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04클럽·HMC 모임 / 후기] 오래된 서울을 걷다

5월 23일 아침 7시. 봄의 끝자락에서 부지런해진 햇님 덕분에 환한 아침햇살을 맞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늘은 희망제작소 1004클럽, HMC 회원들의 조찬 인문학 강연이 있는 날이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반가운 얼굴들이 <오래된 서울>의 김창희 작가와의 만남을 위해 모였다.


김창희 작가는 <오래된 서울>을 집필하기 위해서 눈이 무르도록 자료를 뒤지고 발이 부르트게 골목을 누볐다고 한다. 그의 그런 노력 덕분에 대하드라마처럼 장대하고 탐정소설처럼 흥미진진한 서울 이야기가 우리 앞에 펼쳐졌다.

강연 내내 내 마음속 한편에서는 내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어린 시절을 서울 아현동에서 보냈다. 여름방학 때는 아침 일찍부터 동네 친구들과 도시락을 들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서대문까지 걸어가 잠시 쉬었다가 다시 걸으면 독립문이 나오는데 독립문 오른쪽에 위치한 인왕산 중턱을 넘어 가파른 돌산을 올랐다. 여간 힘든 길이 아니었다. 사직단 앞쪽 백사실 계곡을 지나 목적지인 자하문 밖 세검정에 도착하면 짐을 풀고,?땀으로 흠뻑 젖은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시원한 계곡물로 뛰어들었다. 한참을 물장구를 치며 친구들과 놀다가, 점심 때가 되면 도시락을 나눠 먹었다.

도시락이라고 해야 특별한 반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리밥 한 덩이에 김치 몇 조각이 전부였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진수성찬 못잖은 꿀맛이었다. 배를 채운 후에 나비와 잠자리 채집을 하는데, 이건 여름방학 필수 숙제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능금을 한 접(100개)씩 샀는데, 요새 사람들은 아마 능금을 잘 모를 것이다.

?이 능금은 세검정의 특산품으로 일종의 원조 사과라고 할 수 있다. 모양은 사과와 똑같은데 크기가 밤톨만 해서 한입에 쏙 들어간다. 그렇게 하루를 지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느덧 여름날 긴 해가 기울고 어둑어둑 저녁 때가 된다. 저녁을 먹고 나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능금 맛을 봤다.

이번 강연을 들으며 나의 어린 시절이 참 많이 떠올랐다. 서울은 6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로 현재 수도인 도시 중에 서울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가 몇 없다고 한다. 강연이 끝날 무렵 서울의 옛날 지도 한 장과 시원한 물 한 병 챙겨 들고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 서울의 오래된 흔적과 그 역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따라 걸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HMC 임정빈 회원의 소감을 들으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지난 5월, 동료 직원들과 서울 시티투어 차량을 이용하여 국립 박물관, 한옥마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민속 박물관 등을 돌아보았습니다. 참여했던 많은 분들이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며, 다음에 가족들과 같이 차분히 와야 겠다고 말했습니다. 일제 강점기가 없었더라면 600년 도읍지로서의 서울 면모를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활동에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600여 년 전 한양을 도읍으로 삼을 때부터 있었던 서울 사대문 안의 4개 동(洞) 이름을 맞추는 퀴즈에서 ‘가회동, 안국동, 적선동 그리고 서린동’ 정답을 맞추어 <오래된 서울> 책 한 권을 상품으로 받는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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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무리하면서 작은 홍보를 하나 하고 싶다. 희망제작소 후원회원들의 등산 모임인 강산애에서 올해 트레킹 코스로 창경궁과 경복궁을 비롯한 고궁과 왕릉을 답사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후원회원들과 함께 ?서울을 걷는다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글_ 김형권 님 (1004클럽 후원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