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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포로 로마노가 있다면 서울에는 선유도공원이 있다>

조선시대 선유도는 선유봉(仙遊奉)이라는 봉우리가 있던 곳이다. 신선이 놀던 산이란 뜻으로 불릴 만큼 선유봉은 한강의 절경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홍수를 막고 여의도 비행장을 만드느라 암석을 채취하면서 깎여나갔다.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으로 사용되다가 2000년 12월 폐쇄되었다. 그후 2002년 서울시에서 164억원을 들여 공원으로 꾸몄는데, 서안조경, 조성룡도시건축, 다산컨설턴트가 컨소시엄 형태로 설계를 맡았다.

도시건축 조성룡 대표는 이 선유도공원을 산업유산으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다.”사용자로마에 가면 ‘포로 로마노’라는 곳이 있다. 고대 로마의 시민 생활중심지로, 공화정 시대에 공화당과 여러 신전, 원로원, 개선문, 상점이 들어선 곳이다. 그렇지만 정치 활동의 중심이 원로원에서 황제의 궁전이 있는 팔라티노 언덕으로 옮겨지면서 포로 로마노는 쇠퇴했다.

지금은 황폐화되고 무너져 기둥만이 몇 개 서 있어 황량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그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수천년전 그 시대를 누볐을 로마인들이 떠 오른다.

바로 선유도공원도 그렇다.
”사용자

10여년된 정수장을 포크레인으로 그냥 밀어버리지 않고 바로 서울의 풍수와 어우러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포로 로마노’보다 더 멋지고 신비하면서 고혹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정수장에 알록달록 물감을 칠해 놓았다면 그토록 생태환경적인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을까?

조성룡 건축가는 “우리나라는 산과 물로 이뤄진 지형인데, 현대도시에서는 사람들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산과 물을 다 지우고 있어 안타깝다. 서울에서 삼각산을 이토록 완전히 한강과 함께 한 눈에 품을 수 있는 곳이 선유도 말고 또 어디가 있겠는가?”라면서 “선유도는 하나의 도시이고 그래서 한강의 의미를 살리자라는 테마로 설계한 것이다. 공원입구에서 걸어가다 보면 물 흐름에 따라 선유도의 경사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동선을 한강에 떠 있는 섬으로 체험하도록 디자인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곳에 복숭아 나무를 심었다. 신선이 사는 곳에 복숭아나무라~
바로 무릉도원을 꿈꾸고 있다. 이것이 스토리텔링이다.
꼭 신선과 복숭아나무만을 심었다고 해서 친환경적이고 공원이 완성됐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옛 건물이 있는 곳에 미류나무를 심고 가로수는 자작나무로 단장했다.

이곳에는 한강의 역사와 동식물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한강역사관, 수질정화공원, 시간의 정원, 물놀이장 등의 시설이 있다.
”사용자

특히 시간의 정원은 세로 41m, 깊이 5m 규모의 침전지 2개를 활용한 것으로 이곳이 한때 수원지였음을 보여준다. 구조물의 칙칙하고 거친 표면, 모서리 부분의 시멘트가 낡아 떨어져버린 자연스러움, 불규칙한 선과 공간들이 주변의 식물과 기가 막히게 어울려 마치 오래된 폐허 속에 온 듯하다.

여기에 옛날 배수장 시설이 있었던 곳의 콘크리트 상판을 들어내고 30여개의 기둥에 담쟁이를 심어 ‘녹색 기둥의 광장’으로 꾸민 공간은 휴식처로 마음을 잔잔하게 한다. 어느 단체에서는 연말에 이곳에서 그랜드피아노를 설치해 음악회도 열었다니 딱 그 용도다.

벌써 한 회원은 소리 높여 외친다.
“우리도 이번 연말에 그런 행사를 해요”
말이 씨가 된다는데, 일이 자꾸 커지려고 한다.

선유도는 야경의 선유교가 또 볼만하다. 서울시와 프랑스 2000년 위원회 공동기념사업으로 건설한 469m 보행자 전용다리는 젊은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단다.
선유도공원은 왠지 비가 오고 날씨가 흐린 날 마음이 울적할 때 찾아가면 안성맞춤이다.
”사용자

어느 책에서 본 글이 생각난다.
“조성룡 선생님 건축이 뭡니까?”
“풍경”
“선유도공원은 왜 이렇게 주차장이 적어요?”
“사람들 많이 못 오게 하려구요, 호젓한 게 좋잖아요”
”사용자