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Coop이 남긴 것

“인간은 협동주의자로 태어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협동조합주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성숙과 사회생활을 통한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협동이 가능한 진정한 협동주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본능을 억제하고 협동이라는 원칙에 적응하는 것을 배워야만 한다. 교육과 선행의 실천을 통해서 사람들은 협동조합주의자가 될 수 있다.”

스페인 몬드라곤의 설립자이며, 주요 입안자인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가 (이하 호세 마리아) 한 말입니다. 한국에서도 협동조합을 공부한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그들의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는 건 당연한 것 같습니다. 한국은 협동의 생활 기반이 너무나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반에서 희망제작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 끝에 <협동조합 창업 아카데미 Let’s Coop>(이하 Let’s Coop)이 기획됐습니다. 그동안 협동조합형 사회적기업을 인큐베이팅 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대한 질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과정을 만들고자 했지요.

어떻게 진행됐나

중점을 두었던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결사체’로서의 협동조합. ‘사업체’로서의 협동조합, 두 가지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잡을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참여자의 면면은 다양했습니다. 협동조합 강의를 처음 듣는 사람부터, 협동조합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 운영하고 있는 회사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 사업 계획은 있지만 함께 할 사람이 없어 답답해 하는 사람 등등 궁금증과 목표지점도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기본 교육은 집체학습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각자 기획하고 있는 협동조합의 ‘미션’을 세우고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과제를 수행해 나갔습니다. 두 번의 코칭 기간 동안 수립한 미션과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하는 과정이 병행됐습니다. 강의에서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은 현장 탐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개별 그룹들이 1~2개의 협동조합을 방문했으며 총 11개 곳의 현장을 둘러보면서 고민을 해결해 나갔지요. 수업 시간을 통해 그 결과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강의가 끝난 시점은 11월 말. 수강생 중에는 Let’s Coop 1기를 수료한 뒤, 바로 협동조합을 설립한 이들도 있고 차근차근 준비하며 미래를 기획하고 있는 팀도 있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Let’s Coop 1기 수강 후, 그들은

주택건축 현장은 근로 환경이 열악하고, 일용노동자들의 처우가 엉망인 곳이 많습니다. 호주에서는 목조주택 빌더(목수)들이 여성이 선호하는 신랑감 1위에 뽑혔지만, 한국의 현장 기술자들은 사회적 위치가 매우 낮은 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또 대기업주의 무법행위, 정경유착, 과정이 무시된 채 이윤 창출을 극대화하는 등 시장 내 문제도 심각하고요. 건축시공 일을 오랫동안 해온 한 수강생은 이들과 함께하는 직원 협동조합 설립을 꿈꾸며 Let’s Coop 1기에  동참하셨습니다. 노동자 스스로가 주인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지방에서 서울까지 오가셨지요. 고민을 시작할 때는 혼자였지만 Let’s Coop 1기 수강 말미쯤에는 조합원을 구성하기 위해 건축 아카데미를 추진하셨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이들에게 협동조합을 교육하고, 함께 협동조합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철도협동조합 설립 소식도 들려 왔습니다. 기존의 노동조합이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쟁의 중심으로 활동했다면, 그 한계를 극복해 보자는 취지로 발족한 협동조합입니다. 노동자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매개로 공동체적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불안정한 고용문제를 해소하고 퇴직자를 재고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철도협동조합을 설립한 것입니다. Let’s Coop 1기가 진행되는 동안 철도 역사전시실과 철도마을 해설사 운영과 관련해서 열심히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청년 사회적기업들이 협동조합을 만든 사례도 있습니다. 이번 달 협동조합 신고 절차를 마쳤다고 하는데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수료한 기수들이 서로 뭉친 겁니다. Let’s Coop 1기는 1년간의 지원을 받아 왔지만 자립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던 이들이 선택한 탈출구였습니다. 각자 갖고 있는 역량을 합쳐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낸 것이지요. 영상 제작 팀,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교육팀 등 다양한 주체자들이 힘을 모았다고 합니다. Let’s Coop 1기를 수강했던 서울 지역의 청년 사회적기업가들도 같은 방향으로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퍼실리테이터 협동조합도 결성됐습니다. 퍼실리테이션은 토론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효과적인 기법과 절차에 따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상호작용을 촉진하여 목적을 달성하도록 돕는 활동을 말합니다. 주민참여예산, 원탁토론, 마을만들기 등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기회가 확산되면서 퍼실리테이터의 필요성도 점차 증가하고 있지요. 교육을 받은 퍼실리테이터의 숫자는 늘고 있지만 이들 모두가 고용될 수 있는 구조는 형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퍼실리테이터들이 조직적으로 결합하여 시장과 유기적으로 만날 수 있게 구성된 것이 퍼실리테이터 협동조합입니다. 퍼실리테이터 협동조합 설립의 주축이었던 Let’s Coop 수강생은 회사 업무와 강의 수강을 병행하였는데요. 예비 조합원들과 협동조합 공부를 진행하며 수차례에 걸쳐 협동조합 계획을 수립하는 열의를 다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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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는 코오폴리(Co-opoly)라는 협동조합 보드게임이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운영 원리를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된 보드게임입니다. 커뮤니케이션, 갈등 관리, 팀 빌딩 등 협동조합의 핵심 원칙인 민주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구성됐습니다. 이를 한국의 현실에 맞게 제작하는 보드게임 협동조합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Let’s Coop 1기 수료생들이 예비 조합원으로 가입한 상태입니다. 협동조합의 사례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으니, 협동조합 교육을 진행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Let’ Coop 3기 때는 시범적으로 사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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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밖에도 장애인들이 지속적으로 교육받고 함께 생산할 수 있는 사회적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지역에서 마을에너지공방을 추진하고 있는 팀도 있지요. 방과후 학교를 튼실한 협동조합으로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이도 있습니다.

Let’s Coop 2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Let’s Coop 1기 운영은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모든 이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없는 한계도 존재했습니다. 다들 본업을 갖고 있어 일주일에 한 번 교육에 참여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요.

“우리는 이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나아가면서 길을 만든다.”
                                                                                                                                          – 호세 마리아

여러분과 함께 Let’s Coop도 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1기 수강생들과의 경험, 최근 진행한 협동조합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Let’s Coop 2기의 문을 엽니다. 1기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각자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겁니다. 내용적으로는 사회적경제센터의 강점을 살리고자 했습니다. ‘왜 협동조합인지 뿌리 다지기’, ‘지속가능한 협동조합의 구조를 만들어 가기 위해 협동조합의 미션과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에 중점을 둘 예정입니다. 수강생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장도 더 많이 만들었습니다. 집합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던지고 함께 대화하며 정보를 나누는 과정 끝에 답을 찾을 수 있는 근육을 키우는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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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처럼 몰아치는 협동조합 흐름이 반갑기도 하지만 동시에 걱정스럽습니다. 준비가 덜 된 협동조합들이 우후죽순 무너지기 시작할 때, 협동조합 그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무섭게 몰아칠 테니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실수를 하는 것이 더 낫다. 실수를 통해 우리는 바르게 행동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
 멈추지 않고 항상 조금씩 앞으로. 쉬지 않고 한 걸음씩.”
                                                                                                                                                      – 호세 마리아

그래서, Let’s Coop도 조심스럽게 그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글_ 배민혜 (사회적경제센터 연구원 jwain@makehope.org)

[모집] 제2기 협동조합 창업 아카데미 Let’s Coop
(자세히 보러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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