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로

희망제작소는 은퇴 후 풍부한 삶의 경험과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해 비영리(공익) 영역에서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는 시니어를 지지하고 격려하고자 2008년부터 <해피시니어 어워즈>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2013년 11월 28일 프레스센터에서 <2013 해피시니어 어워즈>가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어워즈에서는 새로운 공익 단체를 설립해 사회 변화를 이끌고 공익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니어, 공익 단체 활동에 참여해 인생 후반부를 용기 있게 개척해 나가고 있는 시니어, 오랜 기간 헌신적으로 봉사하며 이웃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시니어, 퇴직 후 지역에 정착하면서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총 5명의 수상자를 선정했습니다.

앞으로 총 5회에 걸쳐서 <2013 해피시니어 어워즈> 수상자 분들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뜨거운 응원 부탁드립니다.

CEO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로
이종수 님 (한국사회투자 이사장)

금융이 단기 수익만을 좇기 시작한 뒤 실물경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자금이 필요한 곳에 돈이 돌지 않고 기업 활동에 필요한 인내자본이 종적을 감추었다. 수익성과 효율성이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면서부터다. 이런 사회적 환경에서 이종수 이사장은 이기적 경제(Economy)를 넘어 이타적 경제(Weconomy)로 나아가자고 노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종수 이사장이 있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깨끗한 물처럼

(재)한국사회투자 이종수 이사장은 빈곤과 일자리 문제에 초점을 맞춰 지난 10년 동안 ‘사회연대은행’에서 일해 왔다. 가난한 지역에 공부방을 만들어 길거리를 떠돌던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 고리의 학자금 대출상품을 저리의 상품으로 바꿔주고, 자영업자들에게 창업자금을 빌려주면서 동시에 사후관리자를 붙여서 창업자가 ‘망할 틈이 없도록’ 지원했다. 10년 동안 총 930억 원을 조달해 저소득층과 연대해 왔다.

이종수 이사장은 보증인도 담보도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창업자금을 지원할 방법을 궁리하고 지원했다. 유병선 기자와 함께 쓴 책 <보노보은행>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레드라이닝(red lining)’ 없는 은행들이 소개되어 있다. 은행 거래신청서마다 필수로 기재하게 되어 있는 주소 항목은 사실 주거지로 금융서비스를 차별하기 위한 것이다. 담보가 없더라도 사업계획이 믿을 만하면 대출해 주는 새로운 은행들은 그런 차별을 인권 침해 행위로 본다. 누구나 대출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신용의 민주화를 추구하는 이들의 목적지는 금융이 흘러야 할 곳에 닿으면서 제 역할을 하는 세상이다.

그의 사무실 벽에는 <노자>의 한 구절, ‘상선약수(上善若水)’가 쓰인 액자가 걸려 있다. “저는 우리가 하고 있는 금융을 그렇게 부르죠.” 낮은 곳으로 흐르는 깨끗한 물의 이미지와 담보를 요구하지 않았던 그의 대출방식이 오버랩된다.

그는 대학생 시절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홍콩으로, 인도네시아로, 다시 캄보디아로 옮겨가 ‘나를 중심으로 도는 세계’에서 은행을 세우며 살다 보니 가난한 사람들을 잊고 말았단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하던 그가 번개에 맞은 듯 깨달음을 일깨웠던 곳은 캄보디아였다. 지뢰에 팔다리를 잘린 캄보디아 사람들의 참상과 마주하면서 비로소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이고 싶었던 자신의 오래 전 바람이 떠올랐다. 빈민을 위한 소액대출(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접하고는 곧바로 아시아개발은행과 함께 캄보디아 빈민을 도울 구체적인 사업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결국 회사에 사표를 내고 주변을 정리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인도네시아 노동부에서 진행한 농촌빈민 직업훈련 프로젝트의 평가자로 참여하며, 농촌빈민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 두 번의 경험은 그에게 새로운 길을 걷도록 했다. 그라민은행과 액시온 USA를 찾아가서 보고 들은 내용을 종합해서 빈민운동가들과 함께 소액대출 기관인 ‘사회연대은행’을 한국에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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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0년. 그동안 온갖 난관을 극복해왔지만 ‘미소금융’ 사업이 시행된 후에는 더욱 경영이 어려워졌다. 그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2009년 그 때까지 겸직해 오던 AON코리아의 사장직을 내려놓았다. 두 번째 자발적 은퇴였다. 행여 편안함에 안주하고자 마음이 변할까봐 뜨거운 산티아고의 태양 아래 자신을 밀어 넣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2012년에는 개개인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빈곤에 이르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고 사회적 투자 기관인 ‘(재)한국사회투자’를 설립한다. 사회적인 문제를 풀고자 하는 사회적기업이나 청년벤처 등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사회연대은행’이 개인금융이라면 ‘한국사회투자’는 기업금융에 해당한다.

“사회가 복잡다단하게 발전하면서 사회문제는 점점 많아지지만 그것을 해결 할 수 있는 재원은 한정되어 있죠. 자금이 선순환 되면서 동시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회투자적인 접근 방법이 병행되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보노보은행’을 공부하게 된 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신과 수신이 가능하고 채권과 금융상품까지 취급할 수 있는 은행이라야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투자자가 수익을 독점하는 은행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수익을 만드는 은행, 그런 ‘말이 되는’ 은행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소통과 연대의 금융으로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그 는 늘 고난과 극복을 숙제처럼 마주하며 살아왔다.

“그동안 제가 겪었던 숱한 어려움도 시간이 흐르니까 교훈이 되더군요, 이 자리에 있기까지 그런 경험이 상당히 도움이 되었어요. 1천700번 정도 저소득층 창업을 도와드렸는데 그 과정에서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말도 못하게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이 어려움이 나한테 주는 의미가 뭘까?’를 생각해 보라고 권합니다. 꿈과 희망은 격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이루어지거든요.”

이종수 이사장이 생각하는 희망은 고난을 자양분으로 하고 격렬한 통증을 거치면서 비로소 조그만 싹이 돋는다. 그는 그 싹이 잘 자라도록 물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글_ 행설아회 자서전 쓰기 사업단

* 이종수 님 (한국사회투자 이사장) 인터뷰

동영상 제작_ 은빛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