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학교 100시간이 남긴 것

<2013 목민관학교 5기> 교육생들이 3개월 동안의 교육을 마치고  지난 6월 14일 수료식을 가졌습니다. 이번 교육과정을 수료하신 순천시의원 김석 님의 소감문을 소개합니다.


나는 전남 순천에서 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의원이 되기 전에는 순천 YMCA 활동가였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만드는 일에 지난 3년간 밤잠 줄여가며 최선을 다해서 의정활동을 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공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방의원의 한계, 정당구조의 한계, 제한된 시민과의 만남, 서류 속에 파묻혀 살 수밖에 없는 과중한 업무 등…… 도대체 시민은 언제 만나고, 시민이 원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정책은 언제 생산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시간은 부족한 것 같고, 갈수록 시민과 멀어지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점점 시민을 위한 대변자보다는 의정활동의 기술자로 변화되는 나의 모습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희망제작소 교육센터에서 목민관학교를 개최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처음에는 주저했다. 등록비에 대한 부담, 부족한 시간, 매주 금요일 순천에서 서울을 오가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아내와 상의했다. 아내는 “당신이 가진 공허함을 수업으로 채울 수는 없겠지만, 서울 오가면서 휴식도 취하고 생각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등록을 권유했다.

그렇게 목민관학교에 등록하고 장장 3개월 동안 나는 매주 금요일, 서울을 오가며 목민관학교 수업을 바탕으로 나의 의정활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목민관학교에서 보냈던 3개월, 100여 시간은 나에게 휴식이었고, 주민을 중심에 두고 지역을 구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되돌아보며 내가 느꼈던 바를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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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목민관학교는 여느 정치아카데미와 다르다. 우선 선거에 나갈 선수를 양성하기 위한 선거 기술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좋은 풀뿌리 정치를  위한 가치를 학습하는 곳이다. 특히 다산 정약용의 다산사상을 바탕으로 ‘공직윤리’를 강조한다. 선출직이든 아니든 모든  공직자는 목민관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고, 공의를 바탕으로 진정으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풀뿌리 정치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둘째, 목민관학교는 풀뿌리 지방정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민을 주인으로 내세우고, 주민참여 정책의 실제 사례를 제공한다. 대한민국 내에서 주민과 함께 의정활동을 펼치거나 시정과 구정을 펼치고 있는 당사자들의 특강을 통해 ‘왜 주민참여 정책이 중요한가?’를 제시한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영배 성북구청장, 김성환 노원구청장, 염태영 수원시장, 나소열 서천군수 등의 한국 지방자치의 생생한 증언은 풀뿌리 지방자치제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방향을 생각할 수 있는 사색과 구상의 시간을 갖게 했다. 또 사회혁신, 사회적경제, 고령화, 보육정책과 복지전략, 도시재생, 로컬푸드와 커뮤니티비즈니스 등 거의 모든 자치단체가 안고 있는 문제이며 당장 적용 가능한 정책들의 좋은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실제 현직에 있거나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사색과 구상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셋째, 목민관학교는 권력의지를 갖게 한다. 좋은 풀뿌리 정치인이 가져야 할 자질과 역할을 목민심서에 기초해서 학습하게 되고, 좋은 지방자치리더의 10계명을 통해 개인 욕심에 기초한 정치 진출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을 살피는 목민관의 자세를 먼저 배우게 된다. 그런 다음 대한민국 곳곳의 좋은 시장, 좋은 구청장, 좋은 시의원, 좋은 도의원들의 활동을 직접 들여다 보게 된다. 100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참가자들은 이런 학습 내용에 젖어 들게 되고 개인의 욕심에서 출발한 정치 진출의 방향을 고쳐 잡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나는 지역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특성은 무엇이고, 나는 왜 풀뿌리 지방정치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가?’, ‘나의 의정활동은 지금까지 목표가 무엇이었으며, 무엇을 실현했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한다. 처음 지방정치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정치인의 자세와 정책을 수립하도록 강조하고, 현직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활동의 방향과 내용을 바로잡으며‘권력의지’를 자연스럽게 갖도록 만들어 준다.

시장, 구청장, 시의원, 군의원 그리고 도의원으로 풀뿌리 지방정치에 진출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당선을 목표로 삼게 된다. 그러나 목민관학교는 당선과정과 당선 이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민이 원하는 정치인의 자질과 주민들이 생각하는 지역 과제를 약속으로 제시하도록 하게 하고,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정치활동을 계획하게 한다. 이것이 목민관학교가 다른 정치아카데미와 다른 점이다. 이것이 내가 풀뿌리 지방정치에 뛰어들려고 하는 분들에게 목민관학교를 소개하고 추천하고 싶은 이유이다.

약 35번의 강의, 2박 3일의 현장투어, 1박 2일의 지피지기 선거 전략 캠프 속에서 나는 강한 ‘권력의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위임받은 시의원이라는 권한을 좋게 사용하기 위한 구상을 할 수 있었고, 좋은 목민관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강하게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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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금요일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목민관학교 수료 후 갖게 된 증세이다. 매주 금요일 좋은 사람들과 좋은 강의를 통해 휴식도 취하고 지역 구상을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과 공간이 잠시 멈춘 것 같기 때문이다. 목민관학교를 함께 수료한 분들 모두 비슷한 심정인 듯하다. 그래서 목민관학교 현장 투어를 계획 중이며, 순천에서 시작해볼까 한다.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좋은 풀뿌리 지방자치 사례가 있지만 내가 사는 남도 끝 순천도 만만치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글_ 김석 (2013 목민관학교 5기 수료생
               순천시의원 http://www.kimdo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