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클럽

민선6기 목민관클럽 6차 정기포럼이 ‘중간지원조직, 내일을 말하다’는 주제로 3월 27일~28일 1박2일 동안 강원도 속초시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의 지속가능한 발전방향을 모색해보기 위해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 15명의 단체장과 100여 명이 넘는 관계 공무원이 참석하여 포럼의 열기를 돋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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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후 우리는 전쟁의 아픔을 딛고 잘 살아 보자며 경제성장 위주로 달려왔다. 덕분에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 속에서 함께 살아가며 가꿔야 할 공동체는 급속하게 무너져 왔다. 최근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지역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마을 만들기,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회적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 사회적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발성을 키우고 행정의 효율적 지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 중간지원조직은 ‘천 개의 마을, 천 개의 이야기’가 말해 주듯, 지역의 특성에 따라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단편적 성과를 내기 위함이 아닌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지속가능한 조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정기포럼은 중간지원조직 관련 목민관클럽?회원단체의 현황과 고민을 짚어보고, 중간지원조직 중견 활동가들을 초청하여 관련 쟁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목민관클럽 회원단체 중간지원조직 현황

권기태 희망제작소 연구위원 : 목민관클럽 60개 회원단체의 중간지원조직 현황을 간단하게 조사했습니다. 60곳 중에서 정읍, 안산, 완주 등 세 곳의 현황이 취합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조사는 마을과 사회적경제 분야에 한정해 진행했습니다. 조사결과 34개의 중간지원조직이 설립·운영 중으로 나타났고요. 평균 설립연도는 2012년 6월, 평균 상근자수 4.2명, 평균예산은 1억 9천 7백만 원(수원 마을르네상스센터 포함시 2억 4천 3백만원)입니다. 분야별 중간지원조직으로 분류해보면 사회적경제 17곳(50%), 마을만들기 15곳(44%), 통합형 2곳(6%)입니다. 운영형태별로 보면 관설관영 14곳, 관설민영 14곳, 민설민영 6곳입니다. 자치구는 마을만들기 영역이 52%를 차지해고, 반대로 시군은 사회적경제 영역이 64%로 높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도시지역 자치구는 마을만들기, 시군은 사회적경제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예산과 상근자를 분석하였습니다. 지원예산은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였습니다. 예산과 반대로 중간지원조직에서 일하는 상근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관련 예산은 줄고 있는데 상근자는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민간에서는 활동가들이 싼 값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오늘 정기포럼에서 혁신을 위한 제안과 지혜를 모아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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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장, 중간지원조직을 말하다

이병선 속초시장 : 속초시는 사회적기업 19개소, 마을기업 4개소, 협동조합 14개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 RUN 갯마당은 매출이 가장 높은 공연그룹이며, 메이딘은 다문화가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속초는 대한민국 최고 관광도시를 지향하기 때문에, 청결, 환경, 먹을거리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사회적경제·기업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박철환 해남군수 : 해남군 전체인구의 27%가 노령인구입니다. 성장잠재력이 약화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사회서비스 영역 등에서 시장개척이 용이한 편입니다. 보육, 복지 등 사업영역확대 기회가 많습니다. 현재 사회적기업 3개, 마을기업 9개, 협동조합 13개, 마을공동체 12개 등 총 37개의 사회적경제 조직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연계하고 지원할 방향으로 통합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공무원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기본교육, 지역자원조사, 인재발굴,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해남군의 사회적경제 통합지원센터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 광산구 공익활동지원센터는 풀뿌리 마을공동체, 협동의 사회적경제, 공익적 시민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공익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어려워,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을 공익이라 하자고 정리했습니다. 지원센터는 주민들이 기획하고 실천하는 것을 돕고, 행정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년 간 공익활동지원센터 교육에 3,633명이 참여했고, 마을활동에는 12,643명의 주민이 참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313회의 컨설팅이 진행됐습니다. 공익활동지원센터가 마을살이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 : 관악구는 작은 도서관 운동을 통해 지역을 혁신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을만들기, 사회적경제는 20~30년 근무하신 공무원분들에게도 새로운 영역입니다. 공부해야 하는데 여유가 많지 않지요. 새롭고 전략적인 사업을 해낼 수 있는 이들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성 서울 구로구청장 : 구로구는 아직 중간지원조직이 없습니다만, 사회적경제, 협동조합, 마을기업이 활발하게 운영되는 지역입니다. 주민이 참여하는 도시재생사업도 4개가 진행 중이고, 마을축제, 청년사업, 작은 도서관 활동도 굉장히 활발합니다.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역 여건 상 한 두 시민단체가 이들 활동을 독점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다양한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마을공동체를 지원하는 마생단과 사회적경제협의회가 서로 연대하여 연합조직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지원봉사협력단, 동장학회 등 기존 공동체 지향 유사조직과의 협력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차성수 서울 금천구청장 : 저희의 목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또한 지속가능성, 즉 단체장이 교체된 이후에도 존립 가능한가 등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오늘 발표에서 마을센터, 사회적경제센터 등을 통합하면 시너지효과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서울시에서도 통합 운영하라고 하는데,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경제는 도서관, 교육, 서비스 등 영역별로 사업이 진행되는 반면, 마을은 공간단위로 활동이 이뤄집니다. 이들을 통합하면 영역별 활동을 마을단위로 재편해야 하는데,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경제 활동가라 하더라도 개별 동으로 나눠보면 몇 명 안 되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통합이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영역별 활동을 마을이란 장소별로 묶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과 평생학습이 이런 형태로 나아가고 있는데, 다른 영역과 어떻게 결합해 성과를 낼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오히려 서울시가 현재 밀고 있는 방향이 마을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지 우려됩니다. 물론 중간지원조직은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요.

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 : 민선 5기 구청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도봉구 공무원들에게도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 사업이 생소한 영역이었습니다. 공무원에 대한 민간조직의 불신도 강해 거버넌스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지요. 공무원교육과 공모사업을 진행해봤는데, 사업은 남아도 사람이 남지 않았습니다. ‘이러면 실패할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에 마을만들기,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설립했습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거버넌스를 위한 양 주체들의 역량이나 상호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듯합니다. 두 개의 지원센터와 함께 자원봉사센터, 마을복지지원단, 혁신교육센터를 만들려하는데, 이들 조직의 통합은 각 분야별 영역이 충분히 성숙한 상황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고민은 중간지원조직이 보조금의 통로에서 ‘중간’이란 의미를 벗어나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지난 캐나다 연수에서 자생적 조직이 관설관영조직보다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보조금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 마을지원센터 상황은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서대문구도 그동안 지역단체에 위탁해서 운영해왔는데, 정치적인 문제로 중단한 상황입니다. 마을만들기 중간지원조직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서대문구는 동 중심 복지공동체를 지난 4년 동안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모범사례로 확산시키고 있는데, 이 사업은 관변조직들도 저항이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마을을 붙이면 정치적인 오해와 저항이 뒤따르게 됩니다. 최근 서울시에서 동마을복지센터 사업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활동가를 채용하라고 합니다. 거부했지요. 사실 복지공동체는 동을 중심으로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마을공동체 사업과 달리 주민자치위원회, 새마을조직 등과 함께 가야지 외부활동가가 결합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보수나 관변단체도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복지에 마을대신 교육을 결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민관거버넌스를 교육공동체, 도시형에 가깝게 만들려 합니다.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 지원조직의 통합과 분리에 대한 고민은 비슷한 듯합니다. 다른 측면의 고민을 말씀드리면, 현재 우리나라는 공공영역에서 중앙정부의 힘이 절대적입니다. 이 가운데 마을공동체 사업과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지자체와 민간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논의한다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민간영역을 활성화시키는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을사업은 누가 주도하느냐 보다는 누구와 함께 할 것이냐의 문제인 듯합니다. 성북구는 지역조직이 황무지 같은 곳이었는데도,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65개의 단체가 모였고 ‘함께하는 성북’이라는 마을 네트워크로 엮어졌습니다. 이들 조직을 중심으로 오랜 논의 끝에 사회적경제 허브와 마을센터 통합을 결정했지요. 오랜 논의와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민간 주도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핵심주체를 만드는 과정과 각 조직 간 신뢰를 구축하는 동안 행정이 상당한 역할을 했습니다. 초기 주민조직이 황무지인 곳에서는 행정의 적극적 역할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 : 취임 이후 바쁘게 달려왔습니다. 그동안 구성은 돼 있으나 교류가 없었던 양천마을넷, 양천협동조합협의회, 사회적기업협의회, 양천식생활교육네트워크 등을 양천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통해 통합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활동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 개별적으로 움직이던 조직들도 센터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센터 설립에서부터 지원조례 제정, 사업예산 편성과정에 의회의 동의와 지원을 받기 쉽지 않았습니다. 성북이나 은평 등 잘 되고 있는 지역 방문을 추진해 이해를 구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우영 서울 은평구청장 : 은평구는 2012년부터 사회적경제허브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그 안에 마을지원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두 개의 센터를 통합하지 않아도 원활한 논의와 협의를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들어 사회적경제, 마을, 주민참여, 마을속학교 등 여러 사업을 재점검하고 있는데,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에 대한 궁극적인 목표와 방향에 대한 고민이 듭니다.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기술행정을 하자는 것입니다. 사회적경제와 동시에 기술행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행정은 기술이 필요합니다. 저는 행정접목기술을 통해 사회적경제와 연계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곽상욱 오산시장 : 오산시도 사회적경제를 처음 시작할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교육을 통해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오산시는 교육을 매개로 중간지원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제 공약의 50%가 교육과 관련된 것이었는데요. 교육에 대한 지역사회의 역할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사업을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진행했습니다. 먼저 체험학습이 최고의 학습이라는 관점에서 지역자원학교 등을 고민했습니다. 운영을 위해서는 학부모의 참여가 필요하다 해서 어머니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지요. 자유학기제 시행 즈음에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고, 그들이 학생들의 멘토 역할을 해 취학과 진학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센터는 최소한 작게 만들어 시작했습니다. 의회의 반대를 줄이기도 쉽고 작게 시작하는 것이 업무의 효율도 높기 때문이지요. 이런 방식으로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도서관과 커피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마을이 도서관을 운영하고, 백여 명의 커피전문가를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려 합니다. 시장을 조사해보니 커피도 배달사업을 하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하더군요.

이근규 제천시장 : 제천에서는 현재 사회적기업 10개, 마을기업 4개, 협동조합 14개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역대학과 연계하여 전문 인력 양성과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농촌지역이다 보니 지역공동체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인적자원을 모으고 남기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윤석인 희망제작소 이사(좌장) : 다양한 사례가 소개되었습니다. 오늘 논의할 중간지원조직의 지속가능한 방향에 대한 토론거리가 다 나온 것 같네요. 좋은 대안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중간지원조직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체장님의 의지와 노력만 있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지요. 공무원들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소통하고 추진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이어 중간지원조직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_ 송정복 정책그룹 선임연구원 / wolstar@makehope.org
    장우연 정책그룹 선임연구원 / wy_chang@makehope.org
    이남표 정책그룹 위촉연구원 / smond@makehope.org

* 중간지원조직 중견 활동가들의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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