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70인의 상상, 어떤 대한민국을 꿈꾸었나

<광복 100년 대한민국의 상상> 소셜픽션 콘퍼런스(이하 소셜픽션)의 막이 올랐습니다. 2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마음 속에 지우개와 연필 하나를 품은 20대 청년 70여 명이 안산 경기창작센터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갖고 있는 모든 편견과 제약을 지우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퍽퍽한 현실이 찌든 때처럼 삶에 깊숙이 배어 있어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머리를 맞대면 어두운 현실을 박박 깨끗하게 지우고,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자유롭게 꿈꿀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뜬금없이 왜 지우개 이야기를 하냐고요? 혹시 소셜픽션 콘퍼런스에서 잊지 말아야 할 원칙 7가지 중 세 번째를 기억하시나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생각하고,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제약조건 없이 상상하는 것’은 소셜픽션의 중요한 조건입니다. 때문에 여타 행사와 달리 이번 소셜픽션에서는 참가자들의 마음을 열고 편견의 벽을 허무는 것에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외쳐주세요

소셜픽션은 아이스브레이킹부터 남다릅니다. 자기소개 단계부터 상상의 시작입니다. 참가자들은 행사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등에 그 사람의 첫인상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상상으로 나란 사람이 재탄생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팀별로 진행된 자기소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자신의 별명을 적은 이름표를 보고 다른 사람이 이유를 맞췄습니다. 그 답이 맞으면 서로 손뼉을 마주 치고, 틀리면 “사랑합니다.”라고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틀려도 괜찮습니다. 대신 다른 참가자들의 의견에도 인정하고 관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감추지 말고 드러내기

소셜픽션은 ‘상상’을 위한 자리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를 위해서는 제약과 자기검열이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제약하곤 하지요. 좀 더 자유로운 우리를 위해, 좀 더 자유로운 상상을 위해 ‘불만합창단’이 진행되었습니다. 불만합창단은 사회에 대한 불만을 노래로 만들고, 창의적 해결방법을 찾아보는 자리입니다. 내용과 형식에 그 어떤 제한도 없습니다. 노래를 못해도 괜찮습니다.

각자 원하는 노래를 선택하고 개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1절엔 우리 사회의 문제, 2절엔 그 문제의 해결방법에 대한 가사를 써보기로 했는데요. 자기소개의 신났던 분위기와 사뭇 다른 진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막막하고 갑갑한 현실에 잠깐 우울해지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모두 감추지 않고 용기 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개사한 내용을 보니 청년실업, 비정규직 등 청년과 관련된 문제가 많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청년들이 맘 편히 살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하지만 2절의 희망찬 가사를 듣고 이내 그 마음을 거둘 수 있었지요.

발표의 순간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습니다. 짧은 준비 시간동안 율동과 연기, 랩까지 준비한 팀도 있었는데요. 덕분에 참가자 모두 어깨를 들썩이며 신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요.


상상은 현실을 어떻게 바꿨을까요?

불만합창단의 뜨거운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그때, 무대 스크린에 다섯 개의 단어가 나타났습니다. 기술, 제도, 문화, 환경, 삶이 바로 그것인데요. 이 키워드에 맞춰 상상이 현실이 된 사례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아이스브레이킹과 불만합창단 덕분일까요? 참가자들은 무장해제된 채 자유롭게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간단하게 살펴볼까요?

기술 – 비행기,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3D프린터 등
제도 – 동성결혼 합법, 협동조합 기본법, 정보공개청구, 간통제 폐지, 여성참정권, 주5일제 등
삶 – 셰어하우스, 마을공동체, 핵가족, 도시농업 등
문화 – SNS, 공유플랫폼, 예술인마을, 아랍의 봄, 플래시몹, 길거리응원, 팟캐스트, 소셜픽션 등
환경 – 탈핵, 탄소배출권, 종량제봉투, 청계천, 재생에너지, 업사이클링 등


모두 그 누군가 꿈꾸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지 못하고 있을 것들이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상상의 위대한 힘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상상 그 이상의 상상

이어 진행된 페차쿠차는 상상의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페차쿠차는 일본어로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자신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슬라이드 한 장 당 20초씩을 할애해 짧은 시간 안에 발표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이 날 총 4명의 연사가 4가지 주제의 페차쿠차를 통해 ‘상상의 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인상 깊은 구절을 공유합니다.

소통, 공동체 그리고 민주주의 (김승수 똑똑도서관 관장)


“꿈은 꾸는 것보다는 계획하고 실행했을 때 그 의미가 더 커집니다.”
“소통은 메시지 전달을 넘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때 그 의미가 더 커집니다.”
“우리가 살고 싶은 미래를 꿈꾼다면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은 그림을 잘 그리나요? 대부분 못 그린다고 대답하실 겁니다. 학교에서 10년 넘게 미술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저는 최근 2년 동안 그림을 그렸습니다. 따로 배우지 않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슥슥 그렸어요. 하루 일과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곧 전시회를 열 계획입니다. 장족의 발전이죠. 제가 일상에서 그림을 그린 것처럼, 소통과 민주주의도 일상에서 실천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일자리와 노동 (김지헌 희망제작소 연구조정실 선임연구원)

“일자리는 단순히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 노동환경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안정된 직장을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들(급여, 고용보장, 근무시간, 기타 근무여건)과 함께 나를 위한 시간, 가족과의 교류와 돌봄, 공동체와 사회를 위한 활동 등에 대해 많이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일터와 직장 이외의 나의 좋은 삶, 좋은 삶을 사는 공동체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일자리와 연관된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지구를 구하는 상상력 (이현수 (주)꼬마농부 대표)


“지구는 우리가 잠시 빌려쓰고 있을 뿐입니다.”
“조엘 셀러틴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미친농부 혹은 괴짜농부라고 불리는데요. 그는 공장식 축산을 지양합니다. 비료도 주지 않아요. 온전히 자연이 가진 힘으로만 농사를 짓습니다. 기존 세상의 방식과 다른 것이지요. 그의 모습은 인간의 삶이 자연(동물, 식물 등)의 희생을 통해 영위돼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좁은 축사와 마약같은 항생제로 그들은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그들의 삶을 헤아릴 생각을 하지 못했지요. 저는 조엘 셀러틴과 같은 괴짜농부가 진짜 농부가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새로운 세대의 제안, 소셜픽션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민주화나 산업화와 같은 획기적인 변화는 필연적이 아닌 누군가의 상상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여러분이 상상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상상한 사회에 살게 됩니다.”
“마틴 루터 킹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을 통해 우리의 자녀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피부색으로 평가받지 않고, 흑인과 백인이 형제애를 나누는 사회를 꿈꿨고, 그것은 결국 현실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맘껏 꿈꾸고 상상하시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길 소망합니다.”



행사 첫 날,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제약이 없는 자유로운 상상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 확인하는 기회를 가졌는데요. 1박 2일의 동안 20대 청년들은 어떤 미래를 꿈꾸고 상상했을까요? 이어지는 글에서는 소셜픽션 참가자들이 상상한 2045년의 모습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기대되지 않으시나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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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최은영 연구조정실 연구원 / bliss@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