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소기업발전소 연구원들이 지난 10월 제1회 미주 한인 앙트러프러너십 대회 진행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사회혁신 관련 기관을 탐방했습니다. 4회에 걸쳐 탐방기를 연재합니다.  

(1) 스탠포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 SSIR)

소기업발전소는 국내의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다양한 움직임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 리포트를 매주 발행하고 있다. 현재 각 섹터별로 발생하는 기사들을 취합ㆍ분류해 사회적경제 관계자와 관심있는 분들께 제공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해외 동향까지 아우르고, 관련 전문가들의 글을 기고받는 발전적인 형식을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온 이상 놓칠 수 없는 방문지가 있었으니, 바로 ‘스탠포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이하 SSIR)’이다.
 
특정 주제의 자료를 종합적으로 모아 공유와 활용을 지원하는 저장고를 ‘아카이브’라고 일컫는다. SSIR과 사회적경제 리포트는 아카이브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SSIR 관계자를 만나 사회적경제 리포트 창간호(12월 9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전 준비와 운영, 방향성과 관련된 소기업발전소의 고민들을 나누고, SSIR의 상세한 이모저모를 듣고자 했다.

때마침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생들을 위한 Alumni 행사 주간이라 인터뷰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았으나, 다행히 다른 일로 참여한 행사에서 SSIR의 책임 편집장(Managing Director) 에릭 니(Eric Nee)를 만나는 행운을 잡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만나는 리셉션 행사장 한쪽에 부스를 마련해놓고 SSIR 홍보에 여념이 없던 에릭 니 편집장. 무작정 다가가 SSIR 소개를 듣고 자료도 받은 후, 이런 저런 상황을 설명하며 인터뷰에 대해 운을 떼어 보았는데, 흔쾌히 ‘Sure!’이라는 답을 들었고 그렇게 인터뷰는 성사되었다.
 
SSIR은 2003년에 설립되었으며 사회혁신,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가 정신 등 변화와 관련된 미국 내의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는 출판 매체이다. 초기에는 비영리 조직의 경영과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스탠포드 대학 내에서 생산되는 콘텐츠들이 현장과 맞닿을 수 있도록 매개하는 역할을 하였다. 현재에도 이러한 역할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나, 점차 사회혁신에 대한 종합적인 관점, 예를 들어 정부와 기업의 역할, 섹터를 넘나드는 파트너십과 같은 주제로 영역을 넓혀 학교에서 생산되는 아카데믹한 내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정보를 취합해 발신하고 있다.
 
SSIR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크게는 오프라인 잡지와 온라인 매체(블로그, 웨비나, 팟캐스트)로 나눠 볼 수 있다. 오프라인의 경우 계간지(연 4회)로 출판되며, 한 권 당 가격은 한화 약 15,000원(12.95$)이다. 분기별로 축적되는 주제와 콘텐츠 중 비중있는 정보들을 선정해 종이 책자 형태로 제작하고 있다. 잡지의 디자인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용자
온라인의 경우 접근성이 뛰어난 만큼 여러 방식으로 독자들과의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다.독자들이 가장 쉽게 SSIR을 접할 수 있는 통로인 웹사이트(www.ssireview.org)의 경우, 그 자체가 매체이자 SSIR이 수집해 체계화한 정보들이 모두 담겨있는 아카이브이기도 하다.

전체 컨텐츠 중 20% 정도가 무료로 공개되어 있고, 보다 많은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는 세 단계의 회원제도를 운영해 컨텐츠 접근도를 달리하고 있다. 웹사이트를 보면 SSIR이 다루고 있는 주제를 한 눈에 알 수 있는데,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s), 자선활동(Philanthropy), 비영리 영역(Nonprofits), 정부(Government), 비즈니스(Business), 세계적 이슈(Global Issue)로 구분되어 있다.
 
”사용자
이 외에도 특정주제를 놓고 전문가들과 함께 온라인상으로 논의를 벌이는 웨비나(Webinar)를 진행한다. 웹(Web)과 세미나(Seminar)의 합성어로서,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회의, 프리젠테이션을 뜻한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해외에서는 꽤 보편화되어 있는 커뮤니케이션 플래폼이다. 4~6주 간격으로 주제별 웨비나가 진행된다. 주로 SSIR에 실린 중요한 주제를 대상으로  관련 전문가들이 논의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약 5만원 정도의 비용을 내면 현재 진행되는 웨비나뿐만 아니라 이미 진행된 웨비나도 모두 들을 수 있다고 하니 5만원이라는 비용이 크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SSIR은 IT 기술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활용하고 있는데, 팟캐스트가 그러한 예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 방송인 팟캐스트를 통해 SSIR이 다루고 있는 주제, 전문가 토론, 회의 등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태블릿 PC로도 볼 수 있는 디지털 에디션을 별도로 제작하고 있는데,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에 있어서도 ‘혁신’을 고민하고 있는 흔적이 엿보인다. 온라인 정보 발신 형태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뉴스레터 발송부터 연 1회 개최하는 컨퍼런스까지 정보를 다양한 그릇에 담아 요리하느라 회의하고,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스탭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하다.
 
”사용자깔끔하게 정보가 정리되어 있는 결과물만을 접하는 독자들로서는 정보를 주제별, 내용별로 아카이빙하고 발신하는 일의 하중을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보의 질을 관리하고 어떤 기준에 따라 운영할지, 어떻게 발신할지 틀을 세우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12,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고, 스탠포드 대학이라는 미국 명문대에 속해있는 만큼 넉넉한 재정과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을까 예상하며 조직 구성과 운영에 대한 질문을 던졌는데,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현재 비즈니스 담당자 2명, 편집 담당자 3명 등 모두 5명이 SSIR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학교로부터 독립해 자체 출판 수익과 외부 지원금을 통해 운영비를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출판 업계의 사회적기업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유용한 정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공유되고 회자될 때 그 가치를 발하는 법이다. 소기업발전소가 만들고자 하는 사회적경제 리포트 또한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논의의 흐름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파악하고 흡수해, 충분한 정보 인프라를 기반으로 연결고리를 만들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일조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9년이나 앞서 이러한 노력을 해온 SSIR을 보면서 결국 아카이빙의 핵심은 고여 있는 좋은 정보들의 물꼬를 터서 유동적인 흐름으로 만들어내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방법이 결합되었을 때 더욱 역동적이고 널리 퍼질 수 있을 것이다. 소기업발전소의 사회적경제 리포트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도전해 볼 지점이다.
 
● 에릭 니 SSIR 책임 편집장 인터뷰 내용보기 (more 버튼 클릭)
[#M_ more.. | less.. | 
Q. 어떤 배경 아래 SSIR을 발간하게 되었는가?
A. 2003년 스탠포드 대학 비즈니스 스쿨에 발간을 제안했다. 학교 측에서 이러한 아이디어를 수용해 발간을 결정했다. 초기 의도는 대학교 내에서 연구되고 생산되는 사회혁신 관련 연구 내용과 아이디어를 모아, 다양한 섹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SSIR 내부에 연구자는 없다. 사회혁신과 관련해 외부에서 연구되고 있는 내용, 실질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콘텐츠를 널리 퍼뜨리기 위한 촉진자(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맡고 있다. 초기에는 스탠포드 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의 연구자들이 글을 써서 기고하기 시작했으나, 점차 맥킨지를 비롯한 경영 컨설팅 회사, 비영리 기관의 리더 등 외부 전문가들의 글을 받기 시작했다. 이외에 굉장히 활발하게 웹사이트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무료 팟캐스트 (Podcast) 방송, 한 달에 한 번 개최되는 유료 웨비나(Webinar), 컨퍼런스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잇다.
 
Q. 몇 명이 일하는지?
A. 모두 5명이 일한다. 2명은 비즈니스, 3명은 편집을 담당한다. SSIR은 학교의 일부이지만, 학교로부터 받는 재정적 지원은 전혀 없고 스스로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유료 독자들이 내는 구독료, 광고, 유료 웨비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총 예산은 연간 1,300만 달러 정도인데, 2/3는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고, 나머지 1/3은 다른 재단으로부터 기금 지원을 받고 있다. 일종의 사회적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Q. 사회혁신 분야에서 SSIR의 기여도와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A. 시작한 지 9년이 되었고, 이 분야에서는 꽤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광범위한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규모가 큰 재단의 여러 리더들, 컨설팅 회사, 영리 기업뿐만 아니라 비영리 기관의 리더와 활동가들이 SSIR을 구독하고 있다. SSIR을 구독하고 관심갖는 독자들은 이 시대의 선구자적인 리더(Thought leader)라고 생각한다. SSIR은 특히 사회혁신과 관련된 미국 내 사회적 섹터에서 몇 안되는 영향력 있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Q. SSIR이 견지하고 있는 편집 방향이 있다면?
A. 특이하다고 할 만한 점이 두 가지 정도 있다. 우리가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지 10여 년이 흘렀음에도 이 개념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SSIR은 사회혁신이라는 단어가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 지금까지의 출판물은 사회 내의 섹터를 명확히 구분해 개별 섹터에만 유용한 내용을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 비영리 기관이나 NGO 리더만을 위한 정보, 정부를 포함한 공공섹터에만 유용한 정보를 담은 출판물을 예로 들 수 있다. SSIR은 이 모든 섹터를 아우르는 정보를 담는다. 다양한 섹터의 협력과 상호작용에 관한 이야기를 찾고 있다.
이밖에
기관 리더들의 성공 스토리, 성공 전략과 정책들을 담고자 한다.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찾고 있다. 소셜 미디어, 크라우드 소싱과 같은 기술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 수익과 사회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 분야도 주목하고 있다. 영리 섹터는 비영리ㆍ사회적 섹터와는 분명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들어 두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생겨나고 있다. 사회적 미션이나 목적을 가진 단체들이 많이 생기고 있고, 자본을 가진 영리 영역이 이러한 단체를 위한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투자를 할 때 비영리ㆍ사회적 섹터가 가진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의 역할도 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재정적자가 심화되면서 복지 영역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나 공공 섹터가 복지 영역에서 기존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누가 그 역할을 하게 되겠는가? 비영리 기관을 비롯한 사회적 섹터 주체들이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빠른 변화의 시기에 놓여 있기 때문에 다루고자 하는 주제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Q. 총 구독자는 몇 명이며, 구독 경로는 어떻게 되는가?
A. 온ㆍ오프라인을 합쳐 12,000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다. 오프라인 잡지의 경우 약 7000여 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2000~3000명 정도는 서점에서, 나머지는 컨퍼런스나 행사장을 통해 구독한다. 온라인 구독자는 5000여 명 정도이다.
 
Q.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광고 및 홍보 전략은?
A. 별도의 비용을 들여 전략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지는 않다. 광고에 책정되어 있는 예산도 얼마 없다. 주로 SSIR 구독자들에게 메일링을 하는데, 타겟이 될 만한 기관이나 구독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의 리스트도 보유하고 있다. 웹사이트 방문자를 대상으로 유료 구독을 유도하고 있다. 일부 정보는 무료로 공개하지만, 핵심 정보들은 유료로 공개한다. 무엇보다 입소문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컨퍼런스 행사장에 가서 부스를 마련해놓고 직접 SSIR 잡지를 비치해 두는 방식으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_M#]

글_소기업발전소 박아영 연구원(loana@makehope.org)

소기업발전소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