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프로그램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강산애’는 희망제작소 후원회원들의 산행 커뮤니티입니다.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의 소셜디자이너들이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산에 오르며 희망을 노래합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건강한 모임, 강산애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뜨거운 여름날에 만나도 언제나 반가운 사람들과 8월 강산애 여정을 떠나는 날, 여름 햇살을 가로질러 어기여차 마음의 노를 저으며 장쾌한 물의 갑옷을 두르러 강원도 심심산중 아침가리골로 떠나는 길은 시작은 호쾌하였으나, 기차놀이하듯 줄지어 선 온갖 차들이 그저 꿈틀거릴 뿐, 8월 휴가철의 꽉 막힌 도로 풍경을 기어코 연출하고 있었으니… 도시인의 원시림 진입은 쉽지 않았다.

도착이 늦었다. 그래도 우리를 태운 대형버스가 그나마 속도의 위용을 지니고 있었던 듯, 자가용으로 합류하기로 한 석 대장님 일행 차는 여전히 어딘가에서 꿈틀거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춘천에서 불원천리 충성스럽게 달려온 전귀정, 장근수 회원님 두 분과는 시간이 맞아 함께 40여 분의 강산애 회원님들이 방동약수터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아, 이번 산행에는 특별 게스트가 있다. 참여연대 산사랑 회원 일곱 분이 합류한 것. 비슷한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분들이라 첫 눈길에도 마음이 무람없이 다가선다.

살짝 지친 몸들이 점심 장소인 조경동교까지 무럭무럭 기운을 솟구치며 걷는다. 강산애의 품격을 상징하는 정미영 선생님과 원조천사 원종아님은 아쉽게도 무리한 산행을 자제코자 뒤로 빠지시고 나머지가 계곡을 향해 진격 모드!

조경동교까지 넘어가는 고갯길은, 이 산 저 산 저 먼 산을 뒤로 두고 영화 세트장처럼 어여쁜 자태로 펼쳐진 것이 굽이굽이 소요 적적하니 편안하다. 산길이건만 막힘없이 양쪽으로 등허리가 파헤쳐진 듯 쑹덩쑹덩 허전하지만 그 허전함을 야생의 진초록이 정성껏 메우고 있다. 그 평안함에 둘씩 셋씩 짝을 이루어 정다운 수다가 이어진다. 나의 수다 파트너는 이영구 선생님. 혼자 듣기 너무 아까운 길거리표 ‘강연 100도씨’였으니, 나의 것보다 몇 배로 풍요한 팔순 어르신의 일상을 경청하자니, 미세하게 작동하는 사회 구석구석의 희망의 조짐을 놓치지 않는, 삶에 대한 그분의 외경심이야말로 바로 ‘희망 제작’의 원천임을 알겠다.

그렇게 강연 100도씨에 취해 걷다보니 계곡에 다다르기 전 점심식사시간이 다가왔다. 그런데 다른 몇몇 산행팀과 엉키기도 했거니와 사실 이번 산행은 처음부터 쫀득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시작됐다. 그래서일까, 왠지 강산애의 전체 합창과도 같은 아름다운 화음의 점심시간이 간략한 파트별 중창처럼 소략하게 펼쳐졌다.

그리고 드디어 계곡으로의 잠입이다. 장장 6킬로의 물속길. 그야말로 대장정이다. 이 물길을 찾아 이 심산유곡을 찾아 들어온 것이 아니던가. 감개무량해야 마땅하겠지만, 솔직히 난 물이 두렵다. 나와 같은 이 나뿐은 아닌지라 몇몇은 은근슬쩍 물에 몸 담그는 것을 가능한 피하고자 계곡 둘레길로 올라서 사뿐사뿐 행진하고, 저 아래로 물속을 철버덕거리는 일견 잠수부들 같은 포스들의 희희낙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이번 산행의 첫 번째 미스터리 등장. 몇 사람들이 뭉쳐 있을 뿐, 앞뒤로 강산애 회원님들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사실 버스 안에서 김효근 산행대장님과의 다짐이 있었다. 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계곡산행인지라 그 길이 험할 수도 있으니 이번에는 앞뒤 간극을 최소화하여 한 몸처럼 건너가자고. 그런데 한 몸이어야 할 그 많은 몸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인간띠를 이뤄 건너야 한다는 둥, 로프를 설치해 건너야 한다는 둥, 그 많던 주장들은 다 어디로 날아갔단 말인가? 계곡까지의 길은 애써 험한 길도 아니건만.

아무튼 계곡 둘레길로 피신하던 몸들도 기어이 물속으로 풍덩. 적어도 계곡산행의 의의는 살려야겠다는 나름 결연한 의지에 야생의 물을 견디기엔 비루한 다리들도 그렇게 물을 향해 달려들었으니, 사실 나를 비롯해 비루한 다리들의 물속 행진이 가능했던 것은 장재현 선생님과 정현철 감사님 두 분의 헌신 덕분이다. 그분들의 굳건한 몸이 자비롭지 못했다면 역방향의 물살을 거슬러 어찌 한 발자국이라도 전진이 가능했을까 싶다.

특히 이번 산행에서 모든 중년의 남성회원님들을 ‘오빠’로 승격시켜 많은 오빠들을 발랄무쌍하게 만든 공로에 빛나는 김영주 회원님. 그녀의 물길 도전, 그 위태한 고투가 내지르는 비명은 계곡이 떠나갈 듯 했다. 반면 역시나 강주혜 회원님, 전영미 회원님은 물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였으니, 그 당당한 물속 자태가 자못 전사의 포스 아니었겠는가.

그리고 아침가리골의 두 번째 미스터리. 나은중 부회장님의 반지실종사건이다. 아침가리골 계곡물은 얕게는 발목부터 깊게는 허리까지 차올랐다. 그 길을 뚫고 지나던 중 나 부회장님이 살폿 넘어졌는데, 잠시 후 손가락에 있어야 할 결혼반지가 사라진 것을 발견. 오던 길을 거슬러 갔지만 그 길이 세찬 물길이었으니 그 반지가 어디 그 모양을 쉽게 드러내겠는가? 그런데 이때 장재현 선생께서 잠시의 묵상 후 그 반지를 찾아내는 신통을 보이셨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이었을까? 여쭤보니 그것은 서두르지 않고 상황을 부분이 아닌 전체로 보는 지혜의 힘이었다고 한다.

물속 투어를 마치고 진동계곡의 방태천을 건너 달랑 하나뿐인 밥집에서 감자전에 막걸리를 곁들여 산채비빔밥을 먹고 서둘러 귀경길에 올랐다. 그런데 여기서 귀경을 배반하는 선지자들의 선포가 있었으니, 이들은 어찌 오르는 길이 극악할 것임을 예견하고 방태산 자락에 아예 하룻밤을 휘감기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인지. 그렇게 해서 조명진 부회장님 이하 다섯 분이 남고 나머지가 버스에 오른다.

그러면 이번 산행에선 또 어떤 미스터리가 있었을까? 바로 ‘부부 미스터리’다. 강산애에선 이 부부 저 부부가 경쟁하듯 부부애를 과시하는 풍속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 모습이 찬란했다. 먼저 나은중 부회장님 부부. 약간의 어지럼증이 있는 사모님이 행여 물에 떠내려갈까 염려해서 구명조끼까지 준비해 오신 그 연정과 열성에 감탄치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번 산행 토크왕으로 선정되신 산사랑 노부부께서는 그리 훌륭하진 않지만 누구보다 멋진 화음으로 함께 노래하는 모습이 마치 매일의 일과인 듯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 없었다. 또한 하필이면 마침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자정을 넘겨 생일을 맞은 조정희 선생님 부부. 오누이처럼 닮은 부부는 함께 서 있는 모습에서부터 서로에 대한 애정과 지지가 넘쳐 흐른다. 삶의 가치를 공유하는 데서 오는 든든한 신뢰가 그런 부부의 아우라를 만들었으리라. 그리고 점점 건강해지는 사모님과 점점 배가 나오는 남편의 불협화음을 조율하고자 매일 아침 등산으로 뱃살 줄이기에 성공한 김석용 선생님 부부. 이분들 역시나 다정하게 아침가리골에 남으셨다. 그런데 이것이 왜 미스터리인가. 결혼하지 않은 내겐 사실 부부만한 미스터리가 없다는 사실!

이러저러한 유쾌한 미스터리들을 남기고 한여름의 심장을 향해 정면 돌진한 아침가리골 산행은 새벽 두시에야 끝이 났다. 돌아오는 버스 안은 지친 몸 그러나 그만큼 서로 내밀해진 사연들, 희망의 발언들이 둘레둘레 끊임없이 오고가고, 노랫소리 하염없이 울려퍼지며 풍류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물길을 걷는 것은 평지를 걷는 것보다 몇 배로 힘들다. 두려움이 있는 자는 더하다. 하지만 이내 두려움이 걷히면, 물은 최고의 따뜻한 품을 내어 준다. 모든 위안의 마지막이 자연 아니던가. 어디에서도 치유받지 못한 상처를 쓸어 주는 것은 산이고 물이다. 그리고 사랑. 바로 강산애.

글 : 이상실 희망제작소 후원회원
사진 : 전귀정, 노주환 희망제작소 후원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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