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프로그램

”사용자

‘죽마고우’ 회원을 초대한 8월의 ‘김치찌개데이’. 처서를 지나 가을로 향하는 길목이건만, 늦더위와 습도로 나무들도 축 쳐져있다. 오후 5시에 이르자, 오래된 벗들이 속속 도착하여 3층 회의실을 꽉 채웠다.

죽마고우 회원들이 희망제작소 투어를 끝내고 식당에 둘러앉았다. 한순웅 회원재정팀장의 ‘한 바퀴 둘러보니 희망제작소가 어떤 일을 하는 지 느껴지냐’는 질문에 ‘한 달에 얼마정도가 모이고 얼마 정도면 활동을 할 수 있느냐’는 답이 돌아온다. 오랜 후원자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사항이다.

“현재 5,400명이 7천만 원 가량을 후원해줍니다. 개별 사업은 컨설팅펀드로 운영하고요. 희망제작소에서 하고 싶은 일이 상임이사님 방에 쌓여있습니다. 한 달에 1억 2, 3천만 원 정도면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지요. 아직은 다 못하지만…. 회원이 5천 4백여 명으로 올라온 일도 경이롭고 감사한 일입니다.”

“생각보다 작네요. 5만 명은 되어야지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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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음식은 민들레사업단 활동가 김민지, 한금주씨가 정성스레 준비하였다. 원순씨가 뒤늦게 등장하셔서 찌개 맛도 보고 부침개도 뒤집는다. 원순씨가 언제쯤 한가하게 음식을 만들 수 있을 지…. 새삼 그 날이 기다려진다.

”사용자

식당 안이 자리가 좁아 촘촘히 둘러앉아 식사를 한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부침개다. 모두들 부침개 맛에 반해 젓가락을 바삐 움직인다. 민들레 사업단 소개에 ‘자원봉사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어떻게 모아졌나요?’ 며 계속 질문이 꼬리를 문다.

”사용자

오늘 참석자들은 세대를 뛰어넘어 다양하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부터 엄마와 함께, 아빠와 함께 온 학생들까지. 중학교 2학년,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죽마고우’ 오랜 벗인 분들은 최소 2년에서 최대 4년 동안 꾸준히 후원하신 분들이다. 무엇이 계기가 되어 희망제작소와 인연을 맺었는지 들어보자.

좋은 생각과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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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도착하여 스스럼없이 주방 일에 손을 내민 박은숙씨. 마음씨가 아름다워 부침개가 더 맛있었나보다.

“이미지 메이킹 일을 한다. 일찍 와서 주방 일을 도우니 희망제작소가 더 쉽게 다가와졌다. 자연을 무차별적으로 훼손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어떻게 지켜낼 수 없을까하다가 희망제작소를 접했다. 좋은 생각과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니 이 나라가 살만한 나라라는 믿음이 살아났다.”

”사용자

외국계 자동차 고객만족도를 조사하는 해피콜을 운영하는 서영주씨는 아내 황자숙씨와 함께 참석하였다.

“희망제작소에 대해 잘 모르지만, 신문기사를 읽고 후원하게 되었다. 아름다운가게 활동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올 초, <애뉴얼 레포츠>를 받아보고 제대로 후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비겁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요즘, 희망제작소를 만나게 된 게 행운이다.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 덕택에 우리 사회가 좀 더 진보한다고 위안 받는다. 좀 더 많은 기회를 통해 희망제작소를 알고 봉사하고 싶다.”

참석자들은 자신이 하는 일과 사회에 대한 고민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진묵 : 이번에 여기 회원들과 실크로드 여행을 함께 했다. 1주일 여행하면서 마음이 변해갔다. 좋은 분들 만나 1주일 생활하면서 ‘지금껏 부끄럽게 살아왔다’고 반성했다. 희망제작소에 도움이 되도록 일을 돕고 싶다.

이준형 : 박원순 상임이사님을 만나 뵈러 왔다가 참가했다. 고등학교 때 친구와 NGO동아리활동하면서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것이 4년 전이다. 그 후, 북한 새터민 정착과정을 도와주면서 자연히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최근에 트위터로 박 이사님과 연결이 되어 놀러오게 되었다.

후원금 만 원만 달랑 내어 부끄럽다

”사용자

박희숙 : 시민단체가 대안이 되지 못해 고민하던 중에 희망제작소가 문제 제기뿐만 아니라 대안을 찾는다는 소개말에 끌려 후원하게 되었다. 그것이 초창기였는지도 모르던 차에 초대를 받았다. 아무 일도 안하고 후원금 만 원만 달랑 내고 있어 부끄럽다. 그동안 궁금했어도 찾아오긴 어려웠는데 초청해주어 감사하다. 우리 딸아이가 시민단체에 대해 배우고 조사하기에 같이 왔다.

이전영 : 희망제작소에 4년 전부터 후원하지만, 후원보다는 배우는 게 더 많다. 주변을 살펴볼 수 있으니까. 여기 일을 내가 하는 일, 내 능력과 접목해 보고 싶다. 기부도 어릴 때부터 행하여야 하는데, 오늘 어린 학생들이 참석하여 인상 깊다.

문인근 : 자영업하다가 쉬고 매주 토요일 무료급식, 집수리봉사 다닌다. 희망제작소와는 세상 끝날 때까지 인연을 지속할거다.

이창식 : 영동대교 근처에서 구두수선 일을 한다. 아름다운 재단 회원이며 천사클럽 27번이다.

은혜씨는 고등학교 2학년. 아버지에 이어 천사클럽 34번으로 미용사가 될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을 지낸 구자호 선생님은 한 일도 없는데 “우째 여기 초대 받았노?” 하며 부끄러워하신다.

박명준씨는 베를린 자유대학 교수다. 베를린에서 한 달에 두세 번 사회혁신이나 시민사회 소식을 알리다가 방학을 이용해 들렀다. ‘김치찌개데이’에 어떤 사람들이 참석하여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 궁금하던 차에 참석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희망제작소에서 하는 일은 세계적으로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독일에서도 사회 변혁기에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시민사회가 발전되었다. 앞으로 한국 희망제작소의 활동을 유럽 쪽에 알리고 싶다.”

세상 속으로 스며들게

<고속도로 통행권에 복권을 붙이면 정말 좋겠네>란 재미있고 예쁜 책을 출판한 이진아씨를 붙잡은 생각은 무엇일까.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정책으로 제안한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우연히 접했다. 좋은 일, 좋은 생각을 특정인들끼리 공유하지 말고 더욱 확산하고 세상 속으로 스며들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민들이 그 생각을 더 재미있게 읽도록 하자는 의도로 박원순, 전유성, 박준형씨가 모여 책을 엮게 되었다.”

중학교 3학년인 조 윤씨는 사회복지사가 꿈이다. 이다음에 늙으면 마을이장을 하고 싶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선영숙 : 세상에 모든 읽을거리를 출판한다. 재능기부를 하다가 재미있는 것을 찾아 몸으로 뛰는 봉사를 한다. <북촌을 거닐다> 행사에 참석한 후, 후원회원, 민들레봉사단원이 되었다.

김준석 : 외국계제약회사 홍보일을 한다.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을까, 도움이 되는 일은 없을까 고민한다. 한국 사회에서 찾는 희망에 동의하기에 후원하게 되었다.

한 후원자가 요즘 한국사회에서 희망을 잃어버려 이민까지 생각한다고 전하자 원순씨가 용기를 북돋아준다.

“한국만큼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혼자는 외롭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의지, 여럿이면 힘이 된다. 4년 전, 무일푼으로 꿈만 가지고 시작한 일에 이제 5천여 명이 함께 한다.

후원금 1만원이 부끄럽다고 하셨는데,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1만 원씩 만 명이면 완전 자립이 된다.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뜻을 펼치고 더 많은 연구원들이 세상의 변화를 위해 밤낮없이 일 할 수 있다.

오늘 모이신 분들은 죽마고우다. 한국사회에서 1년, 2년, 4년…. 한 단체에 꾸준히 후원해주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되는가. 지원해 주신 돈, 자원봉사, 마음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거다. 남들이 안하는 것, 잘되지 않는 것, 그렇지만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것을 찾아 할 거다.

행복설계 아카데미 사업을 보자. 퇴직자들이 막 쏟아져 나온다. 사회퇴출이지만, 인생퇴출은 아니다. 쏟아져 나오는 베이비부머 시대에 기준이 되려한다.

오늘 SDS 8기 행사가 있다.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찾아와서 새로운 방향을 찾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세상을 바꾸는 색다른 일이 참 많다. 한국사회는 다이내믹하고 희망이 많다. 저희들이 꾸준하게 일하면 분명 바뀐다. 일이란 이념보다 사람이 모여 뜻을 함께 나누고 생각의 동의가 이뤄지면 모든 일이 이뤄진다고 믿는다. 시작단계지만, 죽마고우는 변하지 않는다. 늘 들러서 좋은 생각 나누고 만나기를 바란다.”

와서 보는 일이 중요하다

중학생 눈에 비친 ‘김치찌개데이’는 어떠했을까. 정한슬씨(중2)의 설문지를 슬쩍 엿보았다.

‘각자 이야기만 하고 끝난 듯 한 느낌이다. 서로 이야기를 못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참석자도 많았고 시간관계상 회원 간 소통이 부족하였는데, 예리하게 직감적으로 집어낸다.

문을 나서다 서영주, 황자숙 부부를 다시 만났다. 서영주씨는 희망제작소 벽에 붙은 별들을 들여다보며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낸다.

“시간이 좀 애매하다. 직장인이 5시에 나오려니 힘들다. 회원들은 꼭 와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와보니까 믿음이 생긴다. 제작소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고 많이 알려야한다. 한 사람이 참가하고 열 명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식으로…. 와서 보는 일이 중요하다. 회원들은 꼭 와서 봐야한다.”

글 : 정인숙 민들레사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