시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내부적으로 조심스럽게 평가해보자면, woozoo가 청년 주거와 셰어하우스에 대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일반 비즈니스하는 사람들도 쉐어하우스 사업의 시장성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관련 사업 분야에서 속도가 늦었던 분들도 지금은 속도를 내고 계시고요. woozoo가 이러한 성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촉매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네요.

그리고 처음엔 부동산 임대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지나고 보니 저희가 하는 일이 부동산 임대업이 아니더군요. 사람이 굉장히 중요한 자원인 사업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woozoo가 입주자를 더 엄격하게 선발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부동산 산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서 비즈니스모델로 안착시키고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것이 저로서는 놀라운 결과이자 성과인 듯 합니다.

우석 : 딜라이트에서 일하시다가 woozoo를 새롭게 창업하셨는데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정헌 : 딜라이트는 제가 2009년부터 2010년에 은행에 다니면서 파트타임으로 참여했었어요. 딜라이트가 작년부터 급성장하면서 딜라이트에 본격적으로 결합했습니다. 제가 참여를 결정했을 때 딜라이트는 이미 중소기업 수준이었습니다. 재작년에 이미 15억이던 매출이 작년에 45억까지 커졌고, 15개 영업점에 직원만 45명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춰진 회사였기 때문에 제가 기업의 가치 측면에서 별로 보탬이 될 게 없었습니다. 제가 없어도 회사가 잘 될 수 있도록 이미 상당 부분이 갖춰진 상태였거든요. 원래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모델 만드는 게 저의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걸 뭘할까 고민을 하다가 주거 문제를 다루는 woozoo를 창업하게 된 것입니다.

우석 :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셨어요?

정헌 : 열여덟 살에 참여연대에서 그 조직이 어떤 일을 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보고 배운 적이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님이 계시던 때죠. 그 다음에 아름다운재단에 갔었고요, 희망제작소에서 했던 소시지팩토리도 참석했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다양하게 비영리기관 활동을 경험한 후 제가 내린 결론은, 헌신이나 희생이라는 면에서 비영리에서는 도저히 일을 못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몰랐으면 NPO로 갔을 수도 있지만 직접 옆에서 봤거든요. 제가 감당할 수 없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착한 일하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고민하기 시작한 게 사회적기업이었고 미국에 RA로 10개월 머물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대학생 단체를 만들어서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경로가 정해졌습니다.

우석 : 청년 사회적기업가로서 오래 활동하신 편인데요, 사회적기업은 어떤 기업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정헌 :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임팩트를 지속가능하게 추구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기업이지, 그것의 형식적인 측면에서 소외계층을 몇 퍼센트 이상 고용해야 하고, 업태가 달라야 되고하는 것들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이런 면에서 초창기 안철수연구소도 사회적기업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런 면에서 명확한 사회적 목적과 비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네요.

우석 : 사회적기업가가 가져야 할 특별한 덕목이나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헌 : 사회적기업가에게는 밸런스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회적기업은 영리와 비영리의 줄타기거든요. 사회적기업가는 영리사업자이자 비영리사업자이기 때문입니다. 둘 사이에서 밸런스가 무너지면 활동가 아니면 기업가가 되는 거죠. 사회적기업가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면 비즈니스에 사업의 방향을 녹이고 영리와 비영리를 섞어서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미치면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석 : 소셜벤처로서 woozoo가 가지고 있는 비전은 어떤 것인가요?

정헌 : 저희 사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그룹(대학생, 사회 초년생, 외국인 유학생)보다는 노숙자, 알콜중독자, 미혼모 같은 분들을 대상으로 한 주택사업이 훨씬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업은 저 같이 자본이 부족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영역 도움이 없으면 안됩니다. woozoo로 할지 다른 브랜드로 할지 모르겠지만 노숙자와 일반인이 한 건물에서 함께 사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소외계층만 모여 사는 게 아니라 소셜믹스가 되어 있는 주거형태를 만들고 그 사람들의 지향하는 가치를 공동체에 내재화하고 공동체의 힘을 통해 구성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저희의 비전입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세 그룹을 그 첫 걸음으로 생각해주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현재 수출을 하고 있지만 의료법이라는 매우 무거운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딜라이트 보청기는 해외로 나가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 모두 주거 관련해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woozoo는 해외수출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지요. 현재 관련된 사업을 추지하기 위해서 일본측 파트너를 만나고 있고요, 전체적으로는 한중일 세 나라를 포괄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셜믹스가 되어있는 주거형태를 만들고 그 사람들의 지향하는
가치를  공동체에 내재화하고 공동체의 힘을 통해 구성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저희의 비전입니다
.

우석 : 셰어하우스 관련해서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을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정헌 : 우선 셰어하우스의 시작점이 다릅니다. 일본은 지진 이후에 여행객 수가 줄어들게 되면서 숙박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셰어하우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수동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woozoo는 공동체 회복이라는 소셜미션을 가지고 시작했고 민관이 같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민이 주도하면서도 수동적이라고 한다면 한국은 민과 관이 주도하면서 더 소셜한 측면이 가미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일본의 경우엔 사업자의 90%가 영리 목적의 기업가입니다. 10% 만이 커뮤니티에 관심 있는 분들인 듯 합니다.

향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일본 등 외국의 개발업자가 들어온다면 우리가 마이너 브랜드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시작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적어도 woozoo가 셰어하우스 관련된 시장의 스탠다드를 제시했다고 봐요. “셰어하우스는 이런 거야, 셰어하우스는 커뮤니티라는 공동체가 중요한 사업이야”라고 저희가 이미 떠들고 다닌 상황이기 때문에 영리 목적의 후발주자도 어떻게 해서라도 커뮤니티를 고려해서 사업을 해야 할 거예요. 그러면 일본 시장하고 한국시장하고는 많이 다르게 성장할 것입니다.

우석 : 청년들의 주거공간을 공동체로 전환시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데요,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계신지요?

정헌 : 저는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탐스슈즈도 5~6년 전에 들어 올 때는 아무도 신지 않았습니다. 몇 명의 트랜드세터(trendsetter)들이 신으면서 사람들에게 탐스가 멋있는 신발이라고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일반인들도 탐스를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탐스슈즈가 착한 기업이라서 신발을 샀을까요. 그것보다는 철저하게 탐스가 예쁘고 마음에 들어서, 즉 사람들은 탐스의 디자인을 보고 탐스의 신발을 샀단 말이죠. 그런 것처럼 woozoo가 좋은 일을 하니까, 공동체를 지향하니까 ‘woozoo에 살아주십시오’라고 말할 필요 없이, 사람들이 지향하고 따라오고 싶어하는 상을 만들면 된다고 봅니다. woozoo가 woozoo를 추구하는 얼리어답터 그룹만 만들어낸다면 그 외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유입될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로써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을 모아내는 것이 중요하죠. 저희는 그 사람을 100명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래서 올해 입주 예정자 목표를 100명으로 했습니다. 현재 20명을 확보했고요, 나머지 80명도 곧 채워질 것 같습니다.

우석 : 주거공간이라는 게 사람이 직접 사는 것이다 보니 woozoo가 목적한 대로 공동체가 형성되기 쉽지 않은 면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정헌 : 사실 1호점인 창업가의 집은 벤처의 요람 같이 거기 사는 사람들이 진짜 창업을 했으면 했는데 그렇게 되진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거기 살고 계신 분들이 창업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은 상태에요. 그런 면에서 woozoo가 소기의 목적 달성했다고 봅니다. 대부분이 창업에 관심을 가진 상태에서 잘 살고 계시니까요. 저희가 지정해놓은 목표를 달성하기 보다는 같이 사는 분들이 서로 즐겁다고 하니까, 저희도 우선 만족하는 거죠. 어떤 면에서 저희가 욕심을 부린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주거라는 게 사는 사람이 좋다고 하면 되는데 그 이상을 바라는 것 자체가 욕심이었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우석 : 초기에는 집마다 고유의 콘셉트를 가지고 공간이 기획되고 공간과 입주자가 구성되었는데요. 현재는 사는 사람이 만족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으로 우선 충분하다고 말씀하신 점이 눈에 띠네요. 그렇다고 한다면 대부분의 주거공간이 비슷한 콘셉트 또는 분위기로 수렴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정헌 : 말씀하신대로 1호점(한옥)과 5호점(홍대) 같은 경우 변별력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사실 woozoo 사업은 콘셉트 하우스와 일반 하우스로 나누어서 기획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사업초기이다 보니 콘셉트 하우스만 만들어가는 중이고요. 일반하우스는 공동체나 콘셉트 등과 같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고, woozoo가 만들어 준 공간에 그냥 살고 싶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공간입니다. 일반 하우스 사업을 차후로 미룬 것은 브랜딩과 관련된 회사의 전략 차원의 결정입니다. 아마 저희가 계획한 100개의 woozoo집 중에 80개는 일반형이고 20개만 콘셉트 하우스입니다. 나는 woozoo의 콘셉트에 따라서 살기를 원하는 친구들 콘셉트 하우스에 거주하게 하는 거죠.

우석 : woozoo 사업의 목적이 공동체가 살아 있는 주거 공간 창조일 텐데요, 그렇게 되면 woozoo의 정체성이 약간 달라지게 되지는 않을까요?

정헌 : 저는 20개의 콘셉트 하우스가 그 역할을 할거라고 봐요. 에어비엔비라는 기업도 비즈니스 셀러가 80% 나머지 20%만 순수하게 자신의 집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보면 에어비엔비는 여전히 공유경제의 대표기업입니다. 결국 나머지 20%가 기업의 가치와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woozoo도 그런 방향으로 갈 것 같습니다.

우석 : 마지막으로 사회적기업을 하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한말씀 들려주시겠습니까?

정헌 : 제일 고난이도인 것 같아요. 분명한 것은 사회적기업을 하는 것은 일반 창업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회적기업이나 일반 기업이나 기업으로서 제 1원칙은 회사의 수익을 내는 것입니다. 사회적기업은 여기에 어떻게 좋은 일을 하면서 수익을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당연히 일반 창업보다 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사회적기업은 기업이 지향하는 소셜미션과 사업의 방향이 정해진 이후, 특히 창업 초기에는 미션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사업 추진력과 현실 적응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느 영역이나 그렇듯이 사업 초기에 스스로한테 그리고 사업의 성과에 대해서 관대해지면 안된다고 봅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분명히 속도를 내야할 때가 있거든요. 때문에 협동과 합의의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게 본인의 성향에 잘 맞는지 아니면 흔히 말하는 사업가적 기질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는 방식이 본인에게 더 맞는지 등을 잘 판단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거래하는 사업적 방식이 아니라 전통적인 비영리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영역도 있거든요.

따라서 사회적기업을 시작할 때 준비와 고민을 많이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사회경험을 많이 하고 사회적기업을 창업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우석 : 긴 시간 감사드립니다.

진행 및 정리_ 조우석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jolly@makehope.org)
               배민혜 (사회적경제센터 연구원 jwain@makehope.org)
사진_ 한나연 (사회적경제센터 인턴연구원)

* 사회적경제 희망씨앗 인터뷰
1) “지역사회 변화를 위해 DNA도 바꿀 수 있다” – 공공미술프리즘
2)  “장이 열리면, 진짜 마을이 시작된다” – 방물단
3) 나는 우주에 산다 – wo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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